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일 vs 빛내는 일
빛나는 일 vs 빛내는 일
  • 정선욱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0.06.1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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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가 큰 탓에 인사를 하면 누구든 내가 출근했는지 알 수 있었다. 복지관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옆에 있는 경로당을 지나면서 나누는 인사가 출근의 시작이었다. 종합사회복지관이 내가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했던 첫 직장이다.

  복지관에서 했던 업무는 경로 식당을 통해 무료급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에게 점심 한 끼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1층 식당과 2층 사무실을 뛰어다니면서 늘 바쁘게, 때로는 정신없이 열심히 일했고 넘치는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르던 사람도 많았다. 다들 열심히 한다고 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르신에 대한 재가복지서비스도 제공했다. 어르신의 욕구를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연결하는 일이었다. 임대아파트 내에 모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없을 정도로 가정방문을 했다. 동네 어르신을 다 알았고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사람은 나라는 생각으로 우쭐대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대학원까지 나와서 무료급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에 방문해 어르신의 안부나 묻고 있자니 ‘참 허드렛일 같은, 빛도 없는 일을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아주 많이 했다. 더 멋지고 빛나는 일이 아닌 상황에 불만이 많았다. 그렇게 3년을 넘게 버티다가 할 만큼 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일을 그만두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철이 들었던 것인지, 나이를 먹었던 것인지,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국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아 생활하는 어르신에게 한 끼의 식사는 어떤 의미인가. 점심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인 삶, 어린 손자를 먹이겠다고 남은 음식을 싸가는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했던가. 어린 사회복지사에게 의지해 점점 약해지는 모습이 아닌 당당하고 독립적인 어르신을 상상해보았나.

  이런 생각은 빛나지 않다고 여겼던 일을 반짝반짝 빛낼 수 있는 마법을 만들어낸다. 그 시절에는 전혀 몰랐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이런 질문들을 많이 듣는다. “어디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좋을까요?”, “어느 복지관이 좋은가요?”, “대학 시절에는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할까요?” 등등.

  그때마다 나는 “빛나는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빛나게 하면 된다”고 한다.

  내 경험에서 보듯,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일이 빛나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지금의 방식이 최선인지, 혹시 다른 방식은 없는지에 대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면 일을 빛내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요즘 학생들은 바쁘게 살면서도 더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듯하다. 그럴 필요 없다. 지금 하는 것을 빛낼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 여유와 의미를 선물해줄 것이다. 일을 빛내기 위해서는 다르게 생각해보고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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