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를 섞은 차량으로 한국의 색을 펼치다
전통과 현대를 섞은 차량으로 한국의 색을 펼치다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21.10.11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지혜와 이로움을 일러준다. 음악이나 음식 같은 분야에서 현대와 전통을 조화시킨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나, 자동차 분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흔하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어차를 통해 전통을 전파하는 이가 있다. 전통과 현대의 기술을 접목해 어차의 현대화를 시현한 단체 ‘게러지엠’의 송정현 대표를 만났다.

 

  Q. 현재 속해 있는 게러지엠은 어떤 단체인가요?

  게러지엠은 각종 이동 수단을 특화해 개발하고 제조하는 비영리단체예요. 사업가, 엔지니어, 단순 취미로 활동하는 사람 등 구성원이 매우 다양해요. 저는 이곳에서 어차(御車)를 현대화한 이동 수단을 개발 중이에요. 과거에 사용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우리나라만의 색과 문화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여러 이동 수단 중 현대판 어차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독특한 차량을 통해 각 국가만의 역사나 문화를 느낄 수 있어요. 우리나라 차량에서는 그런 정취를 느끼기 어렵더라고요. 대부분 유럽 브랜드의 디자인을 따르다 보니 한국의 감성을 이동 수단에 잘 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한국만의 색을 느끼며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죠. 그러던 중 고궁박물관의 어차를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어차라면 1910~1930년대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우리나라의 전통 기술을 접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를 계기로 어차의 현대화 프로젝트를 바로 진행했죠.

 

  Q. 어차를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우선 차량 곳곳에 의미를 넣기 위해 노력했어요. 작은 문양 하나에도 독창성을 주고 싶었거든요. 문양을 그냥 넣기만 하면 안 돼요. 이동 수단의 정체성을 잘 살리기 위해선 그 유래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그래서 사소한 작업 하나를 하더라도 신경 써서 문헌을 조사하고 고증했죠.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도 전통이 느껴질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경고음의 경우 일반적으로 차량 조작음을 사용하잖아요. 저는 이를 우리나라 전통 악기 소리로 대체했어요. 우리만의 독창적 특징을 지닐 수 있도록 노력했죠.

  디자인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전통 방식을 활용하려고 해요. 과거 가장 대표적인 이동 수단인 말을 빌려 타려면 마패를 인증해야 했잖아요. 이를 참고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어요. 돈을 지불해 마패를 사고, 그 마패로 차량을 빌리는 식으로요. 역사에서 비롯한 재미있는 요소를 활용해 현대에서도 당시의 정취를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단순히 차량의 외견을 디자인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기 위해 차량을 경험하는 고객 입장에 서서 바라봐요.

 

  Q. 전통 기법의 고수와 발전 사이에서 혼란을 겪진 않았나요?

  옛 전통 기법을 최대한 재현할지, 아니면 좀 더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전통 기술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의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는 차량을 만들기 어렵거든요. 예를 들면 차량에 붙일 자개를 잘라야 할 때 옛날에는 톱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레이저를 사용해 잘라요. 이외에도 여러 차이가 있지만 전통 기술을 차용하거나 병행하면서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해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둘 다 적용하며 꾸준히 실험할 생각이에요. 개발자로서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상황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적절히 조율하고 타협해 원하는 방향으로 전통을 계승하려고 하죠.

 

  Q.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반만년 동안의 전통을 많이 잃어버렸어요. 저는 평소 우리나라 전통 부채인 합죽선을 들고 다녀요. 합죽선은 과거 계승자가 없어 맥이 한 번 끊겼고,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합죽선은 장인들이 유물을 보고 흉내 내 복원한 거예요.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실제 전통 제작 방식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결과물만 남은 것과 과정 및 경험까지 그대로 전수된 것은 다르잖아요. 잘 전수받지 못한 전통이 많은 점이 아쉬웠어요.

  저는 전통을 무조건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분들은 “온전한 전통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기다”고 말하기도 해요. 물론 이해는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고수할 것은 고수하되,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며 전통을 발전해 나가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어요. 저는 전통을 계승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고, 저만의 방식으로 그 명맥을 잇고 싶어요. 무작정 전통 방식을 고수하지 않아도 이런 활동 자체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옛것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하거나 무거울 필요는 없어요. 일상에서 가볍게 취할 수 있는 것도 많고요. 전통 안에서 이어갈 것은 이어가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발전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어차의 현대화에 새롭게 도전하며 겪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가 원래 차량을 디자인하거나 제조하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모든 시도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어요. 전통 어차라는 콘셉트 자체도 새로워서 매일매일이 도전이었죠. 그런데 어떤 일이든 그런 도전이 재미있었어요. 남들이 발을 들이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이 모두 기록으로 남잖아요. 이런 뿌듯함으로 어려움을 이겨냈어요.

  누군가가 최초로 걷는 길은 발자국이 남기 마련이에요. 제가 처음으로 이 길을 걸으면 다음 사람은 제 발자국을 따라 걸을 거예요. 그 발자국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걸음이 다소 신중했던 것 같아요.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나은 방향으로 걷기 위해 꾸준히 도전하고 있어요.

 

  Q. 전통문화가 많이 잊혀진 시대에 사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옛날부터 어떤 것이 쭉 이어져 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전통은 가치 있어요. 전통을 아는 것은 오늘과 내일,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거예요. 굳이 전통이라는 세부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모든 역사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해요.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너무 많거든요. 인생은 많은 것이 반복되며 흘러가잖아요. 역사를 알면 과거에 있었던 실수를 깨닫고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어요.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진출해 활동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것도 정확히 모른다면 해외의 것을 어떻게 잘 알 수 있겠어요. 역사라는 것은 수천 년을 걸쳐 내려온 것이기에 다른 나라의 것은 분명 그 나라의 사람들이 더 잘해요. 그걸 흉내 내기보다는 우리의 것을 이용해 경쟁력을 높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우리나라 전통에 대한 의식을 먼저 갖춰야죠. 해외에 우리의 것을 전파함과 동시에 그 나라의 좋은 것을 우리나라에 전파해 문화를 더 발전시키길 바라요.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게러지엠은 최소 30년을 내다보고 활동하고 있어요. 향후 10년은 육지 관련 이동 수단에 집중할 생각이고, 다음 10년은 해양 쪽 이동 수단을 계획하고 있어요. 제가 특수 선박 제작 경험이 있거든요. 마지막 10년은 우주 항공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지구 밖인 우주라고 생각해요. 분야별로 점령하면서 육지와 바다를 탐험하고 우주 항공까지 진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게러지엠은 창작과 기술 개발을 주로 하지만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결성한 단체이기도 해요. 교육과 정보 공유 관련 활동을 확대하려고 해요. 저도 5살 아이가 있는 아빠라서 제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