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정쟁, 깊어져 가는 실망
끝나지 않는 정쟁, 깊어져 가는 실망
  • 나재연 기자
  • 승인 2019.05.08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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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유 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하 한국당 해산 청원)이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됐음에도 걸핏하면 장왜투쟁과 정부의 입법 발목잡기를 하고 (중략)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며 “반드시 자유한국당을 해산시켜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길 간곡히 청원한다”고 전했다. 해당 청원은 많은 이들의 동의를 받아 지난 4일 기준 176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청원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의 역대 최다 청원 기록인 119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에 지난달 29일, ‘더불어 민주당 정당해산청구’(이하 민주당 해산 청원)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한국당 해산 청원의 청원내용을 민주당에 대한 말로 바꿔 넣어 더불어민주당의 해산을 요구했다. 민주당 해산 청원은 지난 4일 기준 29만 명을 넘어서며 청와대의 청원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두 정당의 해산 청원을 불씨로 대립이 끊이지 않았던 두 정당의 정치적 공방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 해산 청원이 북한을 배후로 두고 이뤄지고 있는 가짜 여론몰이라며 이를 음모로 치부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원장은 청와대의 매크로 조작이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청와대는 북한의 개입을 부인했다. 그리고 국민청원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매크로 징후는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해산 청원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민주당 해산 청원은 곧 참여자 3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는 한국당·민주당 해산 청원이 모두 청원 답변 기준을 충족해 두 청원을 같은 사안으로 보고 한꺼번에 답하겠다고 전했다.

  정당 해산 청원은 지난달부터 이어지고 있는 *패스트트랙 지정으로부터 벌어지는 국회의 극심한 갈등을 본 국민들이 실망을 표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회의실 앞을 점거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에게 크게 비난을 샀고, 당시 주목받고 있던 한국당 해산 청원의 참여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원치 않는 업무에 억지를 부리는 몰상식한 행동에 그들에게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한편 청원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 청와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는 KBS에서 정당 해산 청원으로 인해 정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국회 정상화가 늦춰질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갈등을 잠재우고 현재 쌓여있는 시급한 사안들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지적했듯 국회는 불필요한 편 가르기를 멈추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청원 사태는 국민을 위한 정치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모습에 대한 실망의 표출이다. 청와대와 국회는 그들의 모습을 성찰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불만이 언제든 다시 터져 나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패스트트랙: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심의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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