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둔 꿈을 펼쳐 만들어가는 이야기
접어둔 꿈을 펼쳐 만들어가는 이야기
  • 나재연 기자
  • 승인 2018.11.27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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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장의현>

  어렸을 적, 관심사와 관련된 직업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일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성인이 되고 나서 사람들은 대부분 꿈을 접어두고 다른 길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대로 사라질 것 같은 꿈은 시간이 흘러 돌아본 마음속에 고이 접어둔 상태로 남아 있곤 한다. 그러다 우리가 꿈꾸던 형태가 아니더라도 그 꿈을 다시 펼쳐볼 기회가 오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이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일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장의현 씨(이하 장 씨)를 만나봤다.
 

  오랜 시간 품어온
  꿈 한 조각

  장 씨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저는 아름다운 선율을 좋아해요. 음악을 들으면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마음이 안정되고 저 자신이 착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살다 보면 갈등을 겪거나 힘든 일을 마주해야 할 때가 많은데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고 있으면 세상 전체가 아름다워 보였어요. 아주 어릴 때는 동네에 달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라디오가 보급되고 난 후에는 밤새 라디오에서 나오는 한 가지 노래를 듣기도 했어요. 나이를 먹은 지금도 그때처럼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장 씨는 음악을 업으로 삼고 싶었지만, 다른 직업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장 씨는 중년에 이르러 자신이 하고 싶었던 분야의 아마추어 활동을 시작했다. “20대에는 정말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뭐든 좋으니 음악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노래를 못하니, 악기 연주를 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반주를 하려고 했는데 제가 반주를 잘하지 못해서 결국 그것도 할 수 없었어요. 이후 다른 직업을 갖게 됐는데 그 후에도 마음 한 구석에 못다 이룬 꿈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아있었어요. 그렇게 살아오다가 40대를 넘기고, 50대가 되고 나니 제가 못 해봤던 것을 이뤄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작해 지금 합창단과 아카펠라를 하고 있어요.”


  우연으로 주어진
  연극과의 인연

  장 씨는 ‘극단 동동’에 속해있는 아마추어 연극배우기도 하다. 연극을 시작할 기회는 장 씨에게 우연히 찾아왔지만, 이후 연극배우가 되고자 한 장씨의 결심은 우연이 아니었다. “연극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연극에서 직접 연기할 생각을 해보진 못했어요. 그런데 ‘극단 동동’의 연출자인 제 지인이 언젠가 저에게 연극에 참여해볼 것을 권유했어요. 당시에는 사정이 있어 못하겠다고 거절했지만, 제안을 받고 점점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게 됐죠.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연극배우가 되고자 결심한 계기가 생겼어요. 당시 저는 자신이 자기주장이 강한 성향, 즉 에고(Ego)가 강한 성향이란 사실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살면서 많은 상황에 부딪히곤 했어요. 저는 제가 자신의 신념을 펼치며 앞으로 직진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 스스로의 완전함을 추구하며 타인보다 제게 초점을 맞춰 살아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것들에 상처를 입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과거에는 그 원인이 상황에 있다고 여겼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그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이에 지금껏 가져왔던 제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지인의 연극 출연 제안이 떠올랐어요. 연기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연기를 통해 ‘나’를 벗어나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제가 스스로 극단의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다양한 배역으로 경험한
  타인의 삶

  장 씨는 연극을 위해 연기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첫 연극은 <아쉬운 유산>이라는 연극이었어요. <아쉬운 유산>은 아픈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어머니의 유산을 노리고 모인 자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당시 제가 맡은 역할은 아픈 어머니에게 잘 보여 유산을 많이 상속받으려는 욕망을 가진 아들이었어요. 처음 공연을 할 때, 무대 뒤에서 연극이 진행되는 소리를 들으며 등장할 시점을 살피다가 무대에 올랐어요. 그 순간 너무 긴장한 나머지 두 손은 땀으로 미끈거리고 몸은 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굳어버렸어 요. 그 상태로 대사를 말하며 연기하는데 고요한 온 극장에 오로지 제 목소리만 들렸어요. 그때 제 대사가 ‘어머니, 저예요.’였어요. 아픈 어머니를 찾아와 처음으로 건넨 말이었죠. 지금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또 <하얀 앵두>라는 연극에서는 ‘권오평’이라는 지질학자 역할을 맡았는데, 이 역할이 제게 몹시 인상 깊었어요. 그는 교수가 되기 위해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귀국해야 했어요. 당시 그는 바로 아내의 장례를 치르러 한국에 오지 않고, 연구를 마저 진행하고 돌아오죠. 그런데 이 선택이 그 스스로에게 큰 상처로 남아요. 그는 아내가 죽었다는 것을 실감하지도 못하고, 이로 인한 상처를 애써 감추며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그의 감정을 생각하고 연기하면서 그에게 안타까운 감정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 역할에 애착이 가고 더욱 기억에 남아요.”

연극 <아쉬운 유산>(위)과 <안티고네>(아래)에서 장의현 씨가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다.<제공/ 장의현>

  하고 싶은 일을 조절해
  서로 좋은 영향을 주다

  장 씨는 합창단과 아카펠라, 연극배우까지 세 가지의 활동을 본업과 병행하고 있다. 기자는 많은 활동을 어떻게 병행할 수 있는지 물었다. “세 가지 활동 모두 무대에서 공연하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해요. 저는 얼마 전에 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서 공연했어요. 그리고 다음 달과 내년 1월에는 각각 연극 공연과 아카펠라 공연이 예정돼 있어요. 이 공연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상황에 따라 어떤 활동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둘 것인가를 고려하며 미리 준비해야 해요. 하겠다고 마음만 먹고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욕심을 부리며 앞서 나가지 않고, 정도를 조절하며 활동을 해나가는 거예요. 그리고 평소 저녁시간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도 하고요.(웃음)”

  또한 장 씨는 세 가지의 일이 서로 다르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음악과 연극은 각자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에는 선율과 발성이 있어 전체적으로 정형화된 틀에 맞춘다는 느낌이 있죠. 그런데 연극은 달라요. 연극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사소한 디테일까지 채워 연기해야 하는데, 그러면서 함께 연기하는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야 해요. 그래서 연극은 굉장히 역동적인 활동인 반면에 음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활동 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하지만 세 가지 모두 문화와 관련된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또한 제게 이 활동들은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제 삶을 풍요롭 게 하는 일이라는 공통점도 있죠. 그래서 이 세 가지가 만들어내는, 문화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사고방식이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해요.”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라

  장 씨는 일단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모두 달라요.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우월한 것은 없어요. 그러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거죠.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것이 바뀌어도 상관없어요. 그럼 새롭게 하고 싶은 것에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죠. 물론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해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어요.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해보면서 자신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면 돼요. 망설이기보다는 일단 도전해보세요. 그 후에 자신에게 맞춰가도 늦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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