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가 존중받는 사회를 꿈꿔요
모든 어린이가 존중받는 사회를 꿈꿔요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9.04.16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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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상상하기를 즐겼던 아이는 어른이 돼서 가짜가 진실로 둔갑하는 사회를 마주한다. 그는 그러한 사회에 맞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사회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약자인 어린이가 자유롭게 꿈꾸고 존중받는 사회가 가장 좋은 사회라고 말한다. 동화책을 통해 많은 어린이의 마음을 치유하며 어른의 마음까지 보듬는 우리대학 동문 임정자(국어국문 84) 작가(이하 임 작가)를 만나봤다.



  책 속 세상과는 달랐던 현실
  임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제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실 정도로 가난했어요. 그래서 본인이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을 갖고 있었어요. 그 한을 저와 언니들에게 책을 사주면서 해소한 것 같아요. 전 집에 책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책을 읽었죠. 책을 읽고 학교에 가면 친구에게 책 내용에 상상력을 더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친구가 재밌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즐거웠던 추억이 있어요.”

  이후 임 작가는 우리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중학생 때부터 시조를 쓰기 시작했어요. 정해진 글자 수로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렇게 글을 쓰고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문학에 관심이 생겼고, 학교 공부를 하면서 따로 국문학을 공부했어요. 그래서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해 국문학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우리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임 작가는 우리대학에 재학할 당시 학생운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우연히 창작과 비평 영인본을 읽었어요. 그 당시 국문학도들이 창작과 비평 영인본을 많이 읽었거든요. 근데 그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책에서 베트남 전쟁을 다루는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알고 있던 베트남 전쟁은 공산주의인 베트콩을 물리치는 미국의 영웅담이었어요. 그러나 책을 읽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운동에 관심이 생겨 활동하게 됐어요.”

  임 작가는 대학을 다니며 학생운동과 관련된 동아리를 운영했다. “저는 우리대학 운지문학회에서 활동했어요.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시를 쓰곤 했죠. 다른 동아리원들과 책에 대해 얘기하다가 사회과학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학생운동을 숨어서 하기보다 조금 더 개방적으로 해보자는 의미였죠. 그래서 제3세계 정치·경제 연구반 ‘예토’를 만들어 외국의 여성영화나 독립영화의 원본을 학교에 갖고 와서 몰래 상영하고 토론하는 등의 활동을 했어요. 이때의 활동은 제가 지금 가진 철학의 토대가 될 만큼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이야기
  대학을 졸업한 임 작가는 우연히 동화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학생운동을 한 이력이 있어서 일반 기업에 취직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역 단체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사러 서점에 갔더니 아무리 찾아봐도 아이들이 읽을 만한 좋은 동화책이 없는 거예요. 좋은 동화책을 찾아도 거의 다 외국 작가의 책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읽을 만한 동화책을 직접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동화를 쓰기 위해 공부하면서 동화작가가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임 작가의 동화책은 많은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 동생 싸게 팔아요>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어렸을 때 동생을 돌보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로하려고 쓴 책이었죠. 이 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러 초등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울면서 서로 형제, 자매들과 싸우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이 잦아서 곤란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나 그만큼 제 책이 아이들에게 위로가 됐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껴요.”

  임 작가의 동화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읽는다고 한다. “좋은 동화책은 아이들과 어른이 읽고 감동을 받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아이들과 어른 모두가 읽기 좋은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하죠. 특히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은 아이들보단 어른들이 많이 읽는 책이에요. 이 책은 많은 할머니께 감사를 전하기 위해 쓴 책이에요.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우리의 많은 할머니, 어머니의 희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지루하고 따분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분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는 것을 알리고 감사를 전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 책을 자주 읽고 좋아하셔서 제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에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삶
  임 작가는 현재 ‘어린이청소년책 작가연대’(이하 작가연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연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생긴 단체에요. 동화작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어린이와 청소년이 ‘내가 쓴 동화책을 읽었던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작가들에겐 큰 책임감으로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많은 동화작가와 함께 분향소를 지키고 서명을 받았어요. 그리고 전시 활동과 북 콘서트 등을 하면서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죠. 그러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이 힘을 모아서 n앞으로 함께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보자는 의미로 작가연대를 설립했어요.”

  작가연대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그들을 돕는 활동을 한다. “작가는 블랙리스트처럼 거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창작의 자유를 훼손당하기도 해요. 작가연대는 작가가 이러한 침해 없이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그리고 작가가 저작권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와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작가와 출판사가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해서 그들의 창작 활동을 보호하는 거죠. 이외에도 항상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요. 나이가 가장 어린 어린이와 청소년만큼 지위가 약한 사회적 약자는 없으니까요.”

  임 작가는 현대사회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고 한다. “미투 운동과 청소년들의 권리선언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청년들이 사회문제를 의식하며 자연스럽게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운지문학회를 찾아갔을 때 후배들이 서로 ‘학우’라고 부르면서 존칭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저희는 같은 학번이면 무조건 말을 놓았거든요. 이런 문화로 시작해서 모든 사람이 존중 받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그래서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가 사회에 반영될 때가 오길 바라요.”

  우리대학의 후배들에게
  기자는 임 작가에게 동화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어린이도 사람으로서 본인이 속한 공동체의 희로애락을 느껴요. 동화작가는 동화를 통해 어린이의 희로애락을 공감하며 글로 표현하죠. 그렇다고 단순히 재밌기만 하면 안돼요. 철학적 요소를 함께 담아내 어린이가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죠. 이런 동화책을 쓰기 위해 동화작가는 다양한 분야를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어른의 시선이 아닌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글을 쓰는 연습도 해야 하고요.”

  임 작가는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삶을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해 인문학을 접할 것을 권했다. “얼마 전 ‘차별에 찬성한다’는 말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가장 건강하고 자유로울 나이에 얼마나 힘들면 그런 생각을 할까 싶더라고요. 요즘 대학교에 가보면 저희 세대와 다르게 자유롭게 노는 동아리가 없어요. 많은 대학생이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만드는 20대를 강탈당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죠. 이런 시대라서 힘들겠지만 후배들이 조금 더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많은 사람과 토론하며 삶을 깊이 있게 만들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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