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고, 버리고, 날리자
보내고, 버리고, 날리자
  • 김지혜 기자
  • 승인 2005.10.08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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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풍물소리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는 그녀들, 자신의 한을 토로하듯 하나 둘 속 고쟁이를 벗어 던지기 시작한다. 인사동 하늘 위로 장대 위에 걸린 고쟁이가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늘 높이 던져지는 고쟁이들, 그리고 그 뒤를 한복 치마를 들고 흥겹게 어깨춤을 추는 여인들이 뒤따른다.

10월 3일 오후 인사동 거리는 여인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하다.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대한민국 여성축제’ 가 그 시끄러움의 발원지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여인들이 고쟁이를 ‘벗어던짐’으로써 시작된다. 오랜 시간동안 여성을 억압해 왔던 남성을 따라야 할 3가지 덕목인 ‘삼종지도’ 와 여인이 쫓겨나는 7가지 이유인 ‘칠거지악’이 여성의 손에 의해서 던져지는 순간이다. 더불어 거침없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겠다는 여성들의 외침이 뚜렷히 들려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여성축제는 인사문화마당의 공연을 중심으로 인사동 길가의 각종 이벤트와 공연으로 펼쳐졌다. 오후 2시의 첫 공연은 분홍빛 티를 맞추어 입은 유치원 어린이들의 무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진 여성이 다시 쓰는 ‘新삼종지도 新칠거지악’ 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재치만점 진행자가 ‘좋아 좋아’를 연발하며 칠거지악을 ‘남자가 밥상에 앉아서 반찬투정 하면 내 쫓는다’ 등으로 바꾸어 풍자하며 관중들의 호응을 얻었다.

등장에서부터 마치 속옷과 같은 차림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여성 퓨전클래식 트리오 화이트폭스는 “남성을 위해서가 아닌, 여성을 위해서 이러한 의상을 입었다. 오늘은 여성의 날이며, 여성의 축제 이다”라고 외치며 전자바이올린과 첼로, 키보드가 어우러진 정열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의 공연에는 참여한 관객들이 일어서 함께 어깨춤을 추며 소리를 지르는 등, 연주자와 관중이 함께 인사동 거리에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인사문화마당의 뒤를 돌아다보면 파란 천막 아래로 과거 여인의 향취를 맡을 수 있는 독특한 이벤트들이 마련되어 있다. 절구 찧기 코너와 ‘잘 치든 못 치든 신나게 쳐라’ 는 다듬이질 체험장을 신나게 오가는 어린아이들의 표정에는 신기함이,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아련함이 묻어난다. 이외에도 과거 여성들이 즐겨하던 ‘봉숭아 물 들이기’ 코너를 비롯하여 표주박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휴일 인사동을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공연과 이벤트에서 과거 여성의 모습과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면, 전시 분야에서는 현대 여성의 아픔과 사회에서의 ‘닫힘’을 이야기 한다. ‘사라지는 여자들’ 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사진자료 전시는 ‘왜 연쇄살인 희생자의 대부분은 여성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여성이어서 죽어야 했고 그 죽음조차 익명화 되었다. 무엇으로 그녀를 잠들게 할 것인가’ 라며 사회의 관심과 변화를 요구했다.

‘보내고, 버리고, 날리자’ 라고 외치며 마무리 된 이번 축제는 과거 규정된 여성의 역할을 던져버리며 스스로를 찾는 의미 있는 축제였다. 여성의 상징으로 인사동 입구 전봇대에 걸려 바람에 흩날리는 분홍치마, 이제는 사회의 바람에 흔들리는 약한 여성이 아닌 사회 속에서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여성이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김지혜 기자 / mare118@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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