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로 사회를 바꾸다
문화와 예술로 사회를 바꾸다
  • 정해인 기자
  • 승인 2020.03.29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은 우리 삶을 좀 더 다양한 빛으로 채색한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생계문제로 대학 졸업 후 예술 활동을 하기 어렵다. 우리사회의 잘못된 문화를 바꿔, 예술가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 기획 및 컨설팅 기업 ‘FILL THE FEEL(이하필더필)’ 신다혜 대표를 만나봤다.

 

  Q. 원래 전공이 무용인데, 문화예술 기획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재학 당시에 음대 무용과 학생회장을 했는데, 그때 학생회 선배들은 사회문제 인식이 대단했어요. 그 선배들이 저를 특혜 받은 예술가라고 비판하는 거예요. 선화예중, 선화예고, 이화여대를 나오면 업계에서 엘리트 코스라고 하거든요. 너는 파벌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예술을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했어요. 너무 속상했죠. 그땐 예술가로서 얼마나 자부심이 있었겠어요.

  아니라고 주장하는 제게 선배들이 ‘다른 예술가들은 뭘 하고 있는 것 같으냐, 너처럼 기회들이 계속 오는 것 같냐’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버스킹 같은 활동을 계속 하고는 있는데 돈벌이가 안 돼요.

  그 다음으론 ‘엘리트 코스 밟은 잘난 네 선배들은 뭘 하고 있느냐’라고 물어보는데, 다들 결혼한 거예요. 그때 ‘어? 그렇게 잘하는 언니들이 왜 유학을 포기하고 그냥 결혼하지?’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그렇게 문화예술계 시장을 처음 생각했어요.

 

  Q. 필더필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선배들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공통적인 답이 ‘시장이 없어서’였던 거죠. 이 시장을 만드는 게 기획이라고 생각했어요. 문화 기획에 관심을 갖고 동아리를 만들어서 축제 같은 걸 열었어요. 때마침 그런 활동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는지, 동대문구청이나 다른 정부 기관의 용역과 지원을 받았죠. 받은 돈을 써야하는 의무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자 등록을 하게 됐어요.

 

  Q. 필더필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창업 초에는 예술가들에게 돈을 주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비 전시공간의 전시공간화였어요.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 예술가를 연결해줬어요. 하지만 양쪽의 니즈가 달랐고, 돈을 버는 시장이 아님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행사나 축제, 컨퍼런스, 포럼 같은 문화 기획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어요. 우리 회사는 올해 몇 개의 행사를 진행했고, 예술가들에게 임금을 얼마나 지급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수치화했어요.

  근데 이게 문화를 통한 경제활동에 그치는 것이라 한계가 있더라고요. 문화가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작은 예술가를 단순 지원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이 활동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어요.

 

  Q. 기부 페스티벌 ‘산타런’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산타런은 저희 회사가 기획해 티켓을 팔고 기업의 스폰을 받아서 진행하는 자체 콘텐츠예요. 문화가 갖고 있는 힘으로 대한민국의 얼어붙은 기부 문화의 해결점을 찾고자 했어요. 기부는 대표적인 사회참여 활동인데 기부가 줄어든다는 것은 대중들이 사회참여를 안 하고 있다는 지표예요.

  시작은 ‘기부를 왜 안 할까? 너무 예전 방식이라 그런 게 아닐까?’라는 고민이었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예술 콘텐츠만이 가진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부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산타런을 기획했어요.

  산타런은 와서 즐기기만 하면 좋은 일도 하게 하는 이색 기부 페스티벌이에요. 실제로 산타런에 참여한 67%정도가 이 행사의 기부 경험이 즐거워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응답했어요. 즐겁게 기부하는 경험이 기부하는 사람을 늘린 거죠. 이런 ‘문화가 가진 힘’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필더필이 주최한 이색 기부 페스티벌인 산타런 현장의 모습이다.<제공/필더필>

 

  Q. 현재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올해도 산타런과 기업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사업 등을 해야죠. 동시에 공연예술계 문화를 바꾸려고 준비 중이에요. 공연을 계속 올려서 돈을 벌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의미 있지만, 시장의 확장은 느껴지지 않아요. 제한된 시장에 자꾸 의미를 넣는 느낌이에요.

