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라
황우석,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라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5.09.12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 3일, 황우석 교수팀은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스너피’는 4월 24일 오후 7시,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에서 태어났다. 어미 개의 배를 갈라 제왕절개로 태어난 스너피는 그 당시 550g으로 지극히 정상이었다. 이는 2002년 8월 개 복제 연구를 시작한 뒤 무수한 실패를 거쳐 2년 8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이는 지난 해 4월 미국 피츠버그대학 제럴드 새튼 박사가 ‘사이언스’지에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를 복제하면 염색체 이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배아를 얻을 수 없다’고 발표한 후, 세계의 복제 전문가들도 포기한 영역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실험의 성공은 비단 황 교수팀만의 성과가 아니라, 실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영광이 되었다.

 
 황 교수팀은 지난 1999년 2월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바 있지만, 1년 전 일본에서 먼저 복제 소가 탄생하였기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2년에도 유전자를 변형시킨 돼지를 복제했지만 그도 2년 전 영국에서 성공한 후였다. 드디어 세계 최초의 개 ‘스너피’가 탄생했지만, 그에 이어 두 번째로 탄생한 복제 개는 22일 만에 폐렴으로 사망하는 등, 개 복제에 난항을 겪기도 하였다. 또한 지난 2002년 2월에는 수정되지 않은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여기에 체세포의 핵을 옮겨 심는 방법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데 성공하였다. 이는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 줄기 세포를 얻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더욱이 지난 5월에는 척수신경 마비, 당뇨병, 면역 결핍 등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인하대학교에서 생명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윤정희(대학생.21)씨는 “황 박사님의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생명공학 산업의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며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줄기 세포란, 간이나 심장 등 구체적 장기를 형성하기 직전 단계의 세포로서,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를 말한다. 또한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세포 또는 모든 장기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만능 세포로도 불린다. 인간의 경우, 줄기 세포는 수정란이 처음으로 분열할 때 형성되는 만능 줄기 세포, 이것이 계속 분열하여 만들어지는 배아 줄기세포 그리고 성숙한 조직과 기관 속에 들어있는 다기능 세포,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계 최초 복제 개 ‘스너피’가 등장하자, 우리 나라는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이러한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문제가 된 것은 단연 생명 윤리적 측면이었다. 종교계에서는 생명의 영역은 인간이 넘어서는 신의 영역이며, 인간 복제가 가능한 배아 줄기세포 배양보다는 성체 줄기 세포 배양을 선호한다. 이에 반해, 과학적 입장은 손쉽게 줄기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배아 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에 한하여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 차이의 출발점은 ‘언제부터 인간이냐’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과학적 관점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뒤 2개월까지는 배아, 그 이후를 태아라고 부른다. 이주희(대학생.24)씨는 “사람의 생명이 달린 불치병이나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 윤리는 둘째 문제이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초구에 위치한 관심사 주지 태범 스님은 “배아 복제를 전적으로 반대하는 바는 아니지만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며 “더 많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는 생명 윤리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리적 문제 못지않게 또 하나 생각해야 보아야 할 것은 ‘황우석 신드롬’으로 까지 번진 우리의 반응이다. 연구 결과 발표 후 모든 국민은 황우석 박사 업적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의 공을 높이 사며 흥분했다. 암이나 당뇨병, 척추 손상과 같은 불치병의 치료는 인간의 오랜 숙원이자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꿈이었으며, 이번 연구 성과는 이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정부마저 올 연말까지 생명공학 분야에 7086억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그동안 투자 비용에 비해 빠른 성과를 얻어내기 힘들어 외면 받아오던 생명공학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취업 정보 전문업체 인쿠르트에서 최근 인사 담당자와 헤드헌터, 연구원 등 직업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2005년 10대 유망직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 해 7위에 머물렀던 ‘생명공학 전문가’가 3위로 뛰어오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뜨거워진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정도 자제될 필요가 있다. 마침 때맞춰 출간된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라는 제목의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연구 성과는 분명 대단히 주목받아 마땅한 것이긴 하지만, 무비판적 열광은 연구하는 당사자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동시에 한 개인의 신화화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은 앞으로 더욱 더 무한히 발전할 그들의 연구를 묵묵히 응원하고, 과학과 종교의 대립을 넘어 조용히 지켜봐주는 것만 남았다. ‘언론 취재에 더 이상 응하지 않겠다’던 황우석 박사의 말에 담긴 뜻처럼 우리는 그들의 연구를 연구 그 자체로만 보아야 할 것이다. 난관에 부닥쳤을 때마다 황 교수가 팀원을 북돋기 위해 했던 “하늘을 감동시킬 때까지 실험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면, 우리를, 그리고 전세계를 놀래킬 만한 기적은 또 다시 탄생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