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매료하는 공간, 무대에 서사를 입히다
관객을 매료하는 공간, 무대에 서사를 입히다
  • 허진 기자
  • 승인 2021.08.31 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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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서트는 다양한 예술과 메시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러나 무대를 기획하는 연출이 없다면 우리는 완성된 공연을 볼 수 없다. 콘서트 연출 PD라고 하면 모호한 개념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여기 7년간 BTS 콘서트를 맡으며 함께 성장해 온 이가 있다. 콘서트 전문 연출팀 PLAN A 대표 김상욱 콘서트 연출 PD다. 그를 만나 콘서트 연출 PD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하나의 콘서트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무대를 비롯해 그 위의 모든 것들을 구성하고 결정해야 해요. 본 무대의 모양과 크기, 돌출 무대의 유무부터 조명의 위치와 움직임, 공연자의 공연 순서 등 세세한 초 단위의 연출이 필요해요. 포괄적으로 무대 위의 모든 것은 콘서트 연출 PD가 기획한다고 보면 돼요. 작업량이 많다 보니 작은 공연은 한 달 반, 큰 공연은 1년까지도 준비해요.

  대부분 연출팀이 큰 틀을 만든 후 공연자 및 매니지먼트와 조율해요. 연차가 있거나 원하는 바가 확실한 공연자의 경우 직접 추구하는 방향으로 연출안을 짜 오기도 해요. 저는 그 연출안을 확인한 후 더 나은 무대를 위해 몇 가지 수정 사항을 제안하죠. 공연자가 바탕을 만들면 콘서트 연출 PD가 세부 완성도를 더하는 거예요. 

 

  Q. 프로듀서와 연출, 두 가지 일을 하셨는데 두 직업에 차이가 있나요?

  연출은 ‘예쁘고 멋있는 공연’에 대해서만 생각해요. 말 그대로 공연을 연출하는 거죠. 반면 프로듀서는 ‘정해진 예산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공연’에 대해 고민해요. 공연을 연출할 때는 두 직업이 공존해야 해요. 연출이 아무리 멋진 그림을 그려도 예산을 초과하면 현실화할 수 없어요. 반대로 연출자가 너무 그림을 작게 그려도 마찬가지죠. 연출의 그림을 프로듀서가 현실에 맞게 잡아주는 거예요. 공연을 만드는 양대 축이라 볼 수 있죠. 균형이 맞아야 예산 내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공연을 만들 수 있어요.

 

  Q. 콘서트를 연출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공연의 3대 요소는 공연자, 무대, 관객이라고 생각해요. 그중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공연에 대해 계속 고민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나 연극처럼 서사가 있어야 해요. 사실 콘서트는 서사를 넣기 어려워요. 연극과 뮤지컬은 그 공연을 위한 대본이 있지만 콘서트의 대본이 되는 노래는 콘서트를 위해서 내지 않죠. 연극과 뮤지컬 이 2시간을 웃도는 희곡을 한 덩어리로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면 콘 서트는 3~4분짜리 조각 20개 정도를 퍼즐처럼 맞추는 거예요. 퍼즐을 맞추다 보면 빈틈이 생겨요. 빈틈을 대화나 VCR, 연출적인 기교 등으로 채워요. 그렇게 서사를 구성해 20조각이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흐름을 만드는 거죠. 그렇지 않다면 관객들은 곡과 곡 사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거예요. 콘서트도 영화처럼 서사가 있어야 관객의 몰입도가 상승하고 더 즐거운 관람이 가능해요.

 

  Q. 연출을 기획할 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다른 연출의 콘서트를 많이 찾아봐요. 다른 갈래인 연극이나 뮤지컬도 보고요. 문화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 경제 흐름 등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모든 것을 찾아보는 게 습관이에요.

  나와 다른 전공, 흥미, 취미 등을 가진 다양한 동료의 얘기를 통해 생각의 범위를 배로 넓히기도 해요. 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교양과 지식량의 한계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일본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잘 아는 동료가 있다면 후에 일본 콘서트 연출을 맡을 때 큰 도움이 되겠죠.

 

  Q. 콘서트 연출 PD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해요. 콘서트 연출의 밑바탕은 음악이니까요. 악기나 노래, 춤 등 음악에 관련한 사소한 경험도 괜찮아요. 음악을 많이 듣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관심 있게 들을수록 여러 장르의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생기거든요.

