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 위기가 불러온 2020 등록금 논쟁
대학 재정 위기가 불러온 2020 등록금 논쟁
  • 정현진 기자
  • 승인 2020.03.29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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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해

  교육부는 올해도 2008년 이후 인상하지 않은 등록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학본부는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교육부는 대학의 요구를 거절했다. 대학과 학생이 등록금을 두고 지속적인 의견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록금 인상 정도가 교육의 질과 비례하는지,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 교육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알아보자.
 

  대학 등록금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인상 대 인하

  지난해 11월 한국 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등록금 인상을 공동 결의해 교육부에 전달했다. 법으로 명시된 인상률 범위 내에서 사립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총협은 지난 12년간 사립대학교에서 등록금이 오르지 않아 대학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올해 1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학자금 대출 금액은 1조 8천억 원이고 63만 명이 대출을 받았다”며 등록금 인상은 대학생의 현실을 외면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 10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립대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대학알리〉
지난 1월 10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립대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대학알리〉


  교육부 측,

  “등록금 동결 정책 지속할 것”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정도를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로 규정한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규정에 따라 등록금 인상 상한 기준을 1.3%의 1.5배인 1.95%로 발표했다. 대학들은 상한선 이내에서 등록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지난 1월 2020 한국대학 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비 부담이 여전하다’라는 이유를 들어 사총협의 등록금 인상 요구를 거부했다. 이 상황에서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교육부로부터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대다수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고 있다.

200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동결됐다. 〈출처/동아일보〉
200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오르지 않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대학 등록금은 한동안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학은 법정 상한선 이내더라도 등록금을 인상할 시 교육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정부의 정책에 협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교육부의 정책과 지시 사항을 거절하기 어렵다.

 

  국가장학금 혜택에도 여전한 등록금 부담

  등록금 사용처 밝혀 신뢰 높여야

  2019년에 발표한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8학년도 한국 사립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8,760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9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고등교육정책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등록금 부담 경감’이 꼽혔다.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반값 등록금에 다가서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전히 많은 학생이 장학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장학금은 소득 하위 분위에 집중돼 중위계층 학생들은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해 재원을 확보하더라도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등록금 인상 시 적합한 근거를 제 시함과 동시에 대학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학생들에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원을 어디에 어 떻게 쓰는지 확인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대학본부가 등록금의 행방 을 가시적으로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신 뢰를 주지 않는다면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감은 계속 커질 것이다.


  사총협 측,

  “재정 위기가 교육기관 역할 퇴색 우려”

  사총협 측은 지난 12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난이 발생했으므로 등록금 인상을 통해 대학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재정 위기가 계속되면 교육의 질이 저하돼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 우수한 교수를 초빙하거나 시설을 새로 마련하는 데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족해진 재정을 다른 방법으로 충원하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 없이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대학은 대학원 재학생의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방법으로 부족한 자금을 보충한다. 그러나 부족한 등록금을 보충하는 방법에 몰두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사립대 교비회계 세입 항목 중 등록금 및 수강료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출처/한겨레〉
사립대 교비회계 세입 항목 중 등록금 및 수강료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출처/한겨레〉


  고등교육 재정 위기는 왜 일어났나

  반값 등록금-대학 교육 목표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이 전체대학 비중의 80%를 차지한다. 대다수 OECD 국가들이 국립대를 중심으로 재원을 투입해 지원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이후 경제성장으로 인한 물가상승에 발맞춰 등록금을 꾸준히 인상했지만 2008년 이후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등록금을 동결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대학본부에 투입하는 재정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재정 지원사업은 대학의 등록금 동결 및 인하를 대학평가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교육부는 여전히 등록금 동결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등록금 인하 정책은 2007년 등장한 반값 등록금 공약 이후 커졌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6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정치가들은 대학 등록금을 이용해 국민의 표를 얻으려 한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대학교육경쟁력 평가 순위이다. 〈출처/동아일보〉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대학교육경쟁력 평가 순위이다. 〈출처/동아일보〉

 

  대학-학생 등록금 인상 논쟁 정부로 옮겨야

  한국교육개발원의 2019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학이 인재양성 기능을 잘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등록금 인상을 주장할 때 반발과 갈등이 생긴다. 실제로 매년 등록금을 두고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은 재정난으로 등록금을 더 인하하기 어렵고 학생은 등록금 액수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학생과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중요하다. 대학이 지닌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이 재정적 이유로 퇴색될 때,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지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매년 대학과 학생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등록금 협의 지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정 및 교육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대학의 재정난이 등록금 동결 때문이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원인 중 하나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서강대 경제학부 김영철 교수는 “등록금 동결로 인한 교육 서비스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대학 등록금 동결 및 인하를 국회와 청와대에 요구해야 하며 정부와 일반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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