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계급사회
21세기의 계급사회
  • 조수연(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20.06.0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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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강북구 소재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최 씨가 자신의 저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입주민에 의하면 최 씨는 지난달 21일 주차장에서 평행주차한 차량을 밀다가 차주에게 폭행을 당했다.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에 최 씨는 가해자를 폭행죄로 고소했으나 명예 훼손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억울하다는 유서 내용을 통해 그가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고층 아파트가 우리 사회의 주된 주거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경비원’이라는 직업이 생겼다. 현행법상 아파트에는 경비초소와 경비원을 반드시 둬야 하며 경비원은 아파트 보안 및 경비 업무를 담당한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과 경비업법상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주차 관리, 쓰레기 분리수거, 단순 청소, 제초까지 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이다 보니 주로 저소득층 노령 인구가 종사한다. 격일제 교대 근무가 일반적일 만큼 열악한 근무 환경임에도 경쟁률은 치열하다. 4대 보험을 보장하는 등 노년층이 할 수 있는 일 중 고소득 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비원 뒤에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 같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친근함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소위 ‘갑질’은 오래전부터 빈번히 발생했다. 주택관리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아파트 경비원 및 관리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 건수가 2,923건에 달한다. 특히 주취 폭언· 폭행이 1,382건으로 전체의 47.3%를 차지했으며, 흉기 협박도 24건이나 발생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숨진 최 씨의 심성과 성실한 태도를 말하며 안타까워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동시에 사건의 가해자가 평소에도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는 목격담도 올라왔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얼마나 착했고, 가해자가 얼마나 악한 사람인지 같은 개인에 초점을 맞출 사안이 아니다. 직업을 계급화하고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사회구조의 문제다. 노동자에게는 상냥함과 친절을 요구하고 그들의 노동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노동자의 노동을 하찮게 여겨 무시하는 모습은 마치 계급사회가 존재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최 씨의 유족은 그의 이름을 딴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사회 사각지대에서 멸시받고 무시당하는 직종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법이다.

  최 씨의 죽음은 사회적 살인이라는 의견이 가슴에 와닿는다. 경비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노동 가치를 멸시하는 구조가 그를 죽음으로 밀어냈다. 아파트 경비원뿐 아니라 환경미화원, 청소원, 건설업 노동자들 역시 노동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는 톱니바퀴와 같아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잘 돌아가지 않는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톱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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