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서점 옥죄면 동네 서점 살아날까
대형 서점 옥죄면 동네 서점 살아날까
  • 손정아 객원기자
  • 승인 2019.11.1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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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서점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1호로 지정해

  A 씨는 책을 살 때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을 찾는다. 최근 인기 있는 책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책들을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펜이나 노트 등 문구를 구경하며 쇼핑도 할 수 있어 이곳을 찾는다. 가끔은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구경하고,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서점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대형 서점 5년간 출점길 막혀

  지난달 2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영세 소상공인 서점이 안정적으로 생업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중기부가 민간 전문가와 각 업계 대표로 구성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논의한 결과다.

  이번 지정으로 대형 서점은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사업 인수와 개시, 확장이 금지된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위반 기간 매출액의 5% 이내의 이행강제금도 내야 한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출판 산업과 융·복합형 신산업의 성장 저해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페 등 타 업종과의 융·복합형 서점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함께 대형 서점의 신규 출점은 1년에 1개만 허용하며, 신규 서점은 36개월 동안 초·중·고 학습 참고서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형 서점의 시장 독점
  중기부, “소상공인 서점 보호 필요해”

  중기부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대형 서점의 급격한 사업 확장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는 서점업의 약 90%에 달하는 소상공인 서점이 평균 매출과 영업이익, 종사자 임금 등에서 영세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형 서점은 지난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에 42곳이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기부가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전국의 서점업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대형 서점이 출점하면 그 지역 중소 서점의 월평균 매출이 18개월 만에 310만 원에서 27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대형 서점 4km 이내의 중소 서점은 17.85개에서 14.07개로 감소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대형 서점이 급격하게 사업을 확장했다”며 “이에 따라 인근 소상공인 서점의 매출이 감소하고, 폐업이 증가하는 등의 취약성을 고려해 그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심의했다”고 밝혔다.

대형 서점이 진출하자 인근의 중소 서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대형 서점보다 커진 온라인 서점,
  규제는 대형 서점만?

  이번 규제를 받게 된 대형 서점은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 대교문고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와 알라딘, 인터파크는 오프라인 서점에 진출할 경우를 제외하면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 서점이 규제 대상에 없다는 점은 짚어 봐야 할 문제다. 온라인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을 앞지른 지 3년이 넘었다. 지난 2016년 3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5 출판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출판사의 거래처별 매출액 가운데 온라인 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프라인 지점을 둔 대형 서점을 앞질렀다. 금융감독원의 국내 주요 서점 실적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매출이 제자리걸음이었던 오프 라인 서점 3사(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에 비해 온라인 서점은 연간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형 서점은 국내 도서의 60%가 온라인을 통해 판매된다며 이번 규제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판매가 서점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다양해지는 책 시장 속
  소외되는 동네 서점

  최근 책 시장은 신간을 넘어 중고책과 전자책 등 다양한 형태의 도서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 시장에 ‘중고 서점’이 확대되면서 신간을 판매하는 서점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신간이 중고 서점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형 중고 서점의 매출 규모는 3,334억 원이며, 이로 인한 신간 판매 기회손실은 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 구매자 100명 가운데 7명이 신간 판매 시장에서 중고책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에서도 중고 서점은 제외다. 이는 중고 서점이 서점업이 아닌 ‘중고상품 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전자책 시장의 부흥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체 출판 시장에서의 전자책 시장 점유율은 아직 낮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전자책 콘텐츠와 단말기 매출 규모를 보면 2013년에는 100억 원 미만이었지만, 2014년에 54%의 증가 추세를 보였고, 2015년 14%, 2016년 80%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고 전자책을 마음대로 골라보는 구독 시장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앞으로 전자책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형 서점의 신규 출점을 제한한다고 해서 동네 서점이 살아날 수 있을까?

2015년에 비해 2017년 온라인 서점 3사의 매출이 오프라인 서점 3사의 매출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출처/금융감독원, 한국경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함께
  도마에 오른 도서정가제

  서점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게시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해당 청원은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도서정가제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청원인은 2018년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라 지역 서점이 2014년 1,625개에서 2017년 1,535개로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서정가제로 출판사의 매출 규모와 동네 서점 수 모두 감소하고 있다며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4일을 기준으로 약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해당 청원과는 반대로 할인을 원천 봉쇄해 도서 가격을 동일하게 하는 완전정가제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도서정가제를 폐지하면 책값이 떨어져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끌 수 있는 대형 서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까지도 두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서점업의 부흥과
  상생을 위한 방안 필요해

  중기부 관계자는 “대표적인 소상공인 영위 업종인 서점업이 첫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은 영세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소상공인 서점의 생업활동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행실태 점검 등 사후관리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 서점이 조속히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도서출판을 공동으로 유통·판매하거나 중소 서점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 또한 다각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네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서점을 규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서점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과 다양한 책 시장을 제외한 규제가 제 역할을 다할지에 대해선 비판 여론이 있다. 이러한 규제가 책 시장 전체에 찬바람을 불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 모두의 상생을 위해서는 이번 규제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방책을 모색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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