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이 소소하지 않은 이유
소확행이 소소하지 않은 이유
  • 이예림 문화학술부장
  • 승인 2019.03.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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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전시회 보러 가기, 혼자 먹고 싶은 것 먹으러 가기, 혼자 영화 보러 가기, 혼자 서점 가기 등 난 최근 혼자 하는 활동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과거 난 혼자 영화도 못 보고 카페도 못 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혼자 다니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나만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을 누리는 것을 즐기게 됐다. 과거의 난 소확행을 무시하며 살았다. 나는 취미생활이나 무언가에 대한 기호가 없기도 했고, 크고 확실한 행복만을 좇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게 큰 행복이란 남의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 특목고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내신 성적을 왜 그렇게 챙기냐고 묻는 친구의 질문에 난 차마 ‘잘하는 게 없으니 성적으로라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라고 말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에 목매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라는 부모님의 조언에 난 차마 ‘대학에 못 가면 남들이 무시할 것 같아서 그러지 못하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러다 대학에 온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행복하지 못했다. 대학에 오면 크게 행복할 줄 알았고 더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이 찾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이는 큰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에 왔다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나를 비껴가진 않았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영원하지도 않았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계속해서 찾아왔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떠나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나는 남에게 나를 맞추고 재단하며 인정받기 위해 급급했다. 난 결국 큰 행복을 누리려다가 소확행을 놓치고 살았다.

  작년 말, 나는 여러 상황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와중에도 연말인 만큼 약속도 많고 사람들과 만날 일이 잦았다. 한동안 난 자연스럽게 웃지 못해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내가 웃지 않고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날 불편해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억지로 웃고 있으면 사람들이 내가 우울한 것을 눈치채고 불편해할 것 같아 무서웠다. 당시 몸도 마음도 지친 상황에서 남이 불편하지 않게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결국 난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미뤄야만 했다.

  만약 내게 나만의 소확행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 만난 행복은 소소했을지라도 내게 큰 의지가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다. 올해 내 목표는 지금까지 내가 놓치고 살았던 소확행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겐 별거 아닌 목표일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작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것은 행복의 크기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 나서야 생긴 소중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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