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못한 선물
완벽하지 못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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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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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러 피하는 거니. 삐삐 쳐도 아무 소식 없는 너.”

  가수 ‘쿨’이 1998년에 발매한 <애상> 가사 일부분이다. 2012년 가수 ‘10cm’가 해당 노래를 리메이크하며 앞서 언급한 가사는 “일부러 피하는 거니. 문자 해도 아무 소식 없는 너”로 바뀌었다. 10년간 IT 기술의 발전을 노래 가사 변화를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2022년 현재, 우리는 문자마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타인과 소통한다. 이처럼 IT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편리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세상을 바꿔 놓았다. 우리는 기술 발전의 선물을 원 없이 누리고 있다.

  그러나 IT 기술의 발전은 여러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초상권을 앗아갔다. 최근 몇 년 사이 딥페이크와 불법촬영 범죄에 관한 보도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딥페이크와 불법촬영 소형 카메라의 본래 용도는 범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딥페이크는 영화와 같은 미디어 창작물의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 개발된 것이고, 소형 카메라는 폴리스캠으로 경찰공무원이 직무수행 과정을 근거리에서 기록하기 위해 사용하던 것이다. 각자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기술들이 본 목적을 잃고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딥페이크 음란물과 불법촬영물이 인터넷에 유포된 이후다. 정보가 빠르게 퍼지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특성상 한번 업로드하면 유포된 모든 사이트에서 이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최근 범죄피해물 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떠오르기도 했다. 디지털 장의사는 돈을 받고 의뢰인이 원하는 기록물을 가능한 한 많은 사이트에서 제거하는 일을 한다. 언뜻 보기에는 디지털 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선행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초상권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인격권이다. 이를 돈을 내고 보장받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디지털 장의사의 활동에 돈벌이 목적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범죄 발생 시작부터 해결의 모든 과정까지 온전히 피해자를 위해 사용된 기술은 단 하나도 없다.

  1980년대 정보화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대한민국은 IT 방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전 세계적인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기술적 발전에만 몰두한 나머지 이러한 부작용은 대비하지 못했다. 이제는 기술이 이로운 곳에 쓰일 수 있어야 한다. 기계 학습 기술로 인터넷 사이트에 업로드된 범죄피해물을 포착해 즉각 삭제하고 디지털 장의사 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더 확보해야 한다. IT 기술이 온전히 선물로만 존재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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