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논란, 해결책은 디지털세?
조세회피 논란, 해결책은 디지털세?
  • 신윤경 기자
  • 승인 2021.08.31 0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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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국제 법인세의 체계를 바꾸다

  지난해 국내서 수조억 원 규모의 수익을 얻은 구글코리아는 국내에 법인세 97억 원만을 납부했다.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단순 광고 수익만 매출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IT 기업의 경우,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국가에 매출을 내기 때문에 비교적 세율이 낮은 국가에 고정 사업장을 둬 법인세를 낮춘다. 국제사회에선 이를 두고 정당한 세금을 지불하지 않는 조세회피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IT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디지털세를 논의 중이다.

 

  IT 기업의 조세회피,
  해결책으로 떠오른 디지털세

  디지털세란 디지털화된 경제 환경 속에서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는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행 국제 조세 협약은 자국에 고정 사업장을 둔 기업에만 조세를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IT 기반의 다국적 기업은 해외에 물리적 사업장을 두지 않아도 전 세계 이용자 확보와 이윤 창출이 가능하다. 때문에 전 세계를 상대로 매출을 올리는 일부 다국적 기업의 경우, 조세회피가 가능하며 이를 현행 제도로는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국적 IT 기업의 대표주자인 구글이 공개한 구글코리아의 2019년 매출은 2,201억 원이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정한 구글코리아 2019 매출액은 5조 9,999억 원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구글의 공시 수치에 핵심 수입원인 앱마켓 수수료가 빠졌기 때문이다.

  조세회피를 위해 기업들은 국가마다 다른 과세율을 이용한다. 자국에 본사를 두고 비교적 세율이 낮은 타 국가에 자회사를 유치한다. 구글플레이의 경우, 앱마켓 수수료 수익은 싱가포르 소재 구글아시아퍼시픽의 매출로 기록된다.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이 한국보다 낮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때문에 구글코리아는 수조 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국내에 법인세 97억 원만을 납부했다.

  IT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세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고정 사업장이 있어야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를 수정하고 영업장이 위치한 국가의 법인세율과 관계없이 매출에 따라 부과하기 위함이다.

디지털세는 대표적 IT 기반 기업인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와 FANG세로 불리기도 한다.
디지털세는 대표적 IT 기반 기업인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와 FANG세로 불리기도 한다. <출처/디지털머니>

 

  서로 다른 이해관계
  보복관세로 이어져

  유럽연합(이하 EU)은 현행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에 디지털세를 제안했다. 기존 조세제도의 허점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가 가장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IT 기반의 대표적 다국적 기업인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미국 기업인 만큼 미국은 디지털세 협의에 소극적이었다.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자 EU는 개별 국가 내에서 자체적으로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을 논의했다.

  2019년, 프랑스가 가장 먼저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에 역내 온라인 광고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순이익을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법인세와 달리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중 과세 논란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프랑스가 미 IT 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세가 부당하다며 와인, 샴페인, 치즈 등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고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 (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 무역 상대국이 미국 기업에 부당한 세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한다”며 “불공정한 차별적 과세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프랑스는 미국에 EU 차원의 대응을 경고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 브뤼토 르메르 장관은 “디지털세는 미 IT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세계무역기구의 규정을 준수한다”며 “미 당국은 해당 문제를 다루기에 적절하지 않은 일방적 보복관세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미국의 보복관세를 이기지 못하고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을 유예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과 이탈리아도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을 유보했다.

 

  혼란 끝 나온 초안
  필라 1·2 블루프린트

  미국은 디지털세 도입에 회의적 반응을 고수했으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입장이 변화하며 디지털세 논의의 큰 진척이 보였다. 미국의 리더십 재건을 위해서는 다자주의 중시와 국제합의 존중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작년 10월, OECD는 디지털세의 초안인 ‘필라1·2 블루프린트’를 발표했다.

  ‘필라 1’은 고정 사업장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과세 연계점을 기준으로 소득이 발생한 나라에 과세권을 부여해 국가별 매출액을 비중으로 과세하자는 내용이다. 요컨대 매출 발생국에 징세하는 방안이다. 논의 과정에서 기존 IT 기업에만 적용했던 디지털세가 대상 범위를 넓혀 제조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필라 2’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설정해 과세당국이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경우 최저한세율만큼 추가로 과세하는 내용이다. 비교적 법인세가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옮기는 편법을 막기 위함이다.

  지난 7월 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가 ‘필라1·2 블루프린트’에 기반한 디지털세의 합의안을 공개했다. 업종과 상관없이 매출액과 이익률 기준 상위 다국적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20% 이상 과세할 권리를 매출이 발생한 시장 소재국에 배분하고,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최소 15% 이상으로 하는 안이다. 합의안은 130개국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는 이번 디지털세 합의안의 대상을 연 매출이 200억 유로를 넘고 10% 이상의 **영업 이익률을 내는 다국적 기업이라고 공표했다.

디지털세의 초안 ‘필라1·2 블루프린트’에 기반한 합의안에 따르면 기업은 10%의 통상이익률을 넘는 초과 이익의 20~30%를 매출발생국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
디지털세의 초안 ‘필라1·2 블루프린트’에 기반한 합의안에 따르면 기업은 10%의 통상이익률을 넘는 초과 이익의 20~30%를 매출발생국에 세금으로내야 한다.<출처/중앙일보>

 

  진전 보인 디지털세 논의
  세부 합의 남아

  디지털세의 큰 틀만 갖춰진 상황에서 지난 7월 나온 합의안에 130개국이 동의해 향후 협의가 가속될 전망이다. 올해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세부 쟁점을 논의할 예정이며, 2022년 다자간 협정 서명 이후 각국의 법령 개정을 거쳐 2023년 최종 합의안이 발효할 예정이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박사는 “합의안을 도출해도 완벽히 시행하는 데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므로 세부 논의가 쉽지 않겠지만 많은 나라가 디지털세에 동의한 만큼 제도 정비를 거쳐 합의점을 낼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수출 중심 대한민국
  디지털세로 어떤 영향 받을까

  디지털세 대상이 제조기업까지 넓어졌기 때문에 수출 중심 산업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 법인세를 납부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 상공회의소 송승혁 조세정책팀장은 “한국경제는 IT 수출 비중이 높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더 크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순 세수의 감소가 우려된다”며 “우리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경제계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박훈 교수는 “개별 국가가 입법 과정에서 합의안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면 세 부담 총액은 높아진다”며 “분쟁 해결 장기화 시 이중 납세가 난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정정훈 소득법인세정책관은 “필라 1에 따라 한국도 기업의 글로벌이익 일부가 해외로 배분되겠지만 반대로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과세권을 확보한다”며 “제도 설계상 우리나라를 포함해 산업 기반이 강한 선진국들이 시장 규모가 큰 개도국에 과세권 일부를 배분하는 구조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중과세의 경우 조정 절차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어 기업의 세 부담은 디지털세 도입 전과 비교해 중립적이며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고 전했다.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세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와 OECD 세금 타협안이 우리나라 세수에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최저한세: 사업소득이 있는 납세자가 아무리 많은 공제나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

**영업 이익률: 매출액에서 발생하는 영업수익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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