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체계 구축 위한 공공의료 확대 필요해
K-의료체계 구축 위한 공공의료 확대 필요해
  • 황보경 기자
  • 승인 2020.09.07 0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결책으로 등장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허점이 드러났다. 대구 집단감염 사태 때 경험한 수도권 쏠림 현상, 공공 의료 인력 부족에 진료과목 간 불균형까지 더해져 체계적인 방역과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정부는 국립공공의대를 설립해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단체의 반대와 교육 당국과의 합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립공공의대 설립 논란

  코로나19로 재점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난 3월, 대구에서 4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과반수는 병상이 없어 입원조차 거부 당했다. 이들은 주변 지역으로, 심지어는 서울로 향했다. 초기 확진자 75명 가운데 23%는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고 사망했다. 공공의료 시스템 취약으로 벌어진 비극이다.

  현 정부는 2018년 서남대학교가 부실대학의 오명을 이기지 못하고 폐교하자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원 49명을 재배정받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이하 국립공공의대)을 신설하고자 했다. 의료 취약지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국립공공의대를 설립하려던 것이다. 그러나 의대 정원 증감에 민감한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실행하지 못했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립공공의대 설립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의대 정원을 확대해 늘어난 의료 인력을 국가방역체계와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팬데믹을 대비해 의료 방파제를 단단히 쌓겠다는 것이다. 지난 달 1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하 김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드러난 공공의료 인력의 실태를 지적하며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 영에 관한 법률안(제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립공공의대 설립과 정부의 지원, 주요 목적 등을 담았다.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

  어떤 내용 담고 있을까

  김 의원은 "지역 근무 기피와 일부 진료과목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며 “지방의료원과 지역·응급외상센터에서는 아무리 높은 보수를 지급해도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외상외과 같은 필수 의료서비스에 지원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응급의료 사각지대는 전국 10개 시·군으로 이 중 △평월 △평창 △정선에는 지역응급의료센터조차 없다.

  보건복지부는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 관련 국회 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에서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국립공공의대를 설립하자는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며 “앞으로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립공공의대의 학비와 대학 설립비를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학을 법인으로 하고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아 의학전문대학원, 보건대학원을 함께 둘 것을 규정한다. 단설 대학원이 아닌 석/박사과정 까지 개설하는 형태다.

  국립공공의대에서 석사학위와 의사 면허 취득 후 군복무, 수련 기간을 포함한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부여받는다. 의무복무 기간에는 의료 취약지나 필수 의료 분야에서 복무해야 한다. 배치· 경력관리위원회에서 지역 간 격차, 인력 요청 기관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의무복무 불이행 시 경비 반환이나 면허 취소 및 잔여기간 동안 재발급 금지 조항도 있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주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국립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출처/한겨래
지난달 23일, 정부가 주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국립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출처/한겨래>

 

  정원 확대 필요 없다는 의협 성 정책이사,

  “의료 인력 배치 불균형이 문제”

  국립공공의대 설립은 적잖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정부의 4대 악 의료 정책’에 포함했다. 신중한 검토 없이 국가적 재난을 명목으로 의사 인력 확대를 추진한다면 큰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3명으로 OECD 평균인 3.4명에 비해 6만 명이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지역이나 전공, 병·의원 유형마다 불균형한 것이 문제다”며 “의료 취약지는 지역주민 수도 적어 병원이 자리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몰린 의사를 분산시키기 위해 지역에 더 높은 **의료수가를 적용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지난달 23일 당정이 협의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국립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선언한 바 있다. 국내 전공의, 전임의는 지난 21일부터, 의협은 2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14일 1차 총파업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사흘간 병원 문을 닫았고 그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봉직의 또한 이틀간 총파업에 나섰다.

  파업 전날인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도권 상황이 안정된 이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국립공공의대 신설에 대해 의료계와 논의하며 추진하겠다”며 정책을 유보했으나 의협은 신뢰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라면서 예정된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의사 면허상 불이익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의협 측은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부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요구 중이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다. 의협은 “의료행위는 주체나 소속기관과 무관하게 공공의료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국립공공의대 신설은 비효율적이며 의료의 공공성이라는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정책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26일부터 의사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경향신문
의협은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정책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26일부터 의사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경향신문>

 

  의료공백 겪지 않으려면

  공공의료진 확대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지난 7월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2%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7월 29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의대 정원 확대 찬반 국민설문조사' 결과 그래프다.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출처/리얼미터
지난 7월 29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의대 정원 확대 찬반 국민설문조사' 결과 그래프다.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출처/리얼미터>

  의료시민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5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국가가 공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됐다”며 “공공교육기관에서 의사를 양성해 공공의료기관에서 상당 기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이어 “충분한 입학 정원 확보와 권역 별 설립을 반드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선량한 개인의 자발적인 헌신이나 군 의료 인력 동원으로 공적 보건의료 인력 체계를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018년 의사들의 독점적 권력을 통한 무력 행사가 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진다면 국가적 의료재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립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부족한 의사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만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실련 남은경 정책국장은 “소수의 의사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업무를 독점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보건복지부가 ‘집단이기주의’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립공공의대 정원을 최소 300명 이상으로 두고 △지자체 △국공립대학 △경찰청 △근로복지공단 등 양성기관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의사 수 확대 아닌

  ‘공공의료진’ 양성 위해 노력해야

  정부는 법 제정 가능성에 대비해 올해 예산에 국립공공의대 설계비 9억 5,500만 원을 배정했다. 보건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21대 국회에서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률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의 정부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몸담을 의료진을 양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의료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의협은 공공성만을 따진다면 의료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전라북도의회 환경 복지위원회는 “의협이 의료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나 정부 재원을 투입하기 때문에 국회와 상급 기관의 상시 관리 감독으로 문제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은 지역 격차 없는 공공보건의료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의사가 없어서, 병원이 너무 멀거나 시설이 열악해서 진료를 못 받는 환자가 없도록 국가가 책임을 완수해야만 한다.

 

*정부의 4대 악 의료 정책: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국립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추

**의료수가: 의사 등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 공단으로부터 받는 돈

***봉직의: 병원이나 의원의 장(사업주)과의 근로 계약에 따라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는 고용된 의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해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정해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