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로는 설명되지 않는 취업 차별
여대로는 설명되지 않는 취업 차별
  • 배선우 기자
  • 승인 2022.08.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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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 취업률 지적 이전에 ‘여성 취업률’ 문제 해결해야

  매년 일부 매체와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여자대학(이하 여대)과 남녀공학 대학의 취업률을 비교하면서 여대의 취업률이 낮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남녀공학의 여대생 취업률과 여대의 취업률을 비교하면 수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여대라서가 아닌, 남녀 간 취업률 차이가 근본적인 원인임에도 왜 여대의 취업률을 여대 자체적인 문제로 취급하는 것일까?

 

  학습된 무기력
  여성의 이공계 기피로 이어져

  여대는 남녀공학에 비해 인문학 수업 비중이 크고 이공계열 교육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취업에 불리함을 겪는다. 그러나 여대가 인문학 계열에 편중된 것을 단순히 여대 자체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1년 과학고 신입생의 성비는 남학생 1,993명과 여학생 503명으로 약 8:2이다. 3~4등급의 남성은 보통 취업이 잘 되는 이공계로 진학하지만, 동일 등급의 여성은 이공계가 아닌 타 전공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이공계보다 인문계를 선호하는 여학생의 선호도 차이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은 왜 이공계를 기피할까? 전 한국금융연구원이었던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는 “남녀의 계열 선호도 차이의 원인이 ‘학습된 무기력’에 있다”며 “태어나면서부터 ‘여자답다’는 특성을 습득하고 여성적인 학문으로 불리는 인문학에 익숙해진 여자 아이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 인해 여자 아이들은 다소 도전적이고 복잡한 이공계 진학을 망설이고, 여성적인 느낌을 받는 인문계나 예체능계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과학진흥협회의 과학 전문 주간지 <사이언스>의 ‘Culture, Gender, and Math’에 따르면 남녀 간의 수학 성적 차이는 해당 국가의 성 불평등 지수와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학과 관련한 성비는 남녀 간의 선천적인 차이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한국의 가부장적인 성차별 이데올로기가 ‘여자답다’, ‘남자답다’ 등 특정 성의 이미지를 고착해 진로 선택의 문제까지 가속했다.

국내 대표적 특수목적고등학교인 과학고에서 신입생 10명 중 8명 이상이 남학생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 출처/매일경제
국내 대표적 특수목적고등학교인 과학고에서 신입생 10명 중 8명 이상이 남학생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 <출처/매일경제>

 

  여대 취업률
  여대가 아닌 ‘여성’으로 접근해야

  서울 4년제 여대의 평균 취업률은 59.8%로 수도권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인 64.5%에 못 미쳤다. 그러나 단순히 남녀공학 대학과 여대의 취업률을 비교하며 여대 취업률이 낮다는 식의 결론은 적절하지 않다. 남녀공학의 취업률은 남성과 여성의 취업률을 모두 합친 통계이기 때문에 이를 여대 취업률과 비교 선상에 놓을 수 없다.

  남녀공학 대학 내에서도 남녀 간 취업률 차이는 분명하다. 인하대의 경우 남녀 통합 취업률은 60.4%였지만 여성 취업률은 51.3%였고, 남녀 통합 취업률이 53.5%인 동국대 또한 여성 취업률은 46.8%를 보였다.

  숙명여자대학교 유종숙 취업경력개발원장은 “취업률에 있어서 여대생과 남녀공학 여대생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며 “여대 취업률이 저조해 보이는 것은 여대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으로 낮은 여성 취업률의 문제다”고 말했다.

  남녀 취업률 격차는 이전부터 있었으나 최근 4년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16년 2.6%였던 남녀의 취업률 격차는 지난해 3.8%로 상승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모집 및 채용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관계자는 “구직자 2명 중 1명은 취업 시 특정 성별을 우대하는 공고를 본다”며 “238개 기업 중 약 60%의 인사 담당자가 지원자의 성별을 고려하는데 그중 유리한 성별로 남성을 택한다”고 말했다.

 

  업무 적합성의 가면을 쓴
  기업의 분리 채용

  성별 직종분리는 기업 구조에서의 성차별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도소매·음식점업 △사업·개인·공공서비스가 고용 직종의 약 73%를 차지한 반면, 전기·통신과 같은 기술집약적 산업에서의 여성고용률은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성별 직종분리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회 배나은 부장은 “고객 응대나 콜센터 업무는 여성이 맡고 엔지니어링 업무는 남성이 맡는 등의 분리 채용은 업무 적합성을 근거로 여성과 남성을 선별해 채용하려는 의도다”며 “채용 단계에서부터 여성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업무에 채용돼 자연스레 승진 차별과 임금 격차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진행한 ‘여성 직원 대비 여성 임원 비율 조사’에서 44.1%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직원 비율과는 달리 여성 임원의 비율은 고작 5.9%에 달했다”며 “직군 전환제도가 현존하나 차별적인 시선과 익숙치 않은 새로운 직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4월 24일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에서 채용성차별을 시행한 기업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출처/서울여성노동지회
지난 2018년 4월 24일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에서 채용성차별을 시행한 기업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출처/서울여성노동지회>

 

  여성 취업을 위해
  여대는 무얼 하고 있나

  여대에서는 여성의 이공계 진입장벽을 해소하는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는 내년 인공지능(AI)융합학부 신입생을 선발하며 2023년 이후 AI 단과대학도 신설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이 채용 과정에서 겪는 성차별 등을 예방하고자 성인지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2023학년도에 AI 단과대학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출처/매일경제
이화여자대학교는 2023학년도에 AI 단과대학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출처/매일경제>

  우리대학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덕성여대WISET사업단을 운영한다. ‘전공 역량강화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실무형 정보시스템 및 보안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우리대학은 △4차 산업혁명 대응 발전 신기술R&D 공동 개발 및 상호 협력 증진 △특화분야 기술 공유 및 상호 협력 증진 △산학협력 선도모델 및 산학교육 프로그램 공유 △대학 보유 공용장비 및 공동 운영방안 증진 △실무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실습 프로그램 공동 개발 및 운영 등을 이행할 계획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사회와 대학의 노력 필요해

  우리나라는 재작년 *임금 분포공시제를 도입했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남녀 근로자의 임금격차를 분석해 주주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지난 2017년의 성평등 임금공시제에서 명칭만 변경한 것일 뿐, 기업 반발 등을 이유로 뚜렷한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최세림 연구위원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선직종 내 유리천장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며 “성평등 임금공시제에 있어서 성중립적 직무가치 평가를 개발해 성별 직종 간의 불합리한 임금격차가 존재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여대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송기창 교수는 “여대가 위기라고 해서 폐지하거나 남녀공학 대학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일차원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다”며 “여대의 큰 틀은 유지하되 여대생에 맞춰 교육과정을 특화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 등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이어진 위기가 비단 여대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평생교육 과정을 개편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특성화 전략을 꾀하는 등 여러 자구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분포공시제: 기업 규모와 업종 등을 토대로 성별·연령·학력·근속연수 등을 적용해 임금 분포를 공시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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