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작가와 함께한 제19회 작가와의 대화
강원국 작가와 함께한 제19회 작가와의 대화
  • 정예은 기자
  • 승인 2019.05.0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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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우리대학 대강의동 203호에서 본사가 주최하는 제19회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본 행사는 매년 국내 유명 작가를 초대해 주최하는 강연회로, 올해는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저자인 강원국 작가가 초청돼 글쓰기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는 △작가 소개 △강연 △질의응답 △추첨 이벤트 △사인회 순서로 진행됐으며 행사에 180여명의 학우들이 참석해 성황리에 강연을 마쳤다.
 

<사진/정예은 기자>

  우리는 왜 글을 쓰기 어려울까?
  글을 쓰기 어려운 이유

  글을 쓰기 어려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먼저 글쓰기는 원래 어려운 거예요. 우리는 이렇게 어려운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보는 경험도 부족해요. 그러니 어려울 수밖에 없죠. 또 글을 많이 안 써봐서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제 세대는 어렸을 때 펜팔도 쓰고, 문학 소설도 써보는 등 글을 쓴 경험이 있었는데 여러분은 학창시절에 글을 여유 있게 쓸 시간도 없었을 거예요.
 

  다음으로는 호기심을 가질 수 없는 환경 때문이에요. 우리는 어렸을 때 질문을 많이 했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점차 질문을 안 하게 됐어요. 글쓰기는 단순히 알고 있는 것,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게 아니고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활동이에요. 그래서 호기심이 많고 질문을 많이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어요. 또 우리는 학교에 다니며 다른 데 관심 가질겨를 없이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에만 관심을 가져야 했어요.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양하게 수반돼야 해요. 글을 쓰려면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자기만의 해석을 할 일이 별로 없었던 거죠.
 

  또 재밌고 상상력 있는 사람이 글을 잘 쓸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람이 되기 쉽지 않아요. 재밌고, 잘 놀고, 잘 까부는 사람은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일 거라고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렇지만 재미를 추구하고 잘 노는 사람이 독자의 시선을 끄는 글을 잘 쓸 수 있어요. 또 상상력이 좋으려면 실패에 담대해야 해요. 상상한다는 건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실패하면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니까 실패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환경에서는 우리가 글을 잘 쓰기 어렵고 글쓰기가 두려울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글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공감 능력의 부재 때문이에요. 공감 능력은 세상을 상대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에요. 즉 사람에 대한 이해 능력이죠.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공감하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뒤처져요. 상대를 위하고 상대에게 공감하는 동안 상대방은 혼자 저 멀리 앞서나가거든요. 사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남의 말을 잘 따라 하는 사람을 선호했어요. 읽기와 듣기를 잘하는, 남의 콘텐츠를 잘 소비하고 잘 소유하는 사람이 필요했죠. 그런데 이제는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 독자적 콘텐츠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예요. 생산자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구축해 말하고 쓸 줄 아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높고 감성적인게 유리하죠.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글 쓰는 방법 열 가지

  제가 깨달은 글쓰기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는 열 가지를 준비해왔어요. 첫째, 글을 쓰기 전에 소리내 말해보고 써보세요. 글은 독자의 반응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데 비해 말은 즉각적으로 청자의 반응을 알 수 있잖아요. 상대가 이해하지 못 하면 설명을 추가하고, 제 말을 믿지 않으면 근거를 대게 되죠. 그래서 말을 두서없이 하다가도 대화할수록 말이 점점 좋아져요. 처음에 말을 해보면 한두 마디밖에 생각이 안 나도 말할수록 점점 할 말이 늘어나요. 그래서 어떤 주제에 대해 8시간, 10시간 말할 수 있다면 책 한 권도 쓸 수 있게 돼요. 그만큼 글을 쓰기 전에 말을 많이 해봐야 해요.
 

  둘째, 두서없이 글을 쏟아낸 후 글을 정리해야 한다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후 글을 쓰려고 해요. 하지만 글을 첫 줄부터 쓰려 해도 전체적인 글의 윤곽이 정리돼야 첫 줄을 쓸 수 있거든요. 그러니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일단 써보고 눈으로 정리하세요. 그러면 두서 없이 쓴 내용 중에서 불필요한 내용, 요약할 수 있는 내용, 함께 쓸 수 있는 내용이 보여서 글을 정리할 수 있게 돼요.
 

  셋째, 글을 쓰기 전에 관련 자료를 최대한 확보한 후 그 내용을 줄이라고 권하고 싶어요. 최대한 많은 양의 자료를 확보하고, 남들이 참고하지 않는 정보를 모아 자료의 질을 높이세요. 여러분은 학창시절 내내 수업 내용 등을 요약했기 때문에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그러니 몽땅 자료를 찾고 줄여서 요약한 것으로 글을 써보세요.
 

  넷째, 글을 쓰기 전에 해당 주제를 다룬 책들의 목차를 수집해보세요. 저는 제가 쓰려는 주제의 책을 50권 추려서 목차를 복사해요. 50권의 목차를 모으면 2000개 정도의 제목이 있는데, 이때 50권의 책이 공통으로 다루는 내용을 찾으세요. 해당 내용은 그 주제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반드시 찾는 내용이니 여러분도 이 내용을 쓰셔야 해요. 그 후에는 다른 49권에 없지만 딱 한 권에만 있는 특별한 내용을 찾으셔야 해요. 한 권당 하나씩 특별한 내용을 추려보면 50줄의 목차 리스트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그 50줄의 제목 중에서 자신이 쓸 수 있는 내용의 제목을 골라 쓰는 거예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목차를 완성한다면 이미 글을 절반은 쓴 거예요.
 

