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부모 모두의 의무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부모 모두의 의무다
  • 정지원 기자
  • 승인 2018.10.23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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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가 벗어나기 힘든 양육비의 굴레

  ‘그러니까 누가 애 낳아서 키우래?’, ‘여자가 처신을 잘했어야지.’ 이는 미혼모(母)가 듣는 편견 어린 말들의 일부다.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미혼모는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아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는 미혼모가 겪는 단편적인 어려움에 불과하다. 아이를 혼자 양육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가 대다수다. 최근 들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기사에서는 혼자 양육비를 부담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미혼모의 상황을 알아봤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의 현주소

  2만 4천여 명. 2016년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미혼모의 수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불편한 시선에 본인이 미혼모임을 밝히지 않기도 해 실제 미혼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미혼모들은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지난 8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설문조사 결과(이하 설문조사 결과), 미혼모들이 겪는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설문조사는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10~40대 미혼모 총 359명을 대상(이하 조사대상)으로 했으며, 이들은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으로 △재정적 어려움(34.3%) △직장·학업 병행의 어려움(22.0%) △자녀양육스트레스(10.3%)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8.4%) 등을 답했다.

  그렇다면 미혼모들의 소득 상황은 어떨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월평균 소득액은 92만 3천 원이다. 이는 월평균 근로소득과 복지급여액, 기타소득을 포함한 금액으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2015)’에 따라 기혼 여성의 월평균 자녀양육비(이하 양육비)가 65만 8천 원인 것을 고려한다면 미혼모의 소득액이 양육비와 생활비로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혼 여성과 달리 대부분의 미혼모는 임신하고서부터 드는 양육비를 혼자 부담해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이하 부)의 88.9%가 출산을 인지하고 있고 85.5%가 양육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이 아이의 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비율은 11.7% 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미혼모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강요받고, 출산이 임박하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미혼모는 근로소득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유미숙 팀장(이하 유 팀장)은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복지제도 중에 임산부가 지원받을 수 있는 ‘국민행복카드’라는 혜택이 있다”며 “이는 임신에서 출산까지 50만 원을 지원하지만, 미혼모에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고 말했다.


  미혼모, 까다로운 절차로
  양육비 청구 소송하기 꺼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보며 아이의 부에게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미혼모가 해당 소송을 진행하기 꺼려한다. 양육비 청구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양육비 청구 과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미혼모가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부가 아이를 인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하는 미혼모는 해당 소송과 ‘부의 인지’ 소송을 같이 제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다. 유 팀장은 “우선 미혼모가 부를 찾아야 한다”며 “그러나 대체로 미혼모는 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기 때문에 주소지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부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는 미혼모가 부의 신원을 조회할 수 없기 때문에 부를 찾는 시간부터가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렵게 부를 찾아내서 양육비 청구 소송을 진행해 법원이 부에게 양육비 이행 의무를 지게 해도 부가 양육비를 지급하는 것에는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닷페이스의 ‘미혼모가 꽃뱀인가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미혼모들은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부에게 양육비 이행 의무를 다하라는 판결이 나도 이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부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는 게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걸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육비는 부·모한테 주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주는 거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에 따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진행한 소송에서 비양육자의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사건 중 비양육자로부터 실제로 양육비가 지급된 비율은 △2015년 21.2% △2016년 29.5% △2017년 32.0%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절반이 채 넘지 않는 상태다. 이에 유 팀장은 “양육비이행관리원도 법적으로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한 비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가 아이를 인지하면서
  아이의 성이 바뀌기도 해

  양육비 청구 과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부의 인지 소송 이후 부에게 아이의 양육권을 뺏기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양육비 청구 소송을 진행하길 꺼리기도 한다. 부는 부의 인지 소송을 통해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회복한다. 유 팀장은 “법적으로 아이의 부인 것이 확인되면 부모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아이의 성이 부의 성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7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하 김 의원)은 비혼 자녀의 성 변경을 합리화하기 위한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아이의 성이 강제로 바뀌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이가 모의 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부모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부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다. 김 의원은 “이번 민법 개정안을 통해 비혼 가정의 자녀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 라는 제목의 청원에 엄규숙 여성가족비서관(왼)이 답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 라는 제목의 청원에 엄규숙 여성가족비서관(왼)이 답하고 있다.

  부의 양육 의무를
  국가가 지게 한다

  부와 함께 져야 하는 양육의 무게를 모 혼자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은 국가가 직접 부에게 양육비를 받아내는 제도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은 이른바 ‘양육비 대지급제’다. 이는 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기 위해 국가가 부의 소득에서 양육비를 원천징수하거나 먼저 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한 후 부에게 청구하는 제도다. 이가 우리나라의 ‘양육비 이행 의무’와 다른 점은 부가 양육비를 지급하는 데 강제성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유 팀장은 “양육비 대지급제가 우리나라에 도입돼야 한다”며 “법적으로 강제조항을 만들고 재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가 도입된다면 그 실효성은 낮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청원에 217,054명이 참여하면서 청와대는 지난 4월 공식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Live: 국민청원에 답합니다’에서 엄규숙 여성가족비서관은 “양육비 대지급제는 지난 2004년 이후 꾸준히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재정적인 부담이 커 한 번도 통과되지 못했다”며 “정부가 미리 양육비를 주고 비양육부모에게 그 비용을 청구해 받아낸다고 하지만, 독일의 경우에도 실제로 정부가 받아내는 돈은 23%에 불과해 나머지는 국가 예산으로 메운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대지급제를 포함한 <양육비 이행지원제도 실효성 확보 방안> 연구용역을 시작했다”며 “오는 11월에 결과가 나오면 외국의 대지급제와 우리나라의 양육비 지원 제도 등을 종합 분석해 실효성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지난 2월에 국회를 통과한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이번 달부터 시행됐다.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에 따르면,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기간이 최대 9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된다. 또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 이뤄진 경우, 비양육자의 동의 없이 그의 소득과 재산을 조회할 수 있다. 이처럼 미혼모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소수자로 자리하고 있어 아직 그에 대한 처우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미혼모의 처우를 개선하기까지 갈 길이 먼 가운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이에 경각심을 갖고 꾸준한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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