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분주함에 가려진 진실 혹은 무책임
‘혁신’의 분주함에 가려진 진실 혹은 무책임
  • 김은희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9.11.15 0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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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역량강화대학 발표 이후 수많은 선·후배 동문으로부터 학교에 재직하면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질타와 원망을 들었다. 모교에 대한 수치심으로 가득 찬 독설과 슬픔의 탄식도 감내해야 했다. 그들에게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기에 나 또한 가슴 깊이 큰 상처를 지닌 채 생활하고 있다. 덕성이라는 터전이 학생들에게 긍지가 될 수 있음을, 덕성인으로서 정체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울타리임을 자신있게, 열렬히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 것은 더 큰 고통이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위로도 할 수 없고, 긍정적인 미래도 선뜻 말할 수 없는 선배이자 스승으로서의 무력감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제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이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들의 잘못과 무책임은 잊히고, 혁신의 분주함 속에 진실은 가려지고 제대로 된 사과의 말, 무책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는 공허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다른 종류의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덕성의 추락을 가져온 이원복 전 총장 이하 처장들의 무책임과 후안무치, 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무능력과 불감증, 불통과 독선에 좌절하고 절망했던 경험 때문에 책임감과 전문성, 도덕성을 지닌 새로운 총장을 기대했었으나, 그 또한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 든다. 취임 이후 현 총장은 행정 능력, 소통능력에서 일방적이고 감정적인 불통의 태도가 두드러졌고, 중요 보직을 오랜 기간 채우지 못하는 무능력, 보직 인선의 편파성 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 불거진 논문과 관련한 연구 부정 행위 의혹에 대처하는 태도는 학교 불명예에 대한 진실한 사과 없이 공허한 ‘유감’과 ‘다짐’으로 일관한, 진정성 없는 행위 이상의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래 묵은 분노와 한숨이 가슴 밑에서부터 치밀어 오른다. 현 총장 역시 덕성 구성원들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성이 역사 이래 최대 수난에 처해 있음에도 과거 책임자 중 누구도 공식적으로 책임지지도, 사과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교수들의 비협조 탓으로 왜곡하거나, 누적된 과오로 인해 발생한 상황으로 호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부끄러움 없이 무책임한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의 핵심에는 이사회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사회 임의로 총장을 결정하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덕성의 지금 상황에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 특히 이번 총장 선거에서 이 사태를 초래한 이원복 전 총장과 보직들에게 책임을 물을 기회, 공개적으로 비판 할 기회 및 절차를 박탈해버린 일 또한 그러하다. 본말이 전도되고 선후가 뒤바뀌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책임지는 풍토는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특히 구성원들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진행된 이번 총장 임명에는 원칙에 근거한 이유와 명분이 제시되지 않았기에 분란의 씨앗이 내재해 있다 는 점 또한 건강하고 민주적인 결정이라 하기 어렵다. 구성원의 합의로 정해진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그에 대해 질문하고, 명분과 근거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하지 않을 때, 원칙의 무시와 경시는 반복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기에 그러하다.

  덕성이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알고, 그에 책임질 줄 아는 참다운 조직,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 효율적이고 도덕적인 조직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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