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開)추억
개(開)추억
  • 정예은 기자 한정민 기자
  • 승인 2018.10.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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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추억을 열다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떤 추억으로 차 있는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모두 새천년의 시작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시절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어느새 추억이라고 회상하기도 가물가물한 옛날이 됐다. 이에 우리의 어린 날을 채웠던 2000년대 추억의 상징들을 모아봤다. 기억을 가로막는 먼지를 털어내고 어린 날을 담아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자.
 

  온라인 속 나만의 작은 세계
  우리는 매일 철없지만 즐거웠던 시간을 보냈다. 온종일 함께 장난치고 놀다 노을녘이 지는 때가 돼서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서로를 궁금해했다. 이에 우리는 집에서도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싸이월드’에서 작은 세계를 꾸려 공유하고, 교류했다. 너는 나를 찾아왔고, 우리의 사이는 더 돈독해졌다. 서유림(가명. 30) 씨(이하 서 씨)는 중학생 때 친구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싸이월드를 시작했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게시물을 올리고 꾸밀 수 있는 가상의 공간)를 보려면 방문자가 직접 미니홈피로 찾아가야 하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서로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며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했죠. 제가 작성한 게시물의 공유 횟수나 게시물에 달린 댓글의 수는 제게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었어요. 그래서 친한 친구들 사이에는 아는 사람이 올린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그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게 암묵적 규칙이었죠. 저도 미니홈피에 게시물을 올린 후 곧바로 친구들에게 댓글을 남겨달라고 재촉하기도 했고요.”

  서 씨는 미니홈피를 자신의 취향대로 꾸몄다고 한다. “저는 미니홈피에 방문하면 재생되는 배경음악에 돈을 많이 썼어요. ‘도토리’라고 불리는 싸이월드의 가상화폐를 사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구매해 배경음악으로 설정하곤 했죠.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앨범을 내면 배경음악 리스트를 그 가수의 곡으로만 채웠어요. 제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은 자주 바뀌었던 반면 미니홈피의 배경화면은 거의 바뀌지 않아 친구들이 질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자신의 취미를 소개하는 등 오랜 시간이 지나면 떠올리기 힘든 학창시절의 사소한 일들이 싸이월드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추억을 싸이월드에 남기며 우리의 일상을 공유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싸이월드는 ‘교환일기’였다.
 

  단풍잎을 따라 세계를 누비는 모험
  한창 운동장을 뛰어다닐 시기에 우리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문제집을 풀었다.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잠깐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게임이었다. 학업에 지친 몸을 이끌고 컴퓨터에 접속하면 펼쳐지는 판타지 세계가 그토록 반가울 수 없었다. 게임 세계 곳곳을 누비며 탐험했던 용감한 모험가는 아직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까? 이는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다양한 몬스터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메이플스토리(이하 메이플)에 대한 이야기다.

  이승훈(가명. 27) 씨(이하 이 씨)는 초등학생 때 메이플을 좋아했다. “당시 메이플은 사냥을 해도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기가 아주 어려웠어요. 그래도 캐릭터가 천천히 성장하면서 레벨을 올릴 때 느끼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이 씨는 메이플을 하면서 떠오르는 추억이 많다고 했다. “메이플에서는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기 위해 하늘을 날아 이동하는 배를 타야 했어요. 이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그곳에 있던 아주 강력한 몬스터가 출몰하는데, 이 몬스터를 구경하겠다고 배를 탔다가 여러 번 죽어서 결국 2~3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렀던 적이 있어요. 또 커닝시티라는 곳에서 파티퀘스트를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 파티를 맺고 대기하던 중, 누군가 검은보따리(몬스터가 봉인된 보따리)를 풀어 고레벨 몬스터가 나오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몰살당한 기억도 나요. 그래도 지나고 보니 모든 기억이 다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더라고요.”

  “옛날에는 메이플이 가장 재밌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제가 메이플만큼 열심히 했던 게임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메이플이 ‘초등학생이나 하는 게임이다’, ‘노가다만 하는 게임이다’라는 놀림을 받아도 저는 ‘메이플을 알게 돼서 좋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메이플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몬스터를 잡거나 캐릭터를 꾸미고, 게임 맵을 돌아다니며 메이플 세계를 탐험했다. 가끔은 플레이를 하며 좋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메이플에는 그보다 더 많은 추억이 남아 있다. 그 시절 우리에게 메이플은 ‘추억의 게임’이었다.

