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봐요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봐요
  • 정지원 기자
  • 승인 2019.03.19 1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정예은 기자>

  어렸을 적 유행하던 해외 드라마를 보면서 외국인의 모습으로 우리말을 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했던 한 소녀는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후 성우와는 거리가 먼 분야로 대학을 졸업하지만, 그는 그의 오랜 꿈을 향해 달리고자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성우에 대해 배워간다. 4년이란 시간 끝에 꿈을 이룬 그는 약 20년간 성우 활동을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 현재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코난’ 성우로 유명한 김선혜 성우(이하 김 성우)를 만나봤다.



  Q. 어렸을 적부터 성우가 되고 싶었나요?
  어렸을 때 유행하던 해외 드라마를 보면서 성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외국인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이 나오는데, 외국인은 아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했거든요. 이렇게 시작된 궁금증으로 ‘성우’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그 직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Q. 성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대학을 졸업한 후, 성우 학원에 등록하려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제가 살던 곳에는 성우 학원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서울에서 제 사정을 고려했을 때 가장 괜찮은 학원이었던 ‘KBS방송아카데미’에 등록했어요. 그리고 저와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 함께 수업을 듣고 연기 연습을 했어요. 당시에 있었던 라디오 방송 <사랑의 소리 방송>에서 2~3년간 라디오 드라마를 녹음하기도 했고요. 그곳에서 투니버스 공채 성우로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 같아요.
 

  Q.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많은 취업준비생이 느끼듯이 미래가 불투명했던 게 힘들었어요. 제한된 인원을 뽑는 시험에 합격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공부할 때 항상 압박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연기는 다른 공부와 다르게 주관적이잖아요. 수학에서는 1 더하기 1이 2라는 게 명확하지만, 연기는 제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으니까요. 제가 대학에서 전공으로 연기를 배운 게 아니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지적당하면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Q. 성우로서 첫 작품을 맡았을 때 어땠나요?
  성우가 되고 처음으로 작품에 참여할 때 기뻤지만, 그것보다 긴장되는 마음이 더 컸어요. 제가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됐죠. 그래서 성우를 준비할 때보다 열심히 연습했어요. 저를 가르쳐준 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요. 당시에는 처음이어서 더 심하게 긴장했겠지만 사실 지금도 여전히 그래요. 긴장을 잘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일단 연기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요즘에도 연기 전에 심호흡을 하고, 좋은 생각을 하면서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어요.
 

  Q. 성우는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인데, 목에 무리가 온 적이 있나요?
  제가 성대 자체가 약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큰 소리를 내야 할 때가 많아요. 게다가 평소 대화할 때도 크고 빠르게 말하는 편이고요. 그래서인지 성대결절에 걸린 적이 있어요. 그때는 목이 완전히 쉬어버려서 ‘안녕하십니까’를 말하면 ‘안’과 ‘까’만 들리는 정도였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씩 목에 성대를 강하게 하는 주사를 맞고 있어요. 사실 저는 이거 외에 딱히 목을 관리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목을 상하게 하는 생활습관은 없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성우가 그렇듯 목을 보호하기 위해 스카프를 하고 다녀요. 감기에 걸리면 안 되거든요. 감기에 걸리면 콧소리가 많이 나서 목소리가 변하기도 하고, 그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면 가뜩이나 안 좋은 성대를 긁게 되니까 목을 더 상하게 해요. 그래서 특별하게 목을 관리하지는 않지만,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항상 주의하고 있어요.
 

<사진/정예은 기자>

  Q.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많은 분이 코난을 기억해주시니까 코난이 제 인생 캐릭터긴 해요.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의 ‘웨다’예요. 제가 처음으로 맡았던 주연이었고, 존경하던 강수진 성우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거든요. 지금은 강수진 성우와 <명탐정 코난>에서 코난과 ‘남도일’로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에서는 지금과는 다르게 남녀의 케미가 오가는 작업이었어요. 강수진 성우의 팬으로서 영광스럽기도 했고요. 그리고 작품 자체도 엽기적이고, 매력적이고, 재미있었어요.(웃음)

 

  Q. <명탐정 코난>은 일상물이 아니라 추리물인데, 코난을 연기할 때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나요?
  주변에서는 코난이 소리를 많이 지르고, 사건의 증거를 찾겠다고 뛰어다니니까 힘들지 않은지 많이 물어봐요. 그런데 그건 전혀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진지하게 추리할 때가 정말 힘들어요. 평상시에 쓰지 않는 과학적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신기한 범죄 수법도 많이 나오는데, 이걸 다 아는 척하면서 연기해야 하거든요. 제가 코난을 16년간 연기하면서 알게 된 추리 상식은 ‘청산가리를 먹으면 입에서 아몬드 냄새가 난다’ 정도인데 어려운 말을 입에 붙게 하려니까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집에 원작인 만화책을 사두고 아직 애니메이션으로 나오지 않은 부분을 소리 내서 읽어봐요. 입에 붙기 힘든 말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까요.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해도 정말 제가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연습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 코난을 대신해 ‘유명한 탐정’이 대신 추리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유명한 탐정을 맡은 이정구 성우가 코난은 말이 너무 많다면서 농담처럼 불평을 하기도 해요. 유명한 탐정이 추리를 맡게 되면 코난은 자연스레 분량이 줄어드니까 저는 너무 감사하죠.(웃음)

 

  Q. 성우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성우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를 뜻해요. 그 역할을 다하면서 이차원의 캐릭터를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영상 속에서 그림으로만 존재하는 캐릭터지만, 거기에 성우가 그의 목소리를 녹음해 영상에 넣으면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거예요. 저는 이 점이 성우의 역할이자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Q. 배우나 가수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더빙에 참여하면서 예전보다 성우의 입지가 좁아졌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받아들여야죠. 물론 방송 자체가 시청률을 중요시하고, 상업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명성이 높은 연예인이 더 많은 돈을 받고 녹음하는 것에 성우들이 속상해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그들을 무조건 배척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성우로 진출하는 것처럼 성우들도 다른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게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저희도 그에 맞춰 살아가야 하니까요.

 

  Q. 앞으로 어떤 성우가 되고 싶나요?
  정말 전형적인 대답이지만 저는 연기를 잘하는 성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제가 그 캐릭터에 맞게 연기하고 있는지, 그 목소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경직돼 있지 않고 편하게 연기하고 있는지 고민해요. 고민 끝에 저 스스로 연기를 잘하고 있다고 느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괴로워해요. 앞으로 연기하는 법과 호흡법을 더 배워가야죠.

  그리고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게 제 올해 목표예요. 애니메이션 더빙을 계속하고 있지만, 내레이션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다른 분야에서의 저로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