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제44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 양서윤(정보통계 3)
  • 승인 2018.11.26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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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경쟁>

  그들은 200km를 헤엄을 치고
  페달을 밟고 숨 가쁘게 달려서
  10시간 만에 목표점에 도착했다.

 

  개운하게 땀을 닦고
  운동화를 벗는 철인들에게
  구경꾼들이 일제히 손뼉을 친다.

 

  구경꾼들은 근육 한 겹 없는
  단단한 핏줄이 솟아있는
  철인의 허벅지를 보고
  장엄한 산맥 같다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우리도 철인이 되어보자는 구경꾼들을 따라
  나는 바다에 풍덩 빠졌다.
  바다엔 사람들이 뒤엉켜 서로의 눈에
  물을 튀겼다.

 

  7시간 만에 육지로 나온 나는
  철인들을 생각하며 페달을 밟다가
  비틀거리며 풀숲으로 나뒹굴었다.

 

  그날 나는 20시간 동안 잠을 잤다.
  구경꾼들과 함께 손뼉 쳤던
  그 장면을 되새기며..

 

  다음날 나는 풀이 죽어
  산책용 자전거에 마카롱과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책 한 권을 싣고
  한강변을 달렸다.

 

  두둥실 떠다니는 오리 배와 눈이 마주쳤다.
  눈망울이 너무 귀여워
  나도 오리 배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페달을 밟다가
  나의 애정 하는 책과 마카롱이 생각났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마카롱 한입을 베어먹고 책 한 페이지를 넘겼다.
  해 질 녘 나는 책을 덮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오늘의 목표를 완주한 나에게 박수.

 

  <제44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수상소감>
  <각자의 경쟁>이 가작으로 선정됐다는 문자를 받고 너무 기쁘고 놀랐습니다. 문자를 받은 장소와 제가 시를 쓴 장소가 같아 감회가 새롭기도 했습니다. 제가 항상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자리가 있습니다. 취업 준비를 위해 매일 영어공부를 하곤 했는데, 그때 이 시에 대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미 몇 번 취업 실패를 겪은 저는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나’라는 사람이 가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좌절 뒤 저는 저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게 됐고 나를 너무 심하게 몰아세웠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 뒤로 저는 제 페이스에 맞춰 다시 공부하며 가끔은 산책을 하기도, 좋아하는 책을 읽기도 해 조금은 여유를 가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의 시에 등장하는 ‘철인들’ 역시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과의 경쟁에서 실패했다고 해 인생의 낙오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강변을 산책하는 이 시의 화자는 어쩌면 현실 때문에 다시 철인 레이스에 뛰어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끔은 여유를 갖고 지난날의 실패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시를 읽어주신 분들 또한 누군가와 경쟁을 하고 있다면 가끔은 여유를 갖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학술문예상 공모전은 제가 진지하게 문학 작품을 쓰는 시간을 갖고 제 삶을 성찰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공모전이 많이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경쟁>을 가작으로 선정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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