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이기주의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 김희선(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19.04.01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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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나는 할머니 댁에서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날은 오전부터 속이 안 좋았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조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으로 가는 동안 차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잠시 쉬어가려 했던 휴게소에서 결국 사건이 터졌다. 화장실에서 나온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 후 정신이 돌아왔을 때, 나는 아직 병원이 아닌 휴게소에 있었다. 119를 부른지 10분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때쯤, 그제야 응급 차량이 휴게소로 도착했다. 응급 차량이 늦은 이유는 단순했다. 차들이 움직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길을 비켜달라는 사이렌 소리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차들은 조금도 비켜줄 마음이 없었다. 이 때문에 병원으로 향하는 시간도 매우 오래 걸렸다. 그날 내가 느낀 것은 이기주의 대한민국이었다.


  그로부터 5년 후, 나는 의료 현실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의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운영하는 ‘닥터헬기’가 시끄럽다는 민원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가 폐쇄의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응급상황에서는 ‘골든아워(golden hour)’가 중요하다. 골든아워란 응급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가능성이 높은 귀중한 시간으로, 이때를 지나기 전에 치료가 이뤄져야 환자가 살아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증외상환자가 골든아워 안에 수술하지 못하는 경우가 70%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분초를 다투는 ‘하늘 위 응급실’ 닥터헬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근 주민들이 헬기 소리 때문에 아기가 경기하고 집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항공청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청은 병원 측에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헬기장 폐쇄를 고려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외상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헬기장의 유지가 필수조건이기에 헬기장을 없애면 외상센터 지정도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게 무엇일까. 생명보다 더 소중한건 없을 것이다. 오늘 이 시간에는 내가 숨 쉬고 있지만, 내일 이 시간에는 갑작스런 사고를 당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언제까지 바라만 보는 입장일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잠시 불편하다고 느껴 배려하지 않은 것 때문에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비극적인 일을 겪고 있다. 내 5년 전과 현재, 의료 시스템은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중증외상의료센터의 문제에 앞장서야 한다. 양적으로 중증외상의료센터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개개인은 무관심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넘기지 말아야 하며 정부가 응급 의료에 지원할 수 있도록 이들의 편에서 목소리를 함께 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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