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전복, 66년만의 해방
7년만의 전복, 66년만의 해방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9.04.15 2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는 66년 동안 유지됐던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 269조 1항 자기낙태죄와 의료진을 처벌하는 270조 1항 의사낙태죄(이하 낙태죄)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낙태죄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돼야 한다. 정해진 시한까지 낙태죄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이는 2021년 1월부로 법적 효력이 상실돼 전면 폐지된다.

  2012년, 헌재는 낙태죄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자기낙태죄에 대해 “임산부가 낙태하는 것 자체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낙태죄에 대해 “낙태는 대부분 의료업무 종사자를 통해 이뤄지는데,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경미한 벌금형은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게 억제력을 주기 어려운 만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헌재의 판결과 달리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낙태죄로 인해 여성이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당할 뿐만 아니라 생명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조사에 참여한 여성 10,000명 중 7,540명이 ‘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7년 만에 다시 열린 재판에서 헌재는 과거의 판결을 뒤집어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임신부가 강제로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하게 만들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며 “자기결정권에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 상태로 유지해 출산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낙태죄 폐지를 외쳤던 많은 시민단체와 여성운동단체는 이같은 판결을 환영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는 입장문을 통해 “형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우리는 ‘낙태’가 죄가 아니라, ‘낙태죄’가 명백한 인권 침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시민단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과 시민 500여 명은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환영 집회를 열며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반겼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국회는 낙태죄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형법상 낙태의 죄를 삭제하고 모자보건법상 인공 임신중절의 허용한계를 대폭 넓힌 개정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에 인권단체 및 여성단체는 임신중절을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는 개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한다. 민우회는 “국회와 정부는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분명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며 “또한 다양한 상황에 처한 국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낙인찍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지지하고 보장하는 국가, 시민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로써 낙태죄 폐지를 위해 행동한 사람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그 결실을 완전히 누리기 위해선 낙태죄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두의 노력이 반영된 유의미한 개정안을 통해 우리나라가 낙태죄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서현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이서현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