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조기 치료가 회복의 길입니다
조현병, 조기 치료가 회복의 길입니다
  • 김성완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20.06.13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조현병은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됐다. 이는 조현병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극적인 장치로 사용하는 조현병을 보면서 아무도 내 일상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현병은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다. 조현병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조현병을 앓는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이야기를 다룬다.<출처/한국일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흉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울리지 않은 핸드폰에서 진동이나 벨 소리를 느껴 확인할 때도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이런 현상을 관계사고나 지각 이상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심해지면 핸드폰이 해킹돼 나와 관련한 정보들이 온라인에 떠돌아다닌다거나, 세상의 음모로 인해 괴롭힘당하고 있다는 등의 망상이 되며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이 된다. 조현병의 주요 증상이 바로 망상과 환청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망상이나 환청을 경험할까? 세계보건기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000명 중 피해망상은 80명, 환청은 60명 정도 경험한다. 조현병이 주로 시작되는 아동·청소년 시기는 열 명 중 한 명꼴로 더 빈번하게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 조현병을 나와는 거리가 먼 누군가의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현병 증상을 경험한다. 망상이나 환청 경험이 다 조현병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계속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때 조현병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가벼운 망상이나 환각 경험도 조현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4%로 집계됐다.<출처/국민일보>

  그럼 어떤 사람이 조현병에 걸릴까? 답은 ‘누구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그렇듯 조현병 역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병이다. 물론 비만한 사람에게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잘 생기는 것처럼 조현병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있다. 도시 출생, 영아기의 바이러스나 기생충 감염, 영양 결핍, 아동학대 경험, 대마초 흡연 등이다.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조현(調絃)은 ‘현을 고른다’는 뜻이다. 우리 뇌의 신경구조는 현악기의 현처럼 연결돼 있는데 조율이 잘되지 않으면 정신적 혼란스러움이 찾아온다.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교정해주는 약물복용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악기를 조율하면 다시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로 회복할 수 있는 병이다.

 

조현병은 뇌에서 도파민이 과다분비돼 발생한다.<출처/KBS NEWS>

  조현병 치료 약물의 효과는 신체 질환 치료 약과 비교해 우수한 편이다. 따라서 조현병의 회복 여부는 발병 이후 약물 치료를 얼마나 빨리 시작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조현병도 다른 신체 질환처럼 질병의 단계를 1~4기로 나눠 구분한다. 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치료 반응과 경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료 반응이 좋지 않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내시경으로 위암이나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전신마취나 개복 없이 내시경 절제가 가능하나 통증이 시작된 뒤 암을 늦게 발견할 경우 배를 열어 위나 장을 절제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신질환에도 치료의 골든 타임이 존재한다. 조현병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치료를 미루는 것은 암을 진단받고 나서도 수술을 받지 않고 암세포가 퍼지도록 기다리는 것과 같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치료 반응이 좋지 않고 기능이 저하되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건강하게 학업과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취직이나 시험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미루다 증상이 심각해진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면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병원 치료 사실은 법에 따라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고 기업이나 다른 국가기관에 전달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의료법에 따라 본인의 동의 없이는 그 누구도 의무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 사기업은 물론이고 국가기관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불안 때문에 치료를 미루다가 증상이 심해져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치료를 주저하다 병을 키우기보다 일단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조현병 진료 환자수는 매년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조현병 진료 환자수는 매년 증가했다.<출처/서울신문>

 

  조현병은 대부분 10대와 20대에 발병한다. 청년 시기의 정신건강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어 더욱 필요하다. 청년 시기에 나타나는 우울과 불안은 흔한 증상인데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중한 질병으로 이어지고 일부는 조현병 증상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정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시급히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정신건강 검진과 치료 접근성은 그리 좋지 않다. 장년이나 노인과 비교해 신체 질병 발생이 적어 청년 건강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청년 시기에는 질병으로 인한 부담의 절반 이상이 정신건강에 의한 것이어서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최근 청년정신건강센터 설립과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운영 중인 마인드링크가 현재까지는 유일한 지역사회 기반 청년정신건강센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정신건강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가 협력해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 시기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발견하고 치료를 촉진하는 등 집중적인 개입으로 많은 청년이 조현병 회복을 경험했다. 정부는 마인드링크의 효과를 인정해 올해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것을 결정하고 준비 중이다.

  예방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해 치료 시작 시기가 외국과 비교해 상당히 늦다.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에 빠지는 조현병은 정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과 뇌 신경이 잠시 아픈 것일 뿐이다. 늦기 전에 전문가를 만나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사회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질환도 초기 집중 치료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파민: 신경전달물질로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 분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해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정해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