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언론사 시대의 개막 속 미디어바우처
대 언론사 시대의 개막 속 미디어바우처
  • 정해인 기자
  • 승인 2021.10.11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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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언론 위신, 미디어바우처법이 돌파구 될까

  소비자들은 더 이상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다. 신문보다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특정 언론사를 구독하기보다는 우연적 접촉에 기대 기사를 읽는다. 포털 내 조회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체제에서 언론사는 심층적이고 질 높은 기사를 포기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생산한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5월, 국민의 선택을 통해 건강한 언론 시장을 조성하고자 하는 미디어바우처법이 등장했다.

 

  언론 수난시대,
  포털사이트의 언론화

  과거에는 신문과 잡지 등 출판물 형태의 언론이 주류였던 반면 현재는 SNS나 포털사이트,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포털뉴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분석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서 검색엔진 또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뉴스로 이동했다고 답한 한국인 비율은 76%로, 조사 대상국 40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대로 언론사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고 답한 비율은 4%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

종이신문에 대한 수요는 다른 매체와 달리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함께 증가했다. 네이버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및 매체 2위(12.8%),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및 매체 3위 (11.5%)로 뽑혔다. 반면 어떠한 신문사도 두 문항의 상위 5위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종이신문을 기반으로 하던 기성 언론이 쇠퇴하고 포털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포털의 기사 배열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는 개혁론을 제기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언론사들은 포털사이트 내 메인 뉴스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며 “최소한 포털이 임의적으로 기사를 배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가 특정 의도를 갖지 않더라도 조회수로 경쟁하는 특성상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를 우선하고, 질낮은 *어뷰징 기사 생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언론에 투표하세요
  미디어바우처법

  포털의 언론화로 인한 언론의 질적하락을 막기 위해 등장한 것이 ‘미디어바우처법’이다. 정부가 만 18세 이상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쿠폰’을 나눠주는 내용의 법안이다. 국민은 이 쿠폰으로 원하는 언론을 후원할 수 있다. 정부 예산으로 언론을 후원하지만, 지원 대상과 지원액을 기사를 읽는 국민의 선택에 맡긴다는 점에서 정부 권력의 개입을 방지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언론에 정부 차원의 광고비를 지급한다. 미디어바우처법의 핵심은 광고비의 사용을 국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광고단가 책정에서 한국ABC협회(이하 ABC협회)의 유료 부수 조사를 참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ABC협회의 부수 조작 혐의가 제기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ABC협회의 조사를 정책 집행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디어바우처법은 국민의 평가를 언론 영향력과 광고단가 책정의 새로운 참고 기준으로 제시한다.

  미디어바우처법의 궁극적 목표는 언론 생태계의 정상화다. 언론이 조회수 대신 소비자인 국민의 선호를 따르면서 질 낮은 언론은 자연스레 도태되고 반대로 유익한 언론은 성장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법안 대표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이하 김 의원)은 “언론사가 정치권과 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국민이 언론사를 뒷받침해준다면 언론사가 부정부패와 경제의 모순점을 과감하게 보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외 21인이 미디어바우처법을 발의했다.<출처/뉴시스>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언론,
  누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미디어바우처가 처음으로 논의된 것은 미국이다. 미국 내 유력 언론이 경영난으로 위기를 맞자 언론의 새로운 자금 조달 필요성이 대두됐다. 미국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언론은 재정적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기업들은 언론보다 영향력이 큰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수주한다.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언론사도 있으나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언론은 양질의 기사를 생산할 수 없고, 자금 조달을 위해 광고비 등 외부 지원에 의지할 시 언론으로서의 독립성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

  언론 재정난의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 공익 언론에 대한 공적지원이다. 공동체를 위한 보도를 내보내는 언론을 공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 자국 내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체계를 구축해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2020년 기준 지원 총액이 7,4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소수의 대형언론이 나머지 언론을 지배하면서 정책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독점 구조의 심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디어바우처법은 언론의 재정난. 그리고 공공지원에서 발생하는 독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언론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 주체를 국민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정부의 지원금이지만 국민이 그 쓰임을 결정하면 정부의 돈을 받으면서도 언론의 재량권을 지켜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 개정안에서는 기존의 광고비를 새롭게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는 별도의 재원 확보가 필요 없어 실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력 언론에서는 광고비와는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정부의 광고비는 유력 언론사 위주로 배분하는 반면, 미디어바우처법은 대형매체의 독점 방지를 위해 후원 상한액을 50% 미만으로 명시한다. 유력 언론은 정부로부터 매년 평균 50억~100억의 광고비를 받는데, 법안 시행시 이보다 더 적은 금액을 지원받게 되므로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언론사에만 돌아가던 지원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언론에도 골고루 배분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김선호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미디어바우처법의 취지는 광고 부담 없이 국민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건강한 언론들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며 “정부 광고와 연계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한 만큼 별도의 재원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국민이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언론의 신뢰도는 2014년부터 OECD 국가 중 최하를 기록 중이다. 김 의원은 “미디어바우처법 도입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며 “제도 정착을 통해 건강한 언론시장이 형성되고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충분히 별도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 진영논리 속
  미디어바우처의 쓰임새는

  미디어바우처법에 대한 주요 우려 중 하나는 이 제도가 언론에 대한 징벌로 작용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현 개정안에는 선호 표시인 미디어 바우처와 함께 비선호 표시인 마이너스바우처를 함께 지급한다. 미디어바우처가 양질의 기사에 대한 후원이라면 마이너스바우처는 가짜 뉴스나 선정적 기사에 대한 제재다. 문제는 어떤 뉴스가 가짜 뉴스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진영 논리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인 국민이 진영논리를 중시하면 언론은 이에 따라 객관성보다 정파성을 중시하게 된다.

  지난달 13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논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당 최형두 의원은 “ABC협회를 대체할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정치 편향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며 “기사의 질이나 내용보다 진영 싸움에 집중하게 될 시 미국의 트럼프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해당 법안을 정치성향에 따라 재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정치성향과는 상관없이 잘 만든 미디어는 모든 진영이 소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어뷰징: 언론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같은 기사를 중복해 기고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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