  올해는 이 시장을 키우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예술가도, 예술 단체도, 그리고 관객들도 함께 돈을 버는 공연으로 시장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이 일에 자부심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직장도 창업도 처음인데, 첫 직책이 대표예요. 얼마나 몰랐겠어요. 필더필이 첫 직장인 팀원들이 함께 성장하면서, 이들과 한다면 잘할 것 같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예전엔 전시기획 조금하고 몇 백만 원짜리 하는 것도 벅찼어요. 그런데 지금은 몇 억짜리 사업도 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어요. 그런 일을 받을 정도로 외부에 신뢰를 형성했다는 것에 대한 감동도 커요. 무엇보다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성장을 했지’하는 생각을 하면 나와 같이하는 팀원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자랑스럽죠.

 

  Q. 업무 중 겪는 힘든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하나의 프로젝트를 해도 클라이언트, 공연 팀 등 소통해야 할 상대가 정말 많아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죠.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할 때도 있고, 왜곡되거나 누락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게 지칠 때도 있어요.

  근데 그걸 극복하는 방법도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지치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야 해요. 내 기분의 문제를 떠나서 오해를 푸는 게 먼저니까요.

 

  Q.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작년까지는 ‘사회문제를 문화로 풀어나가는 문화 콘텐츠 기업, 필더필’이었다면, 올해는 ‘문화계의 문화를 바꾸는 필더필’이 되고자 해요.

  문화예술계 시장 확장이 안 되고 있는 이유와 잘못된 관습으로 인해 더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거나 자금을 낭비하는 문제는 ‘문화’의 문화를 바꿔야 해결할 수 있어요. 물론 우리도 아직 부족하고 성장하는 단체지만 그래도 젊으니까, 그런 시도들을 해보려고 해요.

 

  Q. 후배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창업 초기에 저는 이단아였거든요. 교수님 예쁨도 받았고 무용계 내에서 ‘계속 이대로 하면 되는데 왜 사서 고생하지’하는 시선을 많이 받았어요. 이제는 창업하려는 예술계 후배들이 감사하게도 저한테 연락을 해요. 그러면 같이 사업 계획서를 쓰고, 어떻게 정부 지원을 얻어 창업 자금을 확보하는지 등을 알려주죠.

  그러다 보니 알게 된 건데, 이 사람들이 자신을 시장에 어필하는 방법을 전혀 몰라요. 기획할 줄 모르고. 예술가를 위한 지원이 많은데, 정보를 모르는 사람도 많거니와 알아도 기획서를 어떻게 써야할지, 예산을 어떻게 짜야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죠.

  예술가들은 모두 개인 사업자인 프리랜서예요. 저는 프리랜서에게 ‘기획’은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봐요. 제가 나온 대학교 교수님들께도 커리큘럼에 예술 경영·기획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도, 특강은 하지만 커리큘럼에는 반영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문화예술 기획에 관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어요.

 

  Q.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강 마무리 할 때 쓰는 말인데, 제가 회사를 키워온 과정을 ‘ㄱㅎ’으로 설명해요.

  처음엔 ‘경험’이 필요해요. 그냥 막 하는 거요. 그러다보면 ‘기회’가 와요. 제 경우엔 학생 때 동대문 쪽에서 진행한 청년 작가 전시였죠. 구청의 논리도 소통하는 방법도 모르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지만, 기회가 왔고 그래서 “네, 좋습니다!” 한 거예요. 기회가 와서 일단 잡았어요. 그 후에 ‘기획’했고, ‘계획’을 짰죠.

  대부분이 계획을 짜느라 기회를 놓쳐요. 기회가 오면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잡아요. 특히 학생이면 손해 볼 것이 더 없어요. 그게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내 포트폴리오가 돼요. 경험으로만 끝나는 대외활동은 취업시장에서도 스펙이 안 돼요.

  ‘ㄱㅎ’의 흐름을 잘 따라서, 글자처럼 처음과 끝만 잘 한다면, 창업가로, 예술가로, 직장인으로도 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