철학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 질 들뢰즈
철학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 질 들뢰즈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4.12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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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마주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윤리학, 질 들뢰즈

 

▲질들뢰즈 / 

















  들뢰즈의 개념들 중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생성(되기), 탈주, 유목" 등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의 철학은 몇 가지 문제들의 문턱을 맴돌고 있다. 들뢰즈의 지적 여정은 '경험론과 주관성'에서 시작해서 '내재성 : 하나의 삶'에서 끝난다. 경험, 내재성, 삶. 이것들은 들뢰즈가 평생 부둥켜안고 지내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모든 철학은 이러한 화두에 대한 다양한 나름의 대답으로 펼쳐진다. 모든 그의 철학은 다양한 형식으로 다양한 양상으로 차이화하면서 분기하지만 궁극적으로 하나의 의미로 말해진다(일의성). 그 하나의 의미가 '삶'이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초재적이고 초험적인 철학들이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그 사소하게 보이는 문제가 내재성의 철학자인 들뢰즈에게는, 그리고 그를 읽는 우리에게는 중요한 실존의 문제가 된다.

  들뢰즈-스피노자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자연'에 내재하는 모든 개체들은    무한한 마주침의 계열에 놓여있으며, 변용하며 합성된다. 이 과정은 언제나 그 개체들의 역량을 증대시키거나(기쁨) 감소시키게(슬픔) 마련이다.

  이러한 마주침은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우연적인 사건들이기에 우리는 그에 앞서 멈칫하게 된다. 기꺼이 외부와 마주치고자 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사유하고 행동하도록 자극하며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청한다. 이것은 문제 제기할 수 없는 독단적 사유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일종의 제도 수업이자 사유의 발생적 환경이다(철학의 과제). 마주침은 사건에 대한 하나의 실험 과정이며 창조인 것이다.

  또 마주침은 무한하기에 우리는 결코 고정된 대문자 주체일 수 없다. 하지만 가정에서 학교로 군대로 사회로 끊임없이 부과되는 견고한 절편들, 포획하는 추상기계, 우리의 욕망을 자발적 예속으로 혹은 하나의 재현물로 고착시키는 미시-파시즘, 사회적 욕망을 가족적 욕망 극장으로 환원시키는 외디푸스의 정신분석. 이것들은 공통적으로 효과에 대한 인식(부적합)에 머무는 지배 메커니즘들이자 유목민의 탈주'선'을 정주민의 '점'으로 묶어두는 것(역량의 감소로 인한 슬픔)이다. 따라서 어떻게 기쁜 마주침을 적합한 인식을 만들 수 있을까? 효과가 아닌 원인에 대한 인식,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개체들에 공통된 좋음에 대한 인식에 이르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쁜 삶을 이루어 내는 것, 그것이 들뢰즈-스피노자의 공통 개념, 그리고 들뢰즈-가타리의 리좀이 갖는 의미이다.

  개체들의 본질에 대한 인식에 이르는 것, 어느 계절, 어느 여름, 어느 시각, 어느 날짜, 미소, 몸짓, 웃음 띤 얼굴(그 모든 특이성들, 이것임)을 매개를 거치지 않고 그 자체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 하루살이 같은 삶 속에서 측정 불가능하리 만치 무한한 시간을 느끼는 것 (우리는 우리가 영원하다는 것을 느끼고 경험한다:『윤리학』 5부 명제23 주석). 그것은 들뢰즈-스피노자가 바라마지 않던 지복과 구원의 삶이다. 이처럼 들뢰즈는 우리에게 삶과 마주하며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하나의 윤리학이다.

양창렬(프리랜서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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