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사회에서 벗어나기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기
  • 정지원 보도기획부장
  • 승인 2018.11.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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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장시간 근로 국가’,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를 따라다닌 오명이다. 이는 2017년에 조사한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 이 OECD 회원국의 평균인 1,759시간을 훨씬 웃도는 2,024시간이라는 사실에서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 생산은 해당 통계에서 집계된 OECD 회원국 22개국 중 17위로 저조한 수준이다. 비교적 긴 시간을 노동하면서 그에 맞는 효율성이 발휘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장시간 노동이 일과 생활의 불균형과 스트레스 증가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업무 의욕과 노동생산성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한다.

  위와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은 현대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번아웃(Burnout) 증후군’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여 무기력한 상태가 되는 현상을 일컫는 번아웃 증후군은 우리나라에서 대다수의 직장인이 겪고 있는 증상이다. 많은 사람이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의욕 상실과 극도의 피로감, 이유 없는 분노, 무기력감,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등을 겪게 되면서 번아웃 증후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7월 1일부터 국민의 저녁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 제도인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68시간이었던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하루 최대 8시간의 근로시간과 휴일 근무를 포함한 연장근로 총 12시간까지를 법적으로 허용한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일에 진행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은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렇게 근로시간을 단축해 긍정적 효과를 얻은 사례로는 뉴질랜드가 있다. 뉴질랜드는 비교적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국가다. 지난 3월부터 뉴질랜드의 신탁회사 ‘퍼페추얼가디언’은 8주간 직원 240명을 대상으로 급여는 주 5일 치를 그대로 지급하면서 근무 일수를 주 5일에서 주 4일로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실험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해당 실험의 평가 항목인 조사 대상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정도와 업무 참여도, 조직 집중도, 동기부여가 모두 실험 전보다 크게 향상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최근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 아직 회의적으로 다가온다. 이때 전문가들은 제도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해당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논의를 통해 제도의 방향을 좀 더 명확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사회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이에 사람들은 해당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탄력근무제와 같은 다양한 근로 형태의 도입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등의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탄력근무제는 정해진 기간 내의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탄력근무 단위 기간이 2주 기간으로 정해져 있고 주당 40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한 주는 45시간, 다음 한 주는 35시간을 일해도 원래 2주간 일해야 하는 80시간을 모두 일한 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환경을 구축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시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줄어든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기업과 근로자의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우리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나가야 한다. 최근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탄력근무 단위 기간을 기존의 3개월보다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이처럼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보완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만큼 해당 제도가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한 제도로 완성되고, 이가 오랜 노동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꿈이 아닌 꿀 같은 휴식을 안겨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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