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기보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세요
꿈을 찾기보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세요
  • 정지원 기자
  • 승인 2018.11.12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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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정예은 기자

 

  한 대학생은 가정복지학을 공부하다가 이와 적성이 맞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돌이켜본 지난날에서 그는 ‘한복 디자이너’라는 꿈을 마주했다. 전혀 다른 분야로의 전향으로 그는 높은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러한 과정을 견딘 끝에 지금은 자신의 색깔을 담은 한복을 제작하고 있다. 꿈을 이뤄가는 길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김예은 한복 디자이너(이하 김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에서의 방황이
  진정한 나를 찾는 계기가 되다

  대학에서 가정복지학을 공부하던 김 디자이너는 자신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일찍부터 느꼈다고 한다. “저는 특정한 목표 없이 수능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제 점수에 맞춰 지인이 추천한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제 전공에 대한 비전도 없었죠. 그렇게 진학한 대학에서 전공을 배우는데 전공이 저랑 너무 안 맞는 거예요. 전공을 비교적 적게 듣는 1학년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말 다 했죠. 전공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고해지면서 다른 길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저 자신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잘할까?’, ‘내가 무엇을 좋아할까?’와 같은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졌어요. 저는 이 질문의 답을 저의 지난날에서 찾으면서 ‘한복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도달했어요. 제가 바느질과 같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중학생 때 한복 패션쇼를 꾸렸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거든요.”

  전혀 다른 분야에서 그의 진로를 찾은 만큼 이에 열중해야 했던 때,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부모님은 제가 공부나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잠시 바람이 들었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래서 더욱 반대하셨죠. 부모님은 ‘한복 디자이너’가 힘든 직업임을 강조하며 저를 설득했어요. 그래도 제가 의견을 굽히지 않자 제게 조건을 제시했죠. 제게 아버지는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라고 했고, 어머니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공을 교직이수하라고 했어요.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제 꿈을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꿈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겠다고요.”
 

  꿈에 온 힘을 쏟지 못해
  서글펐던 시간

  부모님이 제시한 모든 조건을 충족한 김 디자이너는 조기 졸업에 성공해 남들보다 반년 일찍 대학을 졸업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한복 디자인을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그 분야로 대학에 입학하려 했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만난 한복 디자이너가 제게 현장에서 일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청담동에 있는 한복집에서 6개월간 일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면서 제가 한복 디자이너의 길을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곳은 혼수 한복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그건 제가 만들고자 한 한복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원하는 한복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김 디자이너는 자신이 원하는 한복을 만들기 위해 자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자본을 모으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디자인 업계에서는 자본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교사로 일하면서 자본을 모으기로 했죠. 교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일찍 퇴근하고 방학 기간도 있어요. 그 시간을 이용해 한복 디자인을 공부하고 그 분야의 일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죠. 그렇게 2년간 두 직업을 병행하다가 교직을 그만두게 되면서 한복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기자는 바쁘게 살아온 그에게 힘든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사람들은 제가 교직에서 일하고 한복 디자이너로서의 공부와 일도 하면서 시간적·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걱정해요. 그런 부분이 힘들기는 했어요. 그러나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당시 제가 저 자신한테 떳떳하지 못했다는 거였어요. 대학생 때는 꿈을 명확히 밝히면서도 아직 그 꿈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결국 어떤 이유에서든 당시 제 직업은 교사였잖아요. 그때의 제 모습이 제 꿈을 외면한 것 같아서 부끄러웠어요. 아마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가 원하는 길로 바로 뛰어들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게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요.”
 

  옷에 호흡이 생겼을 때
  그 순간은 꽃이 됐다

  김 디자이너는 지금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저는 지금 한복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에요. 그래서 꿈을 이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하나의 목표를 이뤘을 뿐이에요. 한복 디자이너의 위치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있어요. 단지 직업의 명칭이 아니라 ‘어떤’ 한복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그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야죠. 저는 아직 그 과정에 있어요. 그래서 꿈을 이뤘다고 말하기는 부끄러워요.”

  그는 디자이너로서 그가 만든 옷에 ‘호흡’이 생겼을 때 가장 즐겁다고 한다. “한복도, 일상복도 모두 옷이에요. 저는 그저 어딘가에 걸려있는 옷은 원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걸려만 있어도 시각적으로 예쁜 옷들이 있기는 하지만, 옷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때는 사람이 그것을 입었을 때죠. 저는 사람이 옷을 입었을 때 그 옷에 호흡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생동감이 생기는 거죠. 평면에서 존재하던 옷이 입체적으로 변하면 그 옷의 태가 달라지고, 옷의 분위기가 살아나요. 그래서 저는 누군가가 제가 만든 옷을 입어서 그 옷에 호흡이 생기는 순간을 볼 때가 가장 즐거워요.”

김예은 한복 디자이너가 한복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제공/김예은 한복 디자이너>

  꿈을 갖기 어려운
  청춘에게 전하는 말

  현대사회의 청춘들은 대학입시 혹은 취업난으로 자신의 꿈을 찾고 그에 확신을 갖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 기자는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김 디자이너가 청춘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물었다. “갑자기 꿈에 대한 ‘붐(boom)’이 일었던 적이 있어요. ‘꿈에 대한 강연’, ‘꿈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은 것들이 유행했죠. 무모할지라도 꿈을 위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꿈에 뛰어드는 사람이 영웅시되는 사회적 풍토가 만연한 시기였어요. 저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이것이 ‘위험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했어요. 이를 보면서 희망을 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꿈이 없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드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제 꿈을 찾고 계속 나아가고 있지만, 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꿈이 있든 없든 모두 힘들거든요. 꿈이 있어도 그 꿈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은 자신을 보면 그때 오는 죄책감도 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꿈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 좋아하는 것이 꿈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취미생활로 남을 수도 있어요. 꿈이 없어도 적당히 자신과 맞는 일에 종사하고 행복한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살아간다면 그 삶도 충분히 멋지고 의미 있는 삶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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