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된 페미니즘 백래시
○○이 된 페미니즘 백래시
  • 정해인 기자
  • 승인 2021.11.22 00:53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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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백래시, 그 책임 소재를 추적하다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 담론이 활발해질수록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성 공격, 이른바 ‘백래시(backlash)’도 날로 확산하고 있다. 포스터 속 집게 손 모양만으로 대기업이 머리를 숙이고, 인터넷상 유행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국가대표 선수를 향한 테러가 벌어졌다. 대학 내에서는 총여학생회가 폐지되고, 여성혐오를 규탄하는 시위는 남성단체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점점 심화하고 조직적으로 변하는 한국 사회의 백래시, 악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돈이 된 백래시
  -안티 페미니즘 시장의 제1법칙: 혐오에 투자하라

  지난 8월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를 진행하던 팀 해일이 신남성연대라는 집단으로부터 테러를 당했다. 8월 22일 대전 시위 중, 신남성연대는 해일 시위 참석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물총을 쏘며 위협했고 그 모습을 생중계해 수익을 얻었다. 이날의 수입은 후원 액수를 계산했을 때 약 1,200만 원으로 추정된다.

  신남성연대는 극우 유튜버인 배인규 대표(이하 배 대표)가 남성 인권 신장의 필요를 강조하며 만든 단체다. 시민단체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상은 영리를 추구하는 중소기업이다. 6월 8일 인천지방법원에 등록된 (주)신남성연대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는 모두 배 대표와 그 부인이 겸하고 있다. 기업 정보에 따르면 주 업종이 공연기획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즉 신남성연대가 벌인 일련의 테러와 안티 페미니즘 집회는 수익창출 활동의 일환인 것이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을 이용한 1인 미디어 범람 시대에 안티 페미니즘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 지난 16일 기준 신남성연대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39만 9,000명이다. 해당 채널은 구독자 상위 3%, 수익 상위 1%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뻑가 PPKKa(구독자 117만 명) △시둥이 유튜브(구독자 20만 8,000명) △남성가족부(1만 2,600명) 등 다수의 채널이 여성혐오 미디어 생산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 채널의 공통점은 페미니즘에 깊은 반감을 표하면서도 심도 있는 비판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 있다. 페미니즘에 친화적인 여성 연예인과 여성 정치인을 공격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지만 막상 남성 인권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는 제시하지 않는다.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가 팀 해일을 위협하며 진행 중이던 집회를 방해하는 모습출처/팀 해일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가 팀 해일을 위협하며 진행 중이던 집회를 방해하는 모습<출처/팀 해일>

 

  정치적 도구가 된 백래시
  -안티 페미니즘 열풍에 휩싸인 여의도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즘 대통령’을 자처했다. 구체적인 정책의 방향성이나 당선 이후 이행 여부와는 별개로 페미니즘을 유권자 공략 수단으로 명확히 내세웠다. 반면 21대 대선에서는 이와 상이한 양상이 나타난다. 거대 양당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당 윤석열 후보(이하 윤 후보) 모두 반페미니즘을 전략으로 취했다. 공통으로 현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 등으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기존 여성가족부의 폐지 및 기능 변경 요구가 보수정당에서 주로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외에도 윤 후보는 이른바 ‘꽃뱀’을 근절하겠다며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야와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정치권이 페미니즘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데는 4.7 보궐선거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안소정 사무국장은 “제1야당 국민의힘당 이준석 당대표는 재보궐 선거가 끝난 후 제1야당 성공을 20대 남성에게 돌리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기반을 다졌다”며 “이를 본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패인을 손쉽게 페미니스트들에게 돌리는 데 동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4.7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해당 해석은 유권자의 절반인 20대 여성의 심리를 반영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 20대 여성의 15.1%는 4.7 보궐선거에서 거대 양당을 거부한 채 소수정당 및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행사했다. 정치권은 청년층을 결정적인 공략층으로 바라보면서도 여성인 청년은 배제했다.

  정치권은 정권 창출을 위해 2030 남성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반면, 정작 이를 해결하는 데는 미온적이다. 사회의 구조적 폐단을 지적하는 대신 여성과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데 집중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병역 문제다. 윤 후보는 지난 9월 예비역 병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군의 사기 저하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꼽았다. 윤 후보는 이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며 채용 가산점이 없어졌다”며 “이에 군 지원이나 복무 과정에서 사기가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군가산점제도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해 폐지된 것으로, 해당 발언은 사실과 무관하다. 1999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군가산점제도가 헌법에 근거가 없으며 국민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 어디에서도 여성의 사회 진출과 군가산점제의 위헌 근거를 연결 짓지 않는다.

  군가산점제는 일부 사회구성원에게 차별로 작용할 뿐 아니라 복무자에게도 정당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윤 대표와의 간담회에 참가한 한 육군 예비역은 “가산점과 같은 선별적 특혜 대신 소득세율 감소나 공공시설 할인 같은 보편적 복지를 제공해달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사실과 무관한 분석을 동원해 병역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렸지만, 군대 내 부조리 방지나 제대군인의 정당한 혜택 지급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향을 내놓지 않았다. 여성을 향한 남성의 왜곡된 분노만 부추겼을 뿐, 실질적인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다.

 

  여론이 된 백래시
  -여성혐오는 어떻게 젠더갈등으로 탈바꿈했나

  페미니즘을 향한 악의적인 담론이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에서 최초로 발생하고 1인 미디어를 통해 증폭된다면 언론은 이를 공론화해 여론으로 재생산한다. 여성을 향한 일방적인 혐오가 국민 여론이 되고 폭력은 남녀갈등으로 왜곡된다.

  지난 5월 GS25 이벤트 포스터의 집게 손 모양이 논란되자 언론은 사건에 대한 분석 없이 논란 자체를 전파하는 데 집중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해당 사건 관련 보도를 조사한 결과 5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총 336건이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 추이를 보면 두 번의 사건을 기점으로 보도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첫 번째는 5월 3일 GS25가 사과문을 게재한 날이고 두 번째는 해당 포스터 디자이너에 대한 징계 내용을 발표한 날이다. 관련 보도 336건 중 46%가 단순 전달, 25%가 단순 언급한 데 비해 백래시에 대해 비판한 보도는 4%에 그쳤다. 단순 전달에 그친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견을 그대로 기재할 뿐 논란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나 분석은 없었다.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은 팀 해일을 향한 신남성연대의 테러에 대해서도 무차별 폭력행사가 아닌 두 집단 간의 갈등으로 조명했다. 신남성연대는 팀 해일 김주희 대표가 남성혐오자이며, 트랜스젠더와 노인 혐오 용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여성 단체와 특정 정당의 후원을 받았다는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퍼트리기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였으나 일부 언론은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신남성연대의 주장을 기사화했다.

  팀 해일 측은 “여성혐오는 논란거리가 되지 않지만 남성혐오는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금세 포털사이트의 메인 기사에 오른다”며 “신남성연대는 결국 페미니스트가 혐오자라고 주장하는 데 성공했고 페미니즘 시위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방해한 것에 대한 명분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혐오와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심지어 언론조차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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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4 00:02:1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알래스카 2021-12-03 11:44:06
좋은 글입니다. 응원합니다.

달달 2021-12-03 03:25:22
지금 사회에 대해 정확하게 집어준 기사 감사합니다!

dw 2021-12-03 00:18:53
지금 사회에 있는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해일 늘 응원합니다!

생강 2021-12-02 23:15:09
너무 좋은기사네요 해일팀 응원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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