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사랑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 정해인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22.03.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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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부터 명절에 친척 어른들이 “그래, 남자친구는 있니?”라는 말을 마치 인사말처럼 건네시곤 한다. 다소 껄끄러워도 웬만해선 불쾌한 티를 내지 않는다. 어색함을 깨기 위한 어른들 나름의 배려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재 여부도 확실치 않은 미지의 남성보다는 내 안부를 물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비혼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해졌다고들 하나, 여전히 우리사회는 연애와 성애(性愛)에 대한 낭만을 좀처럼 포기하질 못한다. 당장 TV만 틀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애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멋진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만나 절절한 사랑을 한다. 장르가 꼭 로맨스가 아니라도 연애 얘기는 작중 흐름에서 빠지는 법이 없다. 예능에서는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으로 청춘남녀를 한 데 묶어놓고 짝을 짓곤 한다. 거리에서 들리는 인기차트 노래도 역시 남녀 간의 사랑을 주로 다룬다.

  온 사회가 연애에 진심이다 보니 연애하지 않는 사람은 별종처럼 비춰진다. 연애 공화국에서는 사람을 연애 중인 이들과 연애를 하고 싶은 이들로 나눈다. 어디 하자가 있어 연애를 못 하거나 처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애를 포기했다고 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유독 연애 의사가 없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짝을 못 만나서 그렇다며 철부지 취급을 하기도 하고 심각한 사연이나 신념 같은 게 있는 건지 묻기도 한다. 심지어는 냉혈한 취급을 하기도 하는데, 연애 중이던 지인에게 나는 현재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가 “사랑을 모르다니 불쌍해”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화가 나기에 앞서 어안이 벙벙해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지나가듯 던진 농담이었는데 그 별것 아닌 말을 몇 년째 곱씹고 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랑이 있다. 가족에게 느끼는 감사와 신뢰, 오랜 친구에게 느끼는 친밀함,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느끼는 동지애, 우상에게 느끼는 존경. 연애 공화국에서 이런 사랑은 보잘것없이 여겨지거나 연인 간의 사랑보다 한층 급이 낮은 무언가로 다뤄진다. 사랑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리 없다. 타지에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가 눈이 내릴 때마다 내 생각이 난다며 잊지 않고 전화를 걸어주는 마음만큼 사랑에 가까운 것이 있을까? 성묘가 된 지 오래인 우리 집 고양이가 새끼 때랑 다름없이 예쁘고 가여워 보이는 것을 사랑 말고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매일 느끼고 또 주고받는 이 감정이 사랑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상 속에서 쌓인 크고 작은 사랑들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양분이자, 시련을 견디는 힘이 된다. 이런 사랑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나야말로 말해주고 싶다.

  “사랑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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