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범죄에도 끄떡없는 의사 면허
중대 범죄에도 끄떡없는 의사 면허
  • 안소정 기자
  • 승인 2021.09.1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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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정도에 따른 일시·영구적 배제 필요해

  2019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의 인턴이 마취 상태인 여성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음이 밝혀졌다. 징계는 정직 3개월에 그쳤고 이후 환자와 대면하지 않는 비임상과로 복귀했다. 병원 측은 이듬해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고 나서야 의사직 수련을 무효 처리했다. 그러나 그의 의사 면허는 변함없이 유지되며 다른 병원에 재취업할 수 있다.

 

  주요 범죄 의사 3천여 명
  면허 유지는 평생 보장

  경찰청에서 집계한 의사 범죄 현황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5~2020년 동안 △살인 △강도 △성범죄 △절도 △폭력범죄로 입건된 의사는 총 4,091명으로, 해마다 평균 680명가량의 의사가 입건됐다. 특히 2018년 한 해 동안 성범죄로 입건된 의사 수는 136명이며 71명이었던 2014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이유로 자격이 정지된 의사는 74명이지만 그중 성범죄가 사유인 의사는 4명에 불과하다. 처분은 고작 자격 정지 1개월에 그쳤다. 이렇듯 흉악 범죄를 범한 다수의 의사가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폭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년간 평균 509명으로 전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성범죄를 저지른 이가 평균 12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폭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년간 평균 509명으로 전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성범죄를 저지른 이가 평균 12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사 면허는 ‘치외법권’
  형식상 절차뿐인 면허 재교부

  현행법상 의사는 성폭행이나 살인과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의료법이 업무 관련 범죄와 일부 사례만을 면허 취소 기준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1951년 국민의료법을 처음 제정했을 당시 ‘의료 관계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의사 면허 취소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현재는 △허위진단서 등의 작성 △업무상 비밀 누설 △진료비 부정 청구 등의 형법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경우만이 범위에 포함한다.

  의사 면허는 취소되더라도 간단히 재교부받을 수 있다. 흉악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의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원인이다. 의료법 제65조 2항에 따라 의사 면허는 취소 이후 최대 3년이 지나면 면허 재교부 신청이 가능하다. 특별한 심의 단계도 없어 서류 과정만 거치면 된다. 2016~2020년에 있었던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96건이며, 88건이 재교부됐다.

 

  의사 면허 취소법
  20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의료 행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하며 2007년 17대 국회부터 의사의 면허 취소 기준을 확대하는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다.

  지난 2월, 의사 면허 취소 기준 확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집행이 끝난 뒤 5년간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6개월 이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계류하며 역시나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사위에 머물러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 집단의 극심한 반발이다. 의사 집단은 “업무와 무관한 범죄로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과잉 규제다”며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접종 보이콧을 고려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강경한 투쟁 의지를 보였다.

2월 20일, 대한의사협회 및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접종 협력 중단을 비롯해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대응책을 논의했다.출처/뉴스1
2월 20일, 대한의사협회 및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접종 협력 중단을 비롯해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대응책을 논의했다.<출처/뉴스1>

 

  소극적 의사 면허 취소 기준
  신중한 논의 필요해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이하 김 교수)는 “의사는 진료 목적으로 환자의 몸을 보거나 만지고 의료 도구를 이용해 찌르거나 자를 수 있는 전문가로, 환자와의 신뢰를 전제로 한다”며 “이 신뢰에는 높은 도덕적 기준이 필요한데, 형사범죄를 범한 사람은 그러한 수준에 미달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국내 의사 면허 취소 기준은 해외 의사 면허 관리 규정에 비해 매우 소극적이다. 일본은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한다. 미국 다수의 주는 유죄 전력이 있는 의사에게 면허를 부여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법률이 아니라면 의사 면허에 큰 영향이 없을 정도로 관대하다.

  김 교수는 “생명과 신체를 침해하거나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의사 자격을 영구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며 “그 밖의 범죄는 일시적으로 배제한 후 범죄의 정도에 따라 응시자격 재부여 또는 재교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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