 

  섬세하게 음악을 연주하던 작은 미키마우스
  미키마우스 모양의 이 MP3는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MP3를 넘어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우리는 이 미키마우스 MP3를 목에 걸고 다니며 학교나 길거리에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친구들과 미키마우스 MP3의 색깔을 비교하며 이야기하고 놀기도 했다.

  양민지(가명. 22) 씨는 미키마우스 MP3를 갖고 혼났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저한테 미키마우스 MP3가 없었을 때 이 MP3를 갖고 있던 친구가 있었어요. 하루는 그 친구에게 미키마우스 MP3를 빌려서 갖고 놀았는데 그러다 친구의 MP3를 망가뜨려서 결국 친구에게 새 미키마우스 MP3를 사줬던 기억이 나요. 이것 때문에 엄마에게 엄청나게 혼났었죠.”

  김지연(가명. 21) 씨는 당시 미키마우스 MP3가 불편한 점도 많았다고 했다. “미키마우스 MP3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저장할 수는 있었지만, 여기에 저장된 노래의 재생 목록을 보여주는 화면은 없었어요. 그래서 미키마우스 MP3로 노래를 들을 때면 어떤 노래가 나올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듣고 싶은 노래를 틀기 위해 30개에 달하는 노래 순서를 다 외우고 다녔어요. 미키마우스 MP3는 노래를 넘기거나 음량을 조절하려면 MP3의 귀 모양 버튼을 돌려야 했는데 그 버튼을 계속 돌리다 보면 손가락이 아프기도 했어요.”

  지금의 MP3보다 기능은 조금 불편했을지라도 미키마우스 MP3는 우리에게 불편함보다는 즐거움을 가져다준 물건이었다. 친구들과 미키마우스 MP3에 대해 이야기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행복이었다. 그 시절 우리에게 미키마우스 MP3는 ‘한 손의 음악회’였다.
 

  상상력을 북돋아줬던 브라운관 속 이야기
  투니버스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는 애니메이션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학교를 끝마치고 집에 가면 투니버스와 챔프 같은 TV 애니메이션 채널에선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애니메이션들이 끊임없이 방영됐다. 당시 방영됐던 수많은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유민영(가명. 21) 씨(이하 유 씨)는 TV 리모컨을 두고 사촌 동생과 다툴 만큼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고 한다. “저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어렸을 때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학교가 끝나고 외할머니 댁에 가면 언제나 사촌 동생이 있었죠. 그때 저는 <라라의 스타일기>라는 애니메이션에 빠져있었는데 사촌 동생은 <짱구는 못 말려>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저녁마다 항상 각자 보고싶은 애니메이션을 사수하기 위해 리모컨 두고 사촌 동생과 자주 싸우곤 했어요.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서로 싸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촌 동생이 고3인 걸 보면 새삼 시간이 꽤 흘렀음을 느껴요.”

  그는 당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들어간 각종 상품이 인기였다고 했다. 연필과 필통, 노트에 가방까지 알록달록한 캐릭터들의 얼굴이 들어가지 않은 물품이 드물 정도였다.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슈가슈가룬>과 <파워레인저>라는 애니메이션이 유명했어요. 하루는 엄마랑 같이 책가방을 사러 가게에 갔는데 <슈가슈가룬>과 <파워레인저>의 캐릭터 가방이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자꾸 저에게 <슈가슈가룬> 캐릭터 가방을 추천하는 거예요. 저는 당시 <슈가슈가룬>보다는 <파워레인저>를 좋아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결국 <파워레인저> 가방을 샀어요.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캐리어 책가방이 유행이었는데, 한 손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들어간 캐리어 책가방을 끌고 다른 한 손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들어간 신발주머니를 들고 있으면 세상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었죠.”

  학교가 끝나면 우리는 집으로 달려가 당시 방영하던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 애니메이션이 끝나면 TV에서는 해당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이 흘러나왔고, 우리는 그 곡을 따라 부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애니메이션은 ‘환상 속 세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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