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바꾼 대학가, 평등에 다가서다
페미니즘이 바꾼 대학가, 평등에 다가서다
  • 여대언론연합
  • 승인 2020.04.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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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대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활발한 페미니즘 담론의 장으로 기능한다. 여대에서 시작한 페미니즘 바람은 대학사회에 반향을 일으켜 묻혀 있던 학내 여성혐오를 가시화하고 있다. 학내 페미니즘의 확산을 저지하는 요인과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알아봤다.

  여대는 왜 ‘메갈대’가 됐을까
  여대언론연합 설문조사 결과, 공학대보다 여대에서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대 재학생의 70%(312명)가 본인이 페미니스트임을 표현하는 반면 공학대 재학생의 경우 58%(68명)만이 이를 표현한다. 공학대보다 여대에서 페미니즘 담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여대와 공학대 간의 상이한 페미니즘 인식에 기인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5점 만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여대 응답자의 평균은 4.5점인 반면 공학대 응답자의 평균은 2.9점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공학대의 부정적인 인식은 주관식 응답에서도 나타났다. 공학대에 재학 중인 응답자의 주관식 응답에선 ‘제발 대가리 깨진 X들아’, ‘쓸데없는 일에 시간 쓰지 말고 대학언론의 기능이나 똑바로 해라’, ‘정신 차리고 그만해라’ 등의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혐오로 얼룩진 상아탑
  학내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학내 여성혐오 확산으로 이어진다. 서울시립대학교 여성주의 동아리 ‘UOS(University Of Seoul) Femi’ 김민지 대표(이하 김 대표)는 “학내 커뮤니티에 동아리를 향한 조롱과 협박성 글뿐만 아니라 회원 개개인의 신상정보를 특정한 비방글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SNS 게시물과 단체 대화방에서 일부 대학생이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성평등공동위원회에서 게재한 대자보에 따르면, 단체 대화방에선 ‘(과방에 있는 여학생을 대상으로)카메라 설치해놨었는데’, ‘(현직 교사가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이쁜 애는 따로 불러서 조용히 보듬어주는 척하면서 챙겨먹어요’ 등의 성희롱 발언이 오고갔다.

  이에 성평등공동위원회 위원 ‘얼룩’은 “해당 사건은 집단적이고 체계적인 성폭력이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여성혐오적 문화에서 비롯됐다”며 “학내에 성평등한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사회 내 성폭력 고발의 증가는 학내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보여준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성신여대 A 교수 성 비위 관련 사안조사 결과 발표’에서 A 교수가 2018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소속 학과 학부생 2명에게 성적인 언행과 신체 접촉을 하고, 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쿠션으로 얼굴을 내리치는 등의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표로 보는 이슈’ 제148호 ‘고등교육기관 폭력예방 교육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교수인 사례는 지난 2015년 48건에서 2018년 85건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학부 이화영 교수는 “학교에서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 불균형한 권력이 작동한다”며 “이러한 불균형적인 권력 관계에서 성별은 곧 폭력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즘, 여대에 그치지 않으려면
  학내 페미니즘 억압과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중앙대학교 총학생회가 성 갈등을 이유로 페미니즘 사업을 중단하자 교내 및 교외에서 이에 저항한 사건이 그 예다.
지난해 5월 16일, 중앙대학교 61대 총학생회는 ‘FOC’(Feminism Organization in Chung-Ang University) 사업을 중단했다. 해당 사업이 성 갈등을 조장하고 여성권익 향상만을 강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FOC 사업은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산하 성평등위원회에서 제안한 사업으로, 학내 성평등 및 반(反)성폭력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다.

  FOC 사업 중단을 규탄하기 위해 지난해 5월 30일 개최된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 총궐기’에 참여한 김 대표는 “해당 사건을 묵인할 경우 페미니즘을 억압하는 학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학내 페미니즘 억압과 여성혐오를 규탄하기 위해 연대 참여했다”고 말했다.

  남성중심적 문화의 변화를 위해선 폭력예방 교육 및 윤리강령 수립, 성희롱 고충처리 기구 운영의 내실화 등 대학본부 차원의 책임이 요구된다. ‘고등교육기관 폭력예방 교육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고위직의 폭력예방교육 참여율(75.1%)은 국가기관 고위직 폭력예방교육 참여율(90.7%)과 공직유관단체 고위직 폭력예방교육 참여율(95.1%)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이하 이 연구위원)은 “대학본부는 대학 공동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 및 성폭력에 대한 윤리강령을 제정해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내 성희롱 고충처리 기구 운영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형식적인 기구 운영으로 피해자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본부는 전문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자원을 투입해 기구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과반수의 대학이 성희롱 고충 처리 기구를 학생처 등 학생 관련 행정부서에 설치하고 있다”며 “총장 직속 부서와 같이 전체 구성원을 아우르는 부서에 해당 기구를 배치해 전체 구성원의 성희롱 및 성폭력 문제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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