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
  • 김지혜 기자
  • 승인 2005.09.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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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의 일상을 훔쳐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역사 속에서는 여성의 삶을 알려주는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알려진 사료들이라 하더라도 남성 중심 시각이 덧칠된 역사적 기록은 당시대의 여성의 생활을 알아내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러한 시대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직접 쓴 ‘여성의 기록’을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전에 지어진 「규합총서」가 그것이다. 조선시대 유일의 가정백과인「규합총서」의 내용을 좇다 보면 이 책의 지은이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신의 시대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여성이 책을 내었다는 사실도 놀라울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빙허각 이씨로 현대에 와서 조선시대의 여성 실학자라는 이름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여성이다. 빙허각 이씨는 대대로 좌의정, 홍문관 제학 등을 배출한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였던 그녀는 동시대의 다른 여성에 비해 교육 받은 여성이었음이 틀림없었던 듯 하다. 학문을 중요시 하는 가풍 덕분이었는지 어려서부터 시경이나 소학을 접할 수 있었으며 집안 곳곳에 학문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찍이 공부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이러한 집안의 가풍과 빙허각 이씨의 영특함이 더해져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시를 잘 지어 15세가 되기 전에 여사(女士)라는 칭호를 듣기도 했다. 또한 빙허각은 유난히 남에게 지는 것을 몹시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린시절 다른 아이들이 젖니를 가리는 것을 보고 자기도 망치로 이를 두들겨 뽑을 정도 였다고 한다. 빙허각 이씨는 생전에 많은 책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러 차례의 전쟁 중 모두 소실되고 현재는 「규합총서」밖에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남아 있는 「규합총서」만이 그녀의 학문의 깊이를 짐작 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이다. 한 권의 책만으로 그녀를 조선의 여성 실학자라고 꼽을 만큼 그 책에 드러난 그녀의 역량을 뛰어나다. 책에는 가정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뿐만 아니라 「본초강목」,「성호사설」등 이른바 실학서라 일컬어지는 책들이 적절히 인용되어 있다. 이 책이 만들어 진후 각 사대부 집안에서 책을 구하여 대대로 물려주었다는 사실은 책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가장 큰 증거라 할 수 있겠다. 그녀는 15세 되던 해에 세살 연하인 서유본과 결혼 하였는데, 남편과의 사이가 매우 돈독하여 서로 학문적인 지기로 함께 했다고 전해진다. 남편이 벼슬에 오래 머물지 않아 부부사이에 학문적인 토론이 이어지고 시를 나눌 정도로 학문적인 교류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어느 사회에나 뛰어 넘지 못하는 장벽이 있다. 빙허각 이씨는 당시 사회에 비추어 여성의 좁은 사회 진출의 벽을 넘어 책을 쓰고, 공부하는 등 당대의 실학자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다. 현대에 이르러 ‘조선의 유일한 여성 실학자’로 재조명 되고 있는 그녀. 그녀의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아 ‘빙허각’ 이라는 호로 기억되고 있는 현실은 그녀가 시대의 배경 아래 ‘숨겨진’ 여성 일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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