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가식은 이제 그만
[백미러] 가식은 이제 그만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6.05.15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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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의 TV 속 드라마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편 걸러 한편은 '출생의 비밀'을 다룬 것일 정도로 드라마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의 여 주인공이 결혼할 상대의 양어머니가 자신의 친엄마임을 모른다거나, 일일드라마 '별난 남자 별난 여자'에서 의심끝에 친자 확인으로 친부모가 아님을 알게 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렇듯 출생에 기가 막힌 사연이 숨겨져 있거나, 그 베일이 벗겨지는 식의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일종의 이러한 레퍼토리는 연예프로그램에서 더욱 극적으로 재현된다. 어려운 사정으로 해외로 입양 보낸 아이들을 찾는 '해피선데이-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매주 감동적인 모녀 혹은 모자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다 커버린 아이들을 부둥켜 안고 그간의 그리움과 서러움을 토해내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얼마 전 개편된 'TV는 사랑을 싣고-용서'나 '꼭 한번 만나고 싶다'와 같은 잃어버린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다. 대부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아이를 버린 부모들이 서인이 된 자식에게 눈물로 용서를 구한다. 그러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시울도 덩달아 함께 붉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동안 불편한 마음을 숨기기 어렵다. 방송이 가진 특성이 그렇듯 만남의 극적인 효과만을 부각시켜 시청자의 눈물샘만을 자극한다는 것이 지나쳐 인위적인 모습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슴에 묻은 딸을 20년 만에 만나러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어머니의 애타는 심정이라면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딸을 만나고 싶지 않겠는가. 제작진은 어머니를 유럽의 경치 좋은 공원까지 데리고 가는 것도 모자라, 만남 1시간 전, 30분 전, 급기야 10분 전 하면서 속을 끓이게 한다. 그 뽄만이 아니라, 편집상의 과정에서도 극적 효과는 계속된다. '과연'이라는 커다란 자막과 의미심장한 효과음을 여러 번 반복하여, '과연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을 유도하기도 한다.

 물론 개인이 찾기 힘든 가족을 해외든 국내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주고 만남까지 주선해주는 방송국과 제작진의 노고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연예오락으로 분류되어있는 이들 프로그램 속 극적 만남을 접할 때마다 출연자의 다급한 심정과는 대조적으로 지나치게 가식적으로 짜여진 극본을 보는 듯 하는 느낌이 들어 쓸쓸한 감정을 지우기 어렵다.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에 연연하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사람들의 마음을, 더불어 사는 사회를 훈훈하게 하기 위해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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