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만능설’의 붕괴, 누구의 잘못인가
‘전자발찌 만능설’의 붕괴, 누구의 잘못인가
  • 황보경 기자
  • 승인 2021.09.13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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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위치추적 전자장치(이하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하 강 씨)이 검찰에 송치됐다. 강 씨는 지난달 26일 첫 번째 피해자 살해 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고, 약 3일 후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했다.

  첫 번째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경찰은 법무부 보호관찰소로부터 전자발찌를 훼손한 범인의 도주신고를 받고 그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기척이 없는 점을 근거로 강 씨가 외부에 있다고 판단해 집 안을 수색하지 않았다. 이튿날인 28일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서울역 인근에 버려진 범인의 렌터카 내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차 안의 절단기와 흉기를 지나쳤다.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하기 18시간 전이었다.

  법원은 범인이 자수한 29일 8시까지도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법무부와 경찰은 강 씨가 자수하기 전까지 범죄 혐의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경찰은 체포영장도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범인의 집에서 첫 번째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은 “주거지를 수색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을뿐더러 체포영장도 없었다”며 “렌터카 수색에 부주의했던 점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수사에서 법무부와 경찰 간의 긴밀한 소통은 존재하지 않았다. 경찰이 도주신고를 받은 오후 5시 37분, 법무부는 경찰에게 범인의 전과와 위험성 등 정황은 전혀 알리지 않고 약 3시간이 지나서야 검거 협조 의뢰서를 전달했다.

  전자발찌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의 성범죄 재범 건수는 292건이다. 지리적 감독이 지니는 재범 억제의 한계를 수치가 증명한다. 그럼에도 지금껏 법무부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전자발찌의 견고성과 관리 인력을 탓했다. 12년에 걸쳐 여섯 차례나 전자발찌를 개선했으나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은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발생했다. 원인은 전자발찌 자체가 아닌, 전자발찌를 부착한 이들의 재범 가능성이 있음에도 법무부가 근본적인 해결 도모에 게을렀기 때문이다.

  국민의 비판 한가운데 법무부는 지난 3일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조체계를 강화해 경찰의 정보 열람권을 확대하고 전자발찌 부착자의 감독을 재범 위험도에 비례해 강화한다는 것이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이 △성폭력 △살인 △유괴 △강도로 확대된 만큼 관리 인력을 충원하겠다고도 밝혔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전자발찌 준수사항을 위반한 범죄자에게 인권 보호 명목으로 형식적인 지도를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재범 가능성이 보일 시 미리 경찰과 공개적인 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전자감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발찌는 범죄자의 재범 방지와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해 탄생한 제도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도 실효를 발하지 못한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 특성을 고려해 전문 치료 시설이나 전문 관리 인력을 두는 식의 보완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고 전했다.

  이번 법무부의 종합대책은 사후약방문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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