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국민발안권, 폭풍의 눈 될까
개헌안 국민발안권, 폭풍의 눈 될까
  • 정예은 객원기자
  • 승인 2020.04.0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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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6일, 국민발안제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의원 148명의 참여로 발의됐다. 현행 헌법 제128조 1항에 따르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만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다. 새로 발의된 개헌안은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 명, 즉 일반 국민 100만 명의 동의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국민발안권은 과거에도 있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정 당시 대통령과 국회의원만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1954년 제2차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 50만 명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게 했다. 1962년 제5차 개헌부터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이 삭제됐으나 1972년 유신헌법인 제7차 개헌 당시 복구됐고 국민의 개헌안 발의권은 삭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25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국민발안개헌연대’(이하 개헌연대)는 “현행 헌법이 1987년에 개정된 후 33년 동안 개정되지 않아 개정 요구가 많았다”며 “국회의 개헌 노력이 실패를 거듭하자 전면적 개헌에 앞서 ‘개헌을 위한 개헌’을 추진한 것이다”고 밝혔다.

  국민발안권은 국민들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로써 헌법에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기도 용이해진다. 이에 개헌연대는 “국민발안제가 도입되면 국민의 정치 참여와 의사 수렴이 더 쉬워진다”며 “국민의 참여로 정파적 이해관계도 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국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광장 민주주의’를 ‘투표 민주주의’로 전환함으로써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발안권 개헌안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헌법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교집합이다. 헌법은 여야의 이견이 없는 일반적인 사회 규범을 담아야 하므로 특정 정파의 이념이 헌법에 불균형적으로 담겨서는 안 된다. 야당은 국민발안권이 여당 이념을 헌법에 반영하기 용이한 제도라고 보고 이를 비판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9일, “유권자 100만 명은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 특정 이념 단체만 동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윤상현 의원은 “매번 100만 명 개헌 서명으로 날을 지새우면 나라가 평안할 수 없다”며 “이것이야말로 정치적 포퓰리즘이다”고 날을 세웠다.

  물론 국민발안 제도를 통해 개헌안이 발의되더라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므로 특정 세력이 개헌을 좌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잦은 개헌안 발의로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수는 있다.

  해당 개헌안은 지난달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3월 11일에 공고돼 공고일 60일 이내에 국회의원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그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로 표결한다. 국민투표 결과,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이 찬성하면 헌법이 개정된다.

  국민발안권은 최고법인 헌법에 국민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일 수 있지만, 정적을 제거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따라서 국민발안권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며,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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