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페미니즘, 여대가 말하다
여대 페미니즘, 여대가 말하다
  • 여대언론연합
  • 승인 2020.04.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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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며 행동하겠습니다"

  당신은 언젠가 캠퍼스에서 페미니즘 동아리의 흔적을 마주했을 것이다. 학술 세미나, 강사 초청 강연 등 페미니즘을 가시화하려는 움직임에 이들의 노력이 녹아있다. 덕성여대신문·동덕여대학보·서울여대학보·성신학보·숙대신보가 결성한 여대언론연합은 지난달 17일, ‘여대 페미니즘’의 중심에 있는 각 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및 소모임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덕성여자대학교 여성학 소모임 FinD △동덕여자대학교 중앙여성학 동아리 WTF △서울여자대학교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 △성신여자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Dear.Sisters △숙명여자대학교 중앙여성학동아리 SFA와 함께한 좌담회 현장에 당신을 초대한다.

 여대 입학 후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가 있나. 

  무소의 뿔 페미니즘을 온라인으로 처음 접했는데, 온라인에서의 담론은 소모적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대학에서 학우들과 토론하는 것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여성만으로 둘러싸인 환경을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준거집단을 ‘여성’으로 설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Dear.Sisters 가장 큰 변화는 외적으로 코르셋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내적으로는 *가스라이팅과 차별적 사회 구조를 인지 하면서 이전보다 도전적으로 행동하고 의견을 더 명확히 표현하게 됐다.

SFA 가부장 사회에서는 여성이 여성에게 동료애를 느낄 기회가 별로 없다. 반면 여대는 여성들이 온전한 주체로서 사회를 일구는 동시에 남성 중심 사회의 여성혐오로부터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WTF 동의하지 않는다. 여대라서 안전하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5년에 페미니즘은 사이비 종교 취급을 받았다. 현재 여대에서의 여성 간 연대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며 깊어진 것이다.

FinD 동의한다. 2017년, 페미니즘 담론이 부상하면서 여대 내 여론이 변화한 측면이 크다. 그래서 단순히 나 자신이 여대에 입학해서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여대는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여자대학’의 의의를 말해달라.

  Dear.Sisters 남초 커뮤니티는 여대를 ‘페미니즘을 퍼뜨리는 전초기지’라고 비꼰다. 숨은 의도와 상관없이 여대는 말 그대로 가장 적극적인 페미니즘 논의의 장이다.

무소의 뿔 개인이 활용하기 나름이다. 여대에 다니면서도 페미니즘을 멀리하거나 여성 간의 유대감을 약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활동에 따라 여성 카르텔을 경험하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성찰할 수도 있다.

SFA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대비돼 여대생, 여교사, 여의사 등으로 불린다. 구성원이 여성만으로 이뤄져 성별 구분이 의미 없는 여대라는 집단에 들어서야 여대생이 아닌 대학생으로 존재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대는 여성이 성별의 틀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학업과 자아실현에 몰두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대 내 페미니즘 모임 활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Dear.Sisters 외부적으로 페미니즘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에게 동아리 활동은 페미니즘을 더 깊게 탐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동아리에서 동질감이나 연대 의식을 형성할 뿐 아니라 수준 높은 토론을 통해 상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최근 학과 페미니즘 모임이 생기는 추세인데, 집단 내 페미니즘 동아리 및 소모임이 늘면서 여성 카르텔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 같다.

WTF 여대도 여성혐오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성들 또한 무의식적으로 여성혐오를 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동아리에서는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사회를 재해석하고 여러 사람과 인식의 변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동아리 간의 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Dear.Sisters 여대는 비교적 페미니즘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지만 공학대는 페미니즘을 접하거나 공유하기 어렵다. 여대에서도 페미니즘 활동을 하다가 지칠 때가 있는데 공학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더 쉽게 지친다. 페미니스트가 지치면 *백래시가 올 수 있다. 그래서 대학 내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할 수 있는 카르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WTF 대학여성주의모임연대체 UFO라는 대학 내 페미니스트 카르텔은 이미 존재한다. 저와 지인들이 만든 단체다. 실제로 페미니스트들이 만나 경험을 나누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련 동아리들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 선뜻 협력의 장을 조성하기 어렵다.

