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드리운 억압의 그림자, 히잡
여성에게 드리운 억압의 그림자, 히잡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1.05 17: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여성이 자유롭게 복장을 선택하는 그날까지

  우리가 무슬림 여성을 떠올릴 때면 그들이 히잡을 쓴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사용해왔으며, 이 관행은 현재도 지속된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가 교류되면서 히잡이 여성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국제 사회에는 히잡에 대한 상반된 시각으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히잡 착용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문화상대주의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타 문화를 관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히잡의 착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히잡이 여성을 억압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기사에서는 히잡과 관련된 논쟁에 대해 알아봤다.

 

  히잡의 역사
  억압의 뿌리를 찾아서

  많은 사람은 무슬림 여성들이 사용하는 베일이 이슬람교의 교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베일의 역사는 이슬람교가 창시되기 이전인 고대 역사에 기원한다. 호원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권현주 교수의 ‘무슬림 여성들의 가리개, 히잡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은 햇볕과 바람을 피하기 위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풍습에서 유래됐다. 이후 국가가 형성되고 점차 가부장적 권력이 강화되면서 여성의 베일이 제도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또한 이슬람교가 발흥한 7세기 이전의 아랍 사회에서는 유목민 부족들 간의 크고 작은 전쟁이 잦았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성적 도구로 유린당하고 노예로 팔려가는 일이 잦았다. 이에 사회에서 여성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방법을 의상에서 찾아 여성의 옷차림을 엄격하게 규제하게 된 것이 다. 규제에 따라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성적 매력이 드러나지 않도록 옷을 입어야 했다. 그 결과 무슬림 여성들은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눈을 제외하고 전신을 가리는 니캅,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차도르, 그리고 머리카락과 상반신을 가리는 히잡을 착용하게 됐다.

  이 중에서 국제 사회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히잡이다. 히잡은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도 언급될 만큼 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몸 전체를 가리지 않아 상의와 하의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복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제 사회에 히잡이 무슬림 여성을 상징하는 복장으로 알려지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가치가 충돌해 히잡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히잡 논쟁

  국제 사회는 무슬림 여성의 전통 복장이 여성 인권을 억압한다고 규탄한다. 지난달 24일, 뉴욕에서 열린 UN 회의에서 UN 특별보고관 제이비드 르만(Javid Rehman)은 “강압적인 히잡 착용에 반대하다가 체포된 이란 여성들에게 유감을 표한다”며 “이란이 여성들에게 히잡을 강요하는 행위는 보편적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은 사람들의 침해된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히잡 논쟁은 때로 외교적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2월 21일, 프랑스의 대선후보 마린 르 펜(Marine Le Pen)은 이슬람교가 국교인 지도자와 만날 회담에서 히잡 착용을 거부했고 실랑이 끝에 해당 회담은 불발됐다. 이에 마린 르 펜은 “과거 이집트 수니파의 최고 권위자와 회담할 때도 이런 요구를 받지 않았다”며 “히잡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Morocco World News에 따르면 마린 르 펜이 소속된 정당의 부대표인 플로리앙 필리포(Florian Philippot)는 자신의 트위터에 마린 르 펜의 행동이 프랑스와 전 세계의 여성에게 여성 해방의 메세지를 보낸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히잡,
  나와 문화를 비추는 거울

  히잡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히잡 착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들이 내세우는 중요한 원칙은 ‘문화상대주의’다. 문화상대주의란 세계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문화를 해당 문화의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사회적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로, 문화적 요인에는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히잡을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간주하는 것이 서구 문화의 일방적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구기연 연구원(이하 구 연구원)은 “히잡을 무조건적으로 여성 억압의 상징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잘못된 전제다”며 “이는 이슬람 혐오와 연관돼 이슬람교를 타자화하고, 해당 종교를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로 만드는 위험한 논리다”고 말했다. 이어 “무슬림 여성 중에는 히잡을 착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며 “해당 문화에 속하지 않은 우리가 쉽게 종교적 문화를 주체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억압받고 있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히잡을 개인의 성향에 맞게 사용하면서 히잡이 개인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월 5일,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인 ‘돌체 앤 가바나’는 무슬림 여성을 겨냥한 히잡 컬렉션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연예인 사이에서 히잡이 유행하고, 중상류층 여성에게 고가의 히잡이 인기를 끌면서 히잡이 의류 산업에서 유행을 선도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히잡이 이제는 ‘패션 아이템’으로도 기능한다는 것이다.
 

  히잡과 인권,
  그 사이에 선 여성

  그러나 모든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이를 자유롭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국가 중에서 히잡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소수지만, 여전히 히잡을 법으로 강제하는 국가가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이 히잡을 입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해당 국가들은 여성의 히잡 착용에 대한 결정권을 히잡을 착용하는 주체인 여성이 아닌 남성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에 구 연구원은 “이란에서 만 9세 이상의 모든 여성은 히잡을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히잡과 관련된 법을 제정할 권력은 주로 남성에게 있다”며 “이는 법적으로 히잡 착용을 강요받는 지역의 여성에게 히잡 착용 여부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히잡이 법적으로 강요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무슬림 여성의 주변인들은 히잡이라는 종교적 관행을 따르라며 여성을 문화적으로 압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구 연구원은 “히잡을 쓰기 싫은 무슬림 여성도 있을 것이다”며 “하지만 가족의 억압적 분위기 때문에 히잡을 억지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히잡 착용은 종교적 관행이지만 이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라고 압박하는 것은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위다”고 말했다.

‘하얀 수요일’ 운동에 참여한 모습이다.

  사람들은 왜
  히잡을 벗어 던졌나

  1979년 2월 11일에 발생한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려야 했다. 이에 지난 2014년 5월 3일, 이란 출신의 작가이자 기자인 마시 알리네자드(Masih Alinejad)는 여성이 히잡 착용에 대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의 비밀스런 자유’(My Strealthy Freedom)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는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은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이 유명해지자 2017년 5월 24일, ‘하얀 수요일(White Wednesdays)’ 운동이 시작됐다. 이는 무슬림 여성들의 의무적인 히잡 착용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수요일마다 흰색 스카프를 착용하는 운동이다. 즉 나의 비밀스런 자유에서는 히잡을 벗어 던지며 개인의 자유를 찾고, 하얀 수요일 운동은 흰색 스카프를 통해 공공장소에서의 저항을 보여준다. 또한 마시 알리네자드는 남성들과 함께 히잡과 관련된 이란 사회의 가부장제를 개혁하겠다는 취지로 ‘#히잡쓴남자(#MenInHijab)’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 남성들은 여성들이 히잡을 강제적으로 착용하는 것을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했다.
 

1979년, 사람들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의무적인 히잡 착용에 반대하는 모습이다.
1979년, 사람들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의무적인 히잡 착용에 반대하는 모습이다.

  히잡은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문화로 존재해 왔다. 또한 많은 여성은 히잡을 통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기도, 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여성들이 제도·문화적으로 히잡을 강요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반대하는 여성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히잡을 벗어 던진 채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단순히 히잡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여성이 자신의 복장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르짖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한다면 우리는 이에 주목하고 그들의 투쟁을 지지해줘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 2022-10-04 14:48:42
억압의 뿌리 파트에서 오류가 있어보입니다.
코란자체에서는 여성의 머리카락이나 몸매등이 유혹의 대상이라고 말하기에 이를 금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