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민국’을 바꾸는 여대, 선순환 이끈다
‘여혐민국’을 바꾸는 여대, 선순환 이끈다
  • 여대언론연합
  • 승인 2020.04.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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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바꾼 여대는 개인을,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켰다. 여성들의 외침이 일궈낸 개인과 사회의 변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 성평등을 향한 발돋움
  지난해 9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미투(#MeToo) 운동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의견 조사’에 따르면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의 성희롱·폭력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여성의 62%와 남성의 58.3%가 ‘과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성희롱·폭력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증가함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관련 용어도 점차 변했다. 과거 불법촬영 근절 문구로 ‘예방이 최선’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으나 이후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춘 ‘찍지 않아야’로 바뀌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용어의 사용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출처/경기북부지방경찰청>
2017년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신고가 예방’을, 2020년 행정안전부는 ‘보는 순간 당신도 공범’을 불법촬영 범죄 근절 문구로 사용했다.<출처/행정안전부>

  불법촬영물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하면서 서울교통공사는 매달 자체 점검과 함께 경찰서와 협력해 불법촬영 점검을 진행한다. 또한 지난해 불법촬영 탐지기 277대를 구매해 전체 역사에 설치했다. 서울교통공사 미디어실 유강재 주임은 “불법촬영 범죄 근절을 위해 구청이나 경찰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따른 판례도 나오고 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 보장을 향한 사회의 목소리는 형법 제269조 ‘자기 낙태죄’(이하 낙태죄) 폐지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라고 판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박은주 활동가(이하 박 활동가)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정은 여성을 국가의 통제나 보호가 필요한 이등 시민이 아닌 온전한 시민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연대 참여로 함께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을 통해 낙태죄 폐지의 주요 논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으로 전환시켰다. 박 활동가는 “수많은 여성과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시위자들이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출처/뉴시스>

 

  법의 한계를 부순 페미니즘

  성인지 감수성의 제고에 따라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판례 및 입법·개정안이 나오고 있다. 형법 제297조와 제298조는 강간 및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법원은 폭행 및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강간 및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왔다. 즉 피해자의 격렬한 반항 및 저항에도 가해자가 이를 제압하고 강제 성관계를 맺어야 강간 및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시도 점차 변화하는 추세다. 2014년 대법원은 피해자의 적극적 저항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강간죄를 인정했다.

  성범죄 관련 법의 입법 및 개정도 진행 중이다. 2018년 10월,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형이 5년 이하에서 7년 이하, 1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상향됐다. 또한 2018년 8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10인이 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폭행·협박의 이용이 없더라도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는 일명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n번방’ 사건으로 발화한 디지털 성범죄 처벌의 필요성은 국회 청원으로 이어졌다.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은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청원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청원을 주최한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팀 ‘Project ReSet’(이하 리셋)은 “국회는 청원 내용의 극히 일부인 딥페이크 처벌 조항만을 신설하는 졸속 처리를 강행했다”며 “그럼에도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반영한 법안을 만들어 낸 것처럼 발표했다”고 국회 대응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현재 법안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개념을 매우 협소하게 정의한다. 리셋은 “디지털 성범죄는 촬영 및 영상 유포, 화상에 국한된 형태로만 발생하지 않는다”며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성적 착취의 증거물이 유통되며 성적인 모욕 및 명예훼손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제도의 정비와 더불어 관련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새로운 저항의 흐름 ‘탈코르셋’
  시민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사법의 변화를 이끌어 낸 페미니즘은 다시 개인에게 돌아와 선순환을 증명하고 있다. 짙은 화장, 긴 머리, 지나친 다이어트 등을 거부하고 외모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탈코르셋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사회적 코르셋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20대 여성은 여대사회를 중심으로 다시 부조리를 타파하는 주체가 됐다. 동덕여대 천은진 학생(이하 천 학생)은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탈코르셋을 실천했다. 천 학생은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일 때는 외출 준비에 긴 시간을 들였다”며 “이제는 화장은 물론이고 불편한 옷을 찾아 입지 않으니 약속에 늦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용적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아 소비생활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의류 시장에도 탈코르셋의 흐름은 여실하다. 기존의 의류 업체는 판매 유도를 위해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양산했고 이는 결국 허술한 봉제와 저품질 원단 사용 등으로 이어져 옷의 질을 하락시켰다. 여남 공용 의류 브랜드 퓨즈서울 김수정 대표(이하 김 대표)는 “이 모든 게 여성복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며 “이는 명백한 여성혐오이자 소비자 기만이다”고 여성복 시장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퓨즈서울은 남성들만 누리던 ‘의복 혜택’을 여성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업 철학으로 본래의 옷이 그랬어야 할 편안함과 질 좋음을 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탈코르셋은 비주류에 가깝다. 천 학생은 “개인의 실천은 곧 집단의 실천이 된다”며 “여성의 삶 전반에 걸친 족쇄를 부수는 탈코르셋은 일종의 해방 선언과도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나만’ 비주류라고 느낄 수 있지만 결국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과감히 나아가야 한다”며 주저하지 말고 실천하기를 독려했다.

  여대 학생들은 언젠간 변화할 사회를 그리며 오늘 그리고 내일도 ‘설치고, 나대며, 떠들 것’이다. 비상식이 당연한 사회의 정상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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