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로 차별받는 사회 여性이라 억울합니다
성별로 차별받는 사회 여性이라 억울합니다
  • 나새빈 기자
  • 승인 2019.11.06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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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서울메트로가 2016년 철도 장비 운전분야 무기 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여성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일괄 조작해 전원 탈락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지난 1일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 광장에서 ‘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실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처럼 여성이 근로자 모집 및 채용에 있어 차별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 여성에겐 어울리지 않는 직책이라서 등 부당한 근거를 들어 승진하는 데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속 여성의 고용 차별, 사라질 순 없는 것일까?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이다. 지난달 서울메트로가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전원 탈락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출처/연합뉴스〉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이다. 지난달 서울메트로가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전원 탈락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출처/연합뉴스〉

 

  드러난 고용 차별 대부분 ‘여성’

  지난해 4월, KEB하나은행 채용 비리 사건이 보도됐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 검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총 응시자는 1만 3천 430명으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1:1에 가까웠지만 서류전형 단계부터 사전에 남녀 비율을 4:1로 정해 놓고 심사했다. 그 결과 선발된 남녀 비율은 5.5:1로, 이는 명백한 고용법 위반 사례다. 금감원 수사 결과, 하나은행은 여성 지원자만 서류 전형 커트라인을 크게 높여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었다. 같은 해 3월 KB국민은행은 신입 은행원 채용 서류 심사에서 수백명의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무더기로 올려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성별로 채용 예정 인원을 배정해 여성의 기회를 제한하는 사례와 함께 △여성에게 지원 기회를 주지 않는 것 △여성에게 제한적 조건을 부과하는 것 △학력·경력 등 자격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남성보다 낮은 직급 또는 직위에 모집·채용하는 것 △남녀가 동일자격임에도 여성을 남성보다 불리한 고용형태로 채용하는 것 △직무수행 상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채용 조건을 부과하는 것 △객관적 기준에 의하지 않고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해 채용 기회를 제한하는 것 등의 채용 성차별 사례가 있다.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과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성별, 신앙,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 해서는 안 되고,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 제1항과 제37조 제4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되고,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사회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이 직접 경험한 성차별 사례

  “똑같은 면접이고 똑같은 사람인데 여성들만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나요?”, “남성에겐 안 물어봅니다, 물어봐도 지나친 관심일 뿐”. 부당한 성차별 채용에 대한 제보자들의 목소리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진행한 2018년 성차별 채용 철폐 공동행동 기획에서 면접 시 면접관에게 들었던 굴욕적인 말을 조사했다. 남자친구 유무, 결혼 계획, 외모지적과 심한 경우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는데 이는 면접자가 남성일 경우 찾아보기 힘든 예다. 

익명의 제보자는 “여성이기 때문에 면접을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목소리가 무뚝뚝하고 인상이 차갑다고 비춰졌다”며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통해 노동 가치를 폄하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남성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질문들이기에 화가 난다”며 면접 시 차별 당한 일을 호소했다.

 

지난해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조사한 채용성차별공동행동이다.〈출처/한국여성노동자회〉
지난해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조사한 채용성차별공동행동이다.〈출처/한국여성노동자회〉

 

  해외의 여성 고용 차별 사례

  이러한 고용 차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엘런 파오가 자신에 대한 회사의 처우가 부당하다는 것을 느끼고 회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엘렌 파오는 고소장에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 심사에서 누락됐으며 이에 대해 ‘사내 성차별’이라 비판하자 보복으로 회사가 자신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남성 중심적인 과학기술 산업에서 여성과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을 고발한 것이다. 소송은 결국 회사 측이 승소했으나 실리콘밸리에서 실제로 벌어진 여러 성차별/성희롱 사례가 대중에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를 계기로 실리콘밸리에서 제자리를 찾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이 시작돼 현재 대표적 기업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상대로 ‘직장 내 성차별’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해외 고용 평등 사례

  그렇다면 이러한 사례와 반대되는 나라가 어디일까? 주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들로 성평등 정책의 본보기가 되는 나라들이다. 특히 노르웨이는 여성에 대한 참정권이 1913년에 주어졌을 정도로 여성의 지위가 높은 편으로, 양성평등법은 이미 1978년에 제정됐다. 따라서 채용이나 승진, 해고 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한다. 2003년에는 기업법으로 공기업 이사진의 40%를 여성에 할당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또한 아마존이 개발하던 AI 채용 시스템에 대해 ‘여성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아마존은 자체 개발한 AI 채용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여성을 차별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해 이를 폐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AI 채용 시스템은 이력서에 ‘여성’이란 단어가 포함된 문구가 있으면 감점하고, 여대를 졸업한 지원자 2명의 점수를 감점했다. 반면 ‘실행하다’, ‘포착하다’ 등 남성 기술자들이 이력서에 자주 쓰는 동사를 유리하게 인식했다. 

  이는 10년간 회사에 제출된 이력서 패턴을 바탕으로 남성 우위인 기술 산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학습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존의 임원진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AI 채용 시스템 개발팀을 해산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의 인식 개선과 법안 필요해

  앞서 말한 엘렌 파오의 소송은 비록 재판에서 패소 했지만 여성의 고용 차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행동을 불러 일으켰다. 아마존의 AI 채용 시스템 폐기 역시 여성들의 목소리가 영향력을 발휘 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의 인권이나 참여, 복지정책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2014년에 여성발전기본법을 전면 개정한 데 이어, 다음 해 양성평등 기본법으로 전환하고 이후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관련 법안 개정에 노력하고 있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를 저술한 한림대학교 신경아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많은 기업이 남성 편향적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가와 사회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과 조직 문화 속에서 성평등의 수준을 높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정부의 남녀고용평등에 대한 법안 개정과 인식 개선에 대한 개인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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