  다섯째, 본인이 책을 쓰고 싶다면 책 쓰는 것을 먼저 상상하지 말고 A4용지 열 장만 써보라는 거예요. A4용지 열 장 분량의 글을 써놓으면 그 후에는 칼럼이나 논문 등 다른 자료를 접할 때 이 자료를 글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알 수 있어요. 눈덩이를 갖고 있으면 눈덩이가 구르면서 커지듯 A4용지 열 장의 글이 첫 눈덩이 역할을 하는 거예요.
 

  여섯째, 글을 쓸 때 여러분의 경험을 활용해 글을 써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러분이 가진 경험과 기억이 글의 실마리가 될 수 있어요. 기억이 잘 안 난다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장소, 문화 등을 접하며 기억을 떠올리면 돼요. 기억을 떠올린 후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의미를 붙여요. 내 경험에 의미를 붙이고 인용을 통해 내 경험을 보편화·일반화하는 거죠. 그러면 내 인생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도 겪는 일이라고 어필할 수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경험이 훌륭한 글이 될 수 있어요.
 

  일곱째, 방법은 고쳐가면서 글을 쓰는 거예요. 글을 처음부터 잘 쓸 수는 없어요. 먼저 시간을 정해놓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쓴 뒤에 글을 고쳐보세요. 글을 고치며 유의어를 찾아 더 좋은 어휘를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이 잘못 쓴 단어를 오답노트로 정리해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개선할 수도 있어요. 또 글을 읽는 장소와 방식에 따라 고치는 내용이 달라져요. 집, 학교, 버스 안, 카페에서 글을 읽거나 글을 모니터로, 종이로, 소리 내서 읽을 때 모두 내 글이 다르게 보여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고칠수록 글이 점점 좋아져요.
 

  여덟 번째, 독서를 하며 글을 쓰는 거예요.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떠올리려면 관련 소재를 읽고 듣고 눈으로 봐야 해요. 독서를 자주 하는 사람은 쉽게 글감이 떠오를 개연성이 높아요. 하지만 다독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다른 대안을 찾을 수도 있어요. 예컨대 글을 쓰기 전에 해당 주제를 다룬 칼럼을 읽고 동영상 강의를 듣고 여러 저서의 목차를 훑어보면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확신이 생기죠. 여기서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닮고 싶다면 그 작가의 글을 모방할 수도 있어요. 작가가 고사성어로 글을 시작했다면 나도 고사성어로 글을 시작해보는 거죠. 이처럼 좋은 글을 모방하면 자신의 문장력과 구성력이 좋아질 수 있어요.
 

  아홉 번째, 자신이 잘 아는 사람에게 말하듯 글을 쓰는 거예요. 구체적인 사람을 독자로 상상하면 작가로서 이 사람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 수 있어요. 또 상상 속에서 그 사람이 이해를 못 하거나 내 주장에 반박하면 가상의 피드백을 받으며 글을 쓸 수 있어요.
 

  열 번째, 평소에 글을 써보라는 거예요. 글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쓸 내용이 없어서예요. 그런데 글을 쓸 때 소재를 찾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어요. 글감은 평소에 만들어둬야 해요. 제가 지난해 6월에 <강원국의 글쓰기>를 출판했는데 이 책은 제가 평소에 끼적인 조각글에 기반해 작성된 책이에요. 저는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는데 제가 3년간 블로그에 쓴 글이 1,700개에 달해요. 레고가 많을수록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평소 글감이 많을수록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요.
 

  그럼 여러분은 평소에 뭘 써야 하는지 궁금할 거예요. 저는 일상에서 여섯 가지 소재로 글을 써요. 저는 먼저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나는 사건, 사람에 대해 써요. 두 번째로는 제 감정을 써요. 우울함, 열등감, 미움, 즐거움, 기쁨 등 제가 느낀 감정을 다뤄요. 세 번째로, 어제까지는 몰랐는데 오늘 알게 된 내용을 써요. 새로 알게 된 개념, 이론, 학설을 갖고 짧더라도 글을 쓰는 거예요. 네 번째로제가 깨달은 걸 써요. 현상의 원리, 방법이나 자신만의 인생관을 쓰는 거죠. 다섯 번째로는 제 의견을 써요. 누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쉽게 답하기 어렵잖아요. 그건 평소에 자신에게 질문을 안 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여러분은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자신에게 한 번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해 써요. 제 꿈과 희망에 관해 쓰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일상적으로 쓴 글이 1,700개가 넘었던 거죠. 평소에 이렇게 짧은 글을 많이 써봤다면 그 글들을 재료로 어떤 글이든 쓸 수 있어요.
 

<사진/정예은 기자>

  강원국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의 즐거움

  끝으로 제가 글을 쓰며 느끼는 다섯 가지 즐거움이 있어요. 첫째로, 글을 축적하는 과정에 대한 기쁨이 있어요. 예컨대 짧은 글을 쓸 때 번호를매기면 그 번호를 늘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거죠. 두 번째로는 생각하는 기쁨이 있어요. 운전하거나 길을 가다가도 쓸 거리가 생각나서 떠오른 생각들을 글로 쓰면 기분이 좋아져요. 세 번째로, 글을 쓰면 쓸수록 호기심이 생겨요. 글을 쓰면 글쓰기와 글의 주제에 대해 관심이 생겨 더 깊이 파고들게 돼요. 네 번째로 제 글에 대한 반응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글을 쓰면 독자의 반응이 오는데 그 독자의 반응을 즐길 수 있어요. 마지막 다섯 번째는 성장의 기쁨이에요. 글을 쓰는 사람은 매일 성장해요. 그리고 성장하는 만큼 삶이 재밌어져요. 글을 쓰면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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