  아이돌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요. 예를 들어 인원이 열 명인 공연진이 있어요. 그럼 인원에 따라 균형을 맞춰야 해요. 만약 멤버 간 분량에 큰 차이가 있다면 팬들이 서운하겠죠. 균형 있게 연출안을 짜는 것이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어야 내가 원하는 바를 구현할 수 있어요. 많이들 연출이라고 하면 혼자 고민하고 작업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 시간은 아주 짧아요. 실제로 콘서트를 만들려면 조명 감독, 무대 디자이너, 구조물 팀 등 적어도 10팀에서 많으면 20팀 이상과 소통해야 해요. 예를 들면 제가 어느 부분에서 공연자를 돌출 무대로 내보내는 연출을 했어요. 이때 “여기서 돌출 무대로 나갈게요”처럼 간단히 얘기하면 안 돼요. “이 노래의 어느 부분에서 돌출 무대로 나가기 시작할 건데, 그다음 무대를 이어가려면 본무대부터 돌출 무대 정중앙까지 몇 마디 안에 나가야 해요”처럼 자세한 연출안을 짠 후 전달해야 훨씬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겠죠. 물론 전달하기 전에 명확한 내 의견을 갖고 있어야 하고요.

 

  Q. 대학 전공과 전혀 다른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때부터 대중음악을 많이 들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악기를 배우고 중창단에 들어가 노래도 했어요. 처음 연출을 맡았던 건 고교 시절 동아리 졸업생들이 연 공연이에요. 당시에는 연출의 길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일을 직접 경험해보니 ‘내가 공연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늘 적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같이 노래했던 고교 선배에게 공연 연출 아카데미를 추천받았어요. 아카데미에 가겠다는 건 큰 결심이었지만 당시에는 ‘재미있으니까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컸죠. 그 길로 휴학하고 아카데미에 들어갔어요. 예술의 전당 아르바이트와 공연 연출 기획사의 인턴 일도 하며 여기까지 왔어요.

  콘서트 연출 PD라는 직업이 제가 좋아했던 대중음악과 공연, 기획 등 창작 활동을 전부 포함하고 있어요. 당시에는 이유를 명확히 몰랐지만, 돌이켜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교집합이기 때문에 강하게 끌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Q. 콘서트 연출 PD로 활동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요?

  남들이 밟아 놓은 길이 아니기에 겪는 어려움이 컸어요. 제가 처음 발을 들일 때만 해도 공연 연출이라는 직업 자체의 위치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특히 유명한 콘서트 연출 PD는 전무에 가까웠어요. 그렇다 보니 척박한 업무 환경이 당연했죠. 퇴근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급여도 적었어요. 그저 끊임없이 버티는 것 외에는 극복 방법이 없었어요. 가능한 한 버텨서 후에 내가 힘이 생겼을 때 불합리한 업무 환경을 근절할 수 있도록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을 하면서는 여러 역할 사이 스스로의 갈등이 가장 컸어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콘서트까지 맡아야 하는 직업 특성상 해외로 나갈 일이 많거든요. 1년에 150일 정도는 해외에서 보내야 했어요. 콘서트 연출 PD라는 역할로 인해 또 다른 역할인 ‘아빠’는 제대로 못 해내는 일이 잦았어요. 물리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혼자 육아해야 하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죠.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무엇인가요?

  지금 당장은 분기별로 열심히 사는 게 목표예요. 장기적으로 엄청 난 목표를 세우고 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하루하루 잘 살다 보면 하루치 결과물이 점점 쌓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쌓아놓은 것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하루, 일주일, 한 달, 한 분기, 일 년을 얼마나 열심히 채워 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중장기적 목표로는 현 상황이 진정돼 다시 오프라인 공연을 열심히 만드는 거예요.

 

  Q. 다양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모든 대학생에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물음을 계속하고 되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것의 기준은 ‘남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공은 중요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뚜렷한 진로를 정해 둔 채 전공을 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꼭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에 계속 관심 가지며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관심사 이외의 다른 세상에 대한 관심도 끄면 안 된다는 거예요. 창의성의 자양분은 다양한 곳에 있고 언제 어디서 그 창의성이 필요할지 몰라요. 그래서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에 대한 이해와 교양, 정보와 지식을 쌓는 데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부지런히 알고 있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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