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로봇에게 애착을 느끼는가?
인간은 왜 로봇에게 애착을 느끼는가?
  • 이동욱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연구부문 수석연구원
  • 승인 2022.03.2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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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공장을 벗어나 우리의 생활권으로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로봇 청소기는 이미 가전의 하나로 보편화됐으며, 매장이나 음식점에서 물건을 주문받거나 음식을 나르는 로봇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존의 로봇이 주로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했다면, 최근에는 정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 소니사에서 제작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는 물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주인과 놀아주거나 즐거움을 주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처럼 로봇은 우리 주변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보와 같이 정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은 일종의 지나가는 유행이 될까, 아니면 보편적인 기술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무생물을 사랑하는
  인간의 의인화

  인간의 뇌는 진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발전해 왔다. 사람은 생존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성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의 발달은 부수적인 기능을 갖도록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의인화 능력이다. 번개가 치면 하늘이 노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자연현상과 사물에도 사람과 같은 마음과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인형에 애착을 두게 되고, 오래 쓴 가구나 소지품에 정이 들어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인형이나 사물을 의인화해 인간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2006년 개발사 소니의 수익성 악화로 생산을 중단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4년에는 아이보의 AS용 부품 공급마저 중단했다. 그러자 고장 난 아이보를 가지고 있던 일본 고객들이 아이보의 장례식을 치러줬다. 아이보를 단순히 로봇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아이보는 그렇게 똑똑한 로봇이 아니다. 물론 주인의 간단한 말을 알아듣고 강아지처럼 반응하지만 고도의 인공지능이 탑재되지 않은 로봇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러한 로봇 강아지에게 애정을 쏟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데, 이것을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와 벤자민 플랭클린 효과(Ben Franklin effect)로 설명하기도 한다. 일라이자 효과란 컴퓨터 과학에서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로봇)의 행위를 인간의 행위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의인화하는 경향이다. 벤자민 플랭클린 효과란 도움을 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한테 호의를 느끼는 현상으로, 정성을 쏟은 로봇에게 호의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소니에서 개발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
소니에서 개발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출처/소니 공식 홈페이지>

 

  인간이 로봇에게
  애착을 느끼게 하는 요인

  공장과 같이 생활권에서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산업용 로봇을 제외하고 우리 주변에서 일을 도와주는 서비스 로봇들의 외형을 살펴보면 사람의 의인화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음을 알 수 있다.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나 카메라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따로 표현한다거나 사람의 팔이나 다리를 모방한 형태로 디자인하는 예시는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서비스 로봇 중 얼굴을 갖지 않은 로봇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즉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로봇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외형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로봇이 인간이나 동물의 형태를 보이는 이유는 사람의 의인화 능력을 이용해 로봇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음식점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서빙하는 모습이다. 센서나 카메라가 있음에도 눈을 따로 표현했다.
음식점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서빙하는 모습이다. 센서나 카메라가 있음에도 눈을 따로 표현했다.<출처/서울신문>

 

  공감의 조건, 감정교류
  로봇과 감정교류가 가능할까?

  최근 제품디자인 분야에서도 제품 애착(Product attachment)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애착을 느끼게 하도록 제품의 기능과 동작을 설계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품에 애착을 갖기 위해서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이나 사건을 잘 기억하는 경우는 그때 어떠한 감정이 동반된 경우이다. 따라서 로봇이 사람에게 애착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경험이나 효용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목적을 위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감성 로봇이나 사회적 로봇(소셜로봇)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로봇의 효시는 ‘키즈맷(KISMET)’이라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MIT의 신시아 브리질이 개발한 캐릭터 형태의 얼굴 로봇이다. 눈, 코, 입과 눈썹 등 얼굴을 이용해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또한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인간의 행동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램했다. 2015년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회적 로봇이다. 페퍼는 현재 일본에서 만 대 이상 팔려 매장과 호텔 그리고 전시장 같은 곳에서 안내원이나 판매원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교사나 친구 역할도 한다.

  하지만 최근 신시아 브리질이 개발해서 출시한 지보(Jibo)와 페퍼 로봇의 생산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는 사람과 능동적으로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필자도 사람을 닮은 인간형 로봇 에버(EveR)를 개발하면서 사람과 로봇의 감정교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분야 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무의식적 행동 △의도 표현 △감정 표현 등의 비언어적인 행동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행동을 로봇이 이해하고 로봇에 구현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인간의 공감 능력이
  향후 로봇산업에 미칠 영향

  우리 사회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 결혼연령의 지연에 따라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노인 인구는 2018년 14%를 넘어 이미 고령사회로 들어선 상태다. 또한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에 따라 정서적 외로움과 같은 우울증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비대면 시대에 인간의 사회적인 공감 능력이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우리의 일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 기술은 기존에 물리적인 도움을 주던 것에서 더 나아가 정서적인 도움을 주는 기술로 확장하는 중이다. 앞으로 로봇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보조자 또는 동반자로서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써 사람과 로봇에 대한 관계도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집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키우던 개가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그 위상이 높아진 것과 마찬가지로 로봇도 이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일을 도와주는 일꾼을 넘어서 우리와 의사소통하는 상대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사람과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일은 인류가 처음으로 겪는 일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 개발 목적 달성과 더불어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없는지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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