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의 명암을 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명암을 보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0.08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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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된 지역 속 떠나는 원주민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홍대 거리에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이다. <출처/한국방문위원회>

 

  현재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번화가로 서촌이나 홍대, 연남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곳들은 과거에 일반 주거 지역이었지만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활기를 얻고 번화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해당 번화가들이 유명해지고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높아지자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소상공인과 예술인 등의 기존 원주민들이 번화가를 떠나게 됐다. 이처럼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돼 해당 지역의 가치가 오르고 지역의 구성원이 바뀌는 과정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이에 기사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무엇이며 이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도시를 휩쓴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신사 계급을 의미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용어로, 1964년에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처음 사용했다. 이는 재건축 등으로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상류층이 낙후된 도심 지역으로 유입되자 주거 비용과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먼저 임대료가 낮은 일반 주거 지역에 독특한 분위기의 개인 카페나 식당,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해당 지역에 독자적 상권이 형성된다. 이후 이 지역이 유명해져 유동 인구가 증가하면 임대료가 상승하고, 이에 상승한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영세 상인과 원주민들이 기존 지역을 떠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연구원 맹다미 연구위원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서구의 도시는 200여 년 동안 성장, 교외화, 쇠퇴, 재생의 과정을 겪었다”며 “해외 도시의 젠트
리피케이션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쇠퇴한 도심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서울은 아직 성장하고 있는 도시로, 누구도 서울 중심부가 쇠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발전에 동력을 더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리사회에 가져온 긍정적 효과는 다양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 환경을 개선하고 인구 유입 등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 효과가 있다. 실제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번화가는 일반 주거 지역이었을 때와 비교해 크게 지역적으로 활성화된 모습을 보였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연남동의 경우, 이전에는 인적이 드물어 휑한 분위기를 풍겼다면 현재는 다양한 상가와 공원이 생겨 연남동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김충호 교수(이하 김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일반 주거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 해당 지역을 활성화하는 능력이 있다”며 “시민들은 사회·경제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과거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면 해당 지역의 지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유동인구가 증가해 해당 지역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일반 주거 지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도시적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며 “이는 도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쌓여가는 자본과
  불거지는 문제점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속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방공기업평가원 허자연 전문연구원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의 사용이 일반적이고 정보를 공유하는 속도가 빨라 SNS의 힘이 강하다”며 “이에 SNS를 통해 지역이 유명해지는 경우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 지가가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된다”고 전했다. 이어 “젠트리피케이션이 점진적으로 발생하면 임차인도 임대료 상승에 대비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단기간 내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 교수는 경향신문에서 “일반 주거 지역이 활성화돼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임대료가 상승하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 원주민들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지역 공동체의 변화를 주도한 사람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반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지 않은 건물주 등이 이익을 누리는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며 지역이 갖고 있던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하기도 한다. 상승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이는 개성 있는 소규모 가게들이 사라지고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이 양산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와 관련해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샤론 주킨(Sharon Zukin) 교수는 한경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은 고유의 전통과 특성을 잃고 있다”며 “이는 개인이 운영하던 소규모 상점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변모하면서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도시는 도시 거주자들의 다양한 삶이 유지될 때 정통성을 띤다”며 “서울시는 서울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해결사로 등장한 정책
  그 실효성은?

  이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5년 11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의 원주민들을 보호하고자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대학로와 홍대, 서촌 등 총 6개 지역의 특성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 지역 공동체의 붕괴를 방지하고 불합리하게 이전하는 원주민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해당 정책은 △건물주·임차인·지자체 상생협약(이하 상생협약) △소상공인에 대한 앵커시설 대여 △‘장기안심상가’ 운영 △소상공인 상가
매입 지원 △법률지원단 운영 △‘상가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젠트리피케이션 공론화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방지해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이 임대료 분쟁으로 인해 퇴출 위기에 놓인 원주민의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남기범 교수는 ‘국내 젠트리피케이션 논의의 쟁점과 현안진단’ 논문에서 “해당 정책은 임대차 분쟁을 조율할 수 있는 구속력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가 제시한 대책인 상생협약과 장기안심상가는 근본적으로 임대인의 선의에 기댈 때만 가능하다”며 “따라서 임대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초래하는 부작용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정 지역이 활성화되는 데 기여한 사람들이 쫓겨나고 자본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익이 몰리는 문제가 생기고 더불어 도시의 정체성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에 정책적으로 접근해 실질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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