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5.09.05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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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휴대폰은 공간을 압축한다. 요즘은 국제 로밍까지 가능하긴 하지만, 우리나라 땅이면 그 어디에 있건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유선 전화기만 있던 시절, 위치상의 제약으로 인해 본인의 부재시 신속하게 용건을 전달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취약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재시에도 문자나 음성메시지를 통해 당사자와의 재접촉이 용이해졌다. 이렇듯 휴대폰은 그 편리함으로 인해, 이제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잠시 휴대폰이 처음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을 때로 거슬러 가보자. 그 당시만 해도 휴대폰은 그저 ‘잘 터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들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휴대폰 광고 문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거나 ‘소리가 보인다’ 등 어디서나 통화 음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피력하는 초점이 맞춰졌다. 심지어 바다 한가운데서 ‘짜장면 시키신 분’을 찾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휴대폰은 단순한 통화 수단으로서의 전화기가 아니다. 이른 아침, 많은 현대인들은 머리맡에서 울리는 휴대폰 모닝콜 소리에 이불을 박차고 나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길거리에서 휴대폰으로 MP3를 듣는 것은 기본이며, 휴대폰으로 비트박스를 직접 연주하는 광고 속 모습도 이제 낯설지 않다.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의 성능도 향상되어 점차 디지털 카메라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자신의 모습을 찍는 이른바 ‘셀카’를 유행시키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최근에는 ‘TV가 세상 밖으로 나와’ 휴대폰 속에 들어왔다. 이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각종 TV 채널은 물론이요 영화까지 볼 수 있게 됐다. 광고에서는 아예 휴대폰 속으로 들어가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말까지 붙인다. 이번엔 게임 단말기에서 튀어 나온 캐릭터들이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든다. 그밖에도 휴대폰은 카드 결제, 버스나 전철 요금 지불, 위치 추적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현대인에게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이자 ‘친구’가 되어버린지 벌써 오래다.

 누구나 하루쯤 늦잠으로 급하게 서두르다 휴대폰을 두고 나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왠지 중요한 전화가 올 것만 같아 불안하고 허전해서 하루 종일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지는 않았는가? 혹은 진동으로 해놓은 휴대폰이 울리지도 않는데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져 수시로 꺼내 확인해 본적은 없는가? 이렇듯 휴대폰에 중독되어 의존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뜻하는 ‘호모 텔레포니쿠스’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도 그럴것이 요새 광고에서 제안하는 현대생활백서를 보면, 식사 후 치아 사이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마저 휴대폰 카메라가 이용된다. 이쯤 되면 어찌 휴대폰 없는 삶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화려한 영상과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정작 중요한 독서나 사색을 통한 자아성찰의 시간을 놓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방전된 우리의 삶을 재충전하기 위하여, 필요할 때는 과감히 휴대폰 전원을 잠시 꺼두는 용기를 발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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