Dear.Sisters 교내 타 페미니즘 동아리 GPS와 함께 전시회를 연 적이 있다. 두 동아리가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이처럼 타 대학의 페미니즘 동아리와 힘을 합치면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 다. 거창한 프로젝트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각 임원진이 속한 커뮤니티 등 작은 협력 단계부터 실행해 나갔으면 한다.

무소의 뿔 공적인 연대도 좋지만 사적인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이전에 참여한 페미니즘 행사에서 타 대학 페미니스트들을 만나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 행사를 여는 것은 노동이 많이 드는 반면 연대에는 도움이 많이 된다.

 

  공학대 내에서 페미니즘 혐오가 격화되고 있다. 

   WTF 공학대에서 나타나는 페미니즘 혐오는 공포심에서 나온다. 남학생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페미니즘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으니 이상한 것으로 치부하고 타자화한다. 반면 공학대에 재학하는 여학생은 페미니즘을 경계하기보다 페미니즘에 화살을 던지는 남학생 무리를 두려워한다. 이런 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공학대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 혐오에 일일이 신경 쓰는 것은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집단의 논리에 휘말리는 것 이다.

SFA 페미니즘 혐오는 사회에 만연하다. 여대에서는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공학대는 남학생이 많으니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2030 남성들은 ‘내가 차별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특정 문제보다 여성혐오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며 페미니즘을 가시화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FinD 공학대에선 남학생이 주류이기 때문에 여학생이 낙인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스트가 많다’는 인식을 만들어 페미니즘이 주류로 보이도록 해야 한다. 

Dear.Sisters 오히려 공학대 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페미니즘 가시화를 반증한다고 본다. 페미니즘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기에 반작용으로 혐오하는 사람들도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여대 혐오’를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Dear.Sisters 혐오를 피하려다 백래시에 가까워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백래시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여대에 대한 혐오를 무시하는 것 모두 필요하다.

무소의 동의한다. 동시에 여성 카르텔을 구축해 동지를 만들어야 한다.

WTF 혐오 대상이 되는 것은 여대뿐만 아니라 모든 여초에 해당하는 문제다. 맞서 싸우다 보면 오해나 왜곡된 시선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SFA 변화는 이미 시작했다. 스쿨미투 세대인 신입생들은 이전에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나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입학이 여대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여대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FinD 반대로 공학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고 싶다. 이것이 답을 찾기에 수월할 것 같다.

SFA 여대는 여성이 능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성별에 무관하게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공학대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Dear.Sisters 또 여대가 의대나 공대 같은 남초과에 지원을 늘려서 금녀의 벽을 허물었으면 좋겠다.

SFA 직업적 성 고정을 허무는 것과 여초 직종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소의 뿔 여대에서 현재보다 여성을 더 채용하길 바란다. 여대에서도 남교수 비중이 높거나 최소 절반이다. 교수와 교직원을 최대한 여성으로 채워야 카르텔 형성에 도움이 된다.
 

  페미니즘이 영향력을 키울 방법에 대해 논해달라. 

  무소의 뿔 여성이라는 정체성 아래 뭉쳐야 한다.

FinD 결국은 인원수 싸움이다.

Dear.Sisters 카르텔을 만드는 것이다. 어느 단체를 가든 꼭 여자만 있는 채팅방을 만드는 선배가 있다. 무언가를 공유하는 행위가 카르텔을 만드는 거다.

WTF 달마다 모여 업계 최신 소식을 전하며 친목을 다지는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클럽’이 있다. 이처럼 동종 업계 여성끼리의 모임이 필요하다.

SFA 단기적으로는 최대한 많은 여성이 페미니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을 통해 대중적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페미니즘 관련이 아닌 일반 여성들의 모임 자체도 여성주의적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 같이 모여 이야기 할 오프라인 광장의 기반 만들기를 여대에서 시작하길 바란다.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와 상황을 교묘히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행위

*백래시: 사회·정치적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에 대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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