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될지도 모르는 리얼돌
내가 될지도 모르는 리얼돌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19.09.1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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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로 깨닫는 성적 대상화

  대법원이 지난 6월 판결을 내린 리얼돌 수입 허가에 대한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얼돌이 합법적으로 사용될 경우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며 리얼돌 합법화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며 26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리얼돌의 합법화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더이상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러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판매되고 있는 리얼돌〈출처/페이스북〉
실제 판매되고 있는 리얼돌〈출처/페이스북〉

 

  리얼돌 수입 허가, 그 이유는?

  ‘리얼돌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은 2017년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받은 성인용품 업체가 인천 세관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현행 관세법은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대해 수입 및 수출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리얼돌이 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내린 것 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개인의 성적 결정권 행사에 간섭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인천 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그리고 길이 159cm, 무게 35kg, 여성의 성기와 항문의 형태를 하고 그 위치에 구멍이 뚫려 있는 형상의 리얼돌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상반된 판결을 내렸는데, 이는 리얼돌을 둘러싼 두 시선을 대변한다.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며 수입통관 보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역시 2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상환 대법관 주심의 대법원 2부는 6월 27일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성인용품 업체의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리얼돌 수입 허가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리얼돌을 향한 끝없는 논란

  리얼돌이란 영화 특수 메이크업에 사용하는 고급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사람 형태의 인형이다. 진짜 같은 피부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관절, 여성의 가슴과 성기의 모습까지 재현하여 실제 사람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 여성의 신체를 생각이나 의지가 없는 인형으로 만들어 남성의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여성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 과 키, 신체 크기 등을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직접 선택하는 ‘맞춤형 리얼돌’ 주문제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파문이 일었다. 대중들은 리얼돌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이라며 비판했고, 7월 8일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도 커스텀제작 할 수 있다”며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냐”고 밝혔다. 이어 “리얼돌을 사용해서 욕구를 풀면 성범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성범죄가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자극적인 성인동영상을 보고 거기에 만족 못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더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청원. 청원자가 26만명을 돌파했다.〈​​​​​​​출처/청와대 청원 게시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청원. 청원자가 26만명을 돌파했다.〈출처/청와대 청원 게시판〉

 

  두 개로 갈린 입장

  판매자 VS 여성·시민단체

  리얼돌 수입 허가 문제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두 개의 입장이 충돌했다. 리얼돌을 수입해 파는 판매자와 리얼돌의 대상이 되는 여성들이 엇갈린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성인용품 판매업체 부르르닷컴 이상진 대표(이하 이 대표)는 “성욕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성인용품이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 는 건 당연한 이치”라며 “리얼돌로 장애인, 노인 등 성 소외자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덧붙여 “판매 초반에는 구매자 비율이 30·40대 남성이었지만 최근 50대 이상 남성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중과 시민단체는 리얼돌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을 언급하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데일리의 인터뷰에서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여성과 거의 똑같은 모습의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대상의 신체를 폄하하거나 상품화하는 게 당연시될 수 있다”며 “실제 여성도 인형처럼 돈으로 살 수 있고, 강간할 수 있으며, 버릴 수 있다는 등의 인식이 더 쉽게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기술이 부족해 지인 얼굴 모방은 어렵다는 판매업자의 말에 대중들은 3D 프린터 등이 발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아동 리얼돌에 관해서는 애초에 성인과 아동이 잘 구분되지 않아 리얼돌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의 인터뷰에서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는 “현재도 불법 촬영, 얼굴 합성 등 지인 능욕 범죄가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실제 현실의 여성을 닮은 제품이 나오는 등 악용될 여지도 충분하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성욕을 풀어 주는 대상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들에 대해 판매업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리얼돌과 상관없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잘못”이라며 선을 그었다. 성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데 있어 리얼돌이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범죄 현장? NO 리얼돌?

  YES 흉악 범죄를 연상케 하는 리얼돌

  이처럼 리얼돌을 둘러싼 걱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용하던 리얼돌을 분리해 버린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흉악 범죄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글의 게시자는 “싸구려 리얼돌 사서 처분하려고 하는데, 그대로 버리면 안 된다고 하고 싸구려라 매입해주는 데도 없어 분리해서 봉투에 넣어 버렸다”며 “살인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기분이었다”고 비속어를 섞어 글을 올렸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끔찍한 범죄가 떠오른다며 무섭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부산에서는 한 공동주택 앞에서 리얼돌이 발견되어 근처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 2명이 이를 찍어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길을 걷다가 버려진 리얼돌을 발견해 매우 놀랐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비키니 혹은 속옷 차림의 리얼돌이 생활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리얼돌이 훼손되어 버려진 모습은 아동 청소년의 정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판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학교 근처에서 버려진 리얼돌〈출처/트위터〉
중학교 근처에서 버려진 리얼돌〈출처/트위터〉

 

  리얼돌 합법화로 되돌아보는 성적 대상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우리의 무의식에 스며들어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 리얼돌이 야기하는 심각한 성적 대상화는 이와 같은 문제에 무뎌져 있던 대중들에게 다시 인식하게끔 했다. 그럼에도 당장의 욕구 해소를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행태를 마주할 때마다 통탄스러울 뿐이다. 인간에게 욕구 충족이란 인간답게 살기 위한 행위이자 노력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면 이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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