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성평등을 말하는 교육을 꿈꾸다
자유롭게 성평등을 말하는 교육을 꿈꾸다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9.05.2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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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교육연구소 ‘이제’와 함께한 성평등 교육 이야기

  우리가 받았던 성교육을 생각해보면 하품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임신과 출산, 피임방법 등 정보의 깊이 없이 아는 내용만 반복되는 성교육 시간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으로 느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대로 우리나라의 성교육이 지속된다면 성평등 사회가 올 수 있을까? 이에 기자는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성평등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젠더교육연구소 ‘이제’(이하 이제 연구소)의 신그리나 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제 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이제 연구소는 2017년에 서울대학교의 여성학 활동과정에서 박사과정에 있거나 박사를 수료한 11명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기 위해 개소한 젠더교육연구소예요. 구체적으로는 △젠더 관련 교육 및 성평등 교육 연구 △젠더관련 교육 및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정책 개발 △학술행사 및 대중강좌 개최 △관련 타 단체와의 교류 등의 활동을 하죠. 연구원들은 교수나 강사, 인권센터 활동가 등으로 일하면서 이제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진행해요.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이 성평등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예전부터 청소년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여성단체나 청소년 성문화와 관련된 단체들은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을 대안으로 주장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고, 정부나 사람들이 이에 대해 주목하고 논의하니까 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이 커진 것 같아 보이는 거죠. 그래도 최근에 많은 사람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성평등에 대해 얘기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나라 성평등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요?
  저와 같은 연구원들은 성교육을 페미니즘 교육, 성평등 교육이라고 통칭해서 부르지만 학교에서는 △양성평등교육 △폭력예방교육 △성교육 △민주시민교육으로 성평등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요. 그런데 2015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양성평등교육이 의무교육에서 제외됐어요. 그래서 이를 제외한 교육들이 의무교육으로 진행되고 있고 각각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성평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성평등 교육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이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선 교과서는 성평등 교육을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성평등을 제대로 가르치기엔 부족해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주로 보건교사가 성평등 교육을 진행해요. 보건교사는 간호학을 전공한 선생님으로서 신체와 생식기능에 초점을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죠. 그러다보니 보건교사는 성평등이나 성인지 감수성 같은 가치관 교육을 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성평등 교육은 그 수업을 진행하는 보건교사가 성평등이나 성인지 감수성을 인지하는 정도에 따라서 교육이 진행되는 정도가 모두 달라요. 이런 편차를 줄이기 위해 2015년에 교육부가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 표준안이 성차별적 인식을 담고 있어 비판을 받았고, 이후 교사지침서만 남기고 다 폐기됐어요. 그후 아직까지도 보건교사가 성평등 교육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지난 1월, 이제 연구소와 정의당이 공동 기획한 '제1기 페미니즘 정치학교'의 모습이다. <제공/젠더교육연구소 이제>


  최근 스쿨미투가 발생하면서 교사가 성인지 감수성 및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었어요. 이런 교육이 교사의 성범죄나 성차별적 인식, 언행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단기간에 쉽게 이뤄지진 않겠죠. 교사는 일반 공무원보다도 성인지 감수성 및 페미니즘 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어요.공무원들은 ‘4대 폭력 예방교육’이라는 것을 매년 4시간씩 들어야 해요.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에 대한 예방교육을 각각 1시간씩 듣는 거예요. 이때 교육은 과거에 비해 성인지 감수성을 많이 포함해서 진행해요. 그래서 공무원들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서 개념적으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정도예요.

  스쿨미투가 일어난 이후 여성가족부나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예비교사나 교사를 대상으로 폭력예방교육이나 성평등 교육 강좌를 많이 개최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이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일회성 교육 강좌예요. 성평등 교육은 한 시간, 한번으로는 부족해요. 그래서 교육청에서 이런 강의를 더 자주 열어서 교사가 성인지 감수성과 페미니즘을 배울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리고 더 오랜 시간 동안 강의를 진행해서 단순한 정보 전달로 끝나지 않고 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몇몇 교육대학교(이하 교대)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면서 교사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어요. 교대에서 예비교사가 성평등 교육을 받도록 할 수는 없나요?
  전문가들도 교대에서 학생들이 성평등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에요. 저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구자료를 보면 교대나 사범대학교의 학생들이 일반 대학교 학생들보다 성평등 의식이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교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성평등이나 페미니즘에 관련된 교육을 듣는 시간이 폭력예방교육시간밖에 없어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필수적으로 교육을 듣게 할 수 없어도 관심 있는 학생들이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교양강좌가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대도 이런 제안에 공감하고 있는 추세에요.

  지금 우리사회는 미투운동으로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에요. 성평등 교육이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현재 많은 학생이 성평등을 단편적으로만 배워요. 집안일은 남녀가 함께 해야 하고 남녀의 직업에 구분이 없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죠. 이런 성평등 교육을 받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에서 성평등이 실현되길 바라는 것은 어려워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성평등 가치관과 나와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의 관점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인간은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갖는지 완벽하게 알 수 없잖아요. 남성도 여성과 소통하면서 여성이 어떤 차별을 겪고 어떤 불편을 겪는지를 완전히 느끼지 못하니까 편견을 갖고 편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갈등은 개개인의 문제보단 서로의 경험과 이야기를들을 기회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진다면 갈등에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거예요.

지난해 11월, 이제 연구소가 개최한 집담회 '제1차 페미페 성차, 교육 현실과 딜레마'의 모습이다. <제공/젠더교육연구소 이제>


  우리사회의 성평등을 위해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대학생들이 본인의 영역과 페미니즘을 함께 공부해서 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페미니즘 관점으로 역사를 다시 바라보고 여성의 역사가 왜곡되거나 누락됐는지를 찾아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많은 학생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해서 본인의 분야에 진출한다면 한 분야에 성평등 관점을 전문적으로 가진 사람이 한명씩 생기는 거잖아요. 이렇게 된다면 조금씩 성평등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어떤 성평등 교육을 받길 바라나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청소년들이 폭력예방교육이나 성교육과 같이 별도의 교육으로 이에대해서 배우기보다 일상생활이나 보통 수업시간에서 성평등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특정 시간에만 성에 관해 얘기하고 문학 강의가 아닌 여성문학 강의에서만 여성문학을 배우잖아요. 그런 것 없이 사회시간에 자연스럽게 사회정의를 배우는 것처럼 성평등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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