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공정의 함정
능력주의 공정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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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3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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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은 능력주의와 공정이다. 일부 사람들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는 것이 공정한 사회이며, 이들이 여성할당제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불공정한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그럴싸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 공정 주장에는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능력주의 공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으로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애써 모른 체한다. 베리 스위처는 “어떤 사람들은 3루에 태어났지만 자신이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면서 인생을 산다”고 말했다. 이처럼 좋은 직업과 재력을 지닌 부모의 자녀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소위 ‘스펙 공동체’를 형성하며 일반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기회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말하는 ‘능력’을 대물림한다.

  세습된 능력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의 강화로 이어진다. 부와 권력을 가진 부모로부터 능력을 세습받은 사람들은 이를 바탕으로 부와 권력을 재생산한다. 능력주의 공정은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당연시하고 고착화하며 강화한다.

  마이클 샌델의 주장처럼 잘못된 능력주의가 만연한 사회는 승자들의 오만과 패자들의 굴욕을 정당화한다. 어떤 사람이 성공하고 승리하면 능력과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칭송받고, 실패하거나 패배한 사람에게는 재능이 없거나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로 인한 실패의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간다. 결국 실패한 사람들은 심한 굴욕감과 패배감을 느끼며 사회에서 도태되고, 그 사회의 공동체 의식은 약화한다.

  승자의 오만과 실패한 사람의 굴욕을 당연시하는 잘못된 능력주의는 도덕 불감증 사회로 이어진다. 성 비위 이력이 있는 사람도, 조작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도 능력만 있다면 중용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잘못된 사회적 풍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장관은 능력으로만 뽑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관 직전 위치까지 올라온 여성은 많지 않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는 사회에서 여성이 고위직에 올라오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국 여성이 능력이 부족하거나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것은 결국 전적으로 여성들의 잘못이다.”

  능력주의 공정의 함정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런 말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을 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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