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학술문예상 시 우수작
제45회 학술문예상 시 우수작
  • 박정민(글로벌융합대학 1)
  • 승인 2021.12.06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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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경(上京)>

  내 나이 스물하나에
  부산에서 상경했다

  나는 서울에 와서
  차에 치여 죽은 비둘기를 처음 보았고
  길을 다니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여보았고
  도를 아냐는 사람이 쫓아오는 것을 처음 보았고
  목소리 큰 놈이 부당하게 이기는 것을 처음 보았고
  냉장고에 둔 음식이 그토록 쉽게 상하는 것을 처음 알았고
  방이라는 건 쓸고 닦고 돌아서면 더럽혀지는 건 줄 처음 알았고
  항상 새것 같던 내 양말은 세탁기만으로 되지 않는 줄 처음 알았다

  부산에는 비둘기가 죽지 않아 그토록 많은가 했는데
  매번 내 눈을 가려준 엄마 손 덕분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양말을 몇 번을 빨아도 깨끗해지지를 않아서
  엄마는 어떻게 했길래 내 양말이 항상 하얬느냐고 묻자
  엄마는 나에게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대답했다

 

  <제45회 학술문예상 시 우수작 소상소감>

  <상경(上京)>은 제가 상경한 직후에 느낀 내용을 담은 시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종종 부모님의 넘치는 애정과 관심을 간섭과 속박으로 느끼곤 했습니다. 외출과 외박에도 제한받았던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졌기에, 누구보다 오랜 시간 절실하게 출가를 꿈꿨습니다. 소위 말하는 ‘인 서울’을 한다는 조건으로 먼 학교 지원을 허락해주셨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덕성여대에 합격해 집을 나서던 순간을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의 저는 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어떤 풍파도 이겨낼 자신이 있는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여전히 외롭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귀찮고 답답하다고만 느껴왔던 부모님의 모습이 세상에 있어 무엇보다 큰 울타리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유를 얻은 대가로 저는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밤길만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여는 저를 오히려 이상하게 보기도 했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소한 청소와 가사노동들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고, 이제서야 세탁기 사용 방법을 터득하고 요리를 배워나가는 제 자신이 문득 부끄러워졌습니다. 오히려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자주 부모님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가죽 상품을 관리하는 방법, 옷의 재질에 맞게 세탁하는 방법, 머리카락은 또 왜 이렇게 자주 보이는 건지요. 온실 속 화초마냥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저를 키운 부모님에 대한 감사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유독 집안 청결에 힘쓰시고 항상 새집 같은 모습을 유지했던 엄마께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묻다가 얻은 답변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이런 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라는 말씀에, 올해는 홀로 뚝심 있게 공부했던 작년보다도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매일 써나가는 제 작은 일기장에 가치를 더해준 학술문예상에 감사하며, 철없고 애살 없는 자식을 단단히 키워주신 부모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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