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무역의 자유화와 국제규범
디지털무역의 자유화와 국제규범
  • 정순태 중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 승인 2022.09.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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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과 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전통적인 상품 및 서비스거래 방식이 변했다. 이에 국가간 디지털상품 및 서비스의 거래·국경간 데이터 이동 등 소위 ‘디지털무역’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무역패턴이 나타났다.

 

  세계 경제에 등장한
  디지털무역

  디지털무역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정의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WTO·OECD·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디지털무역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공통점은 인터넷과 IT기술을 이용한 상품·서비스를 전자적 또는 물리적으로 거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터넷 접속을 통한 데이터의 개입이 대전제이며, 이와 관련해 네트워크 및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을 활용한 경제활동이 포괄적으로 내포돼 있다.

  디지털무역은 디지털재화를 포함한 상품 및 서비스는 물론 정보 및 데이터를 디지털로 거래한다. 여기서 디지털무역은 상품 및 서비스를 물리적으로 주문하고 전달하는 전통적 무역과 구분된다. 또한 상품 및 서비스, 디지털 재화가 디지털 방식으로 다뤄지는 전자상거래와도 다른 개념이다. 디지털무역은 인터넷 플랫폼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국가간 정보 및 데이터 이동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경간 전자상거래보다 더 광범위하다.

디지털무역을 분류한 표제공/정순태
디지털무역을 분류한 표<제공/정순태>

 

  디지털무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디지털 보호주의

  디지털무역의 발전은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세계 경제를 성장시키는 새로운 동력이다. 그러나 최근 △국경간 정보 및 데이터 이동 제한 △데이터 현지화 △강제적 소스코드 공개 등 디지털무역의 자유화를 방해하는 디지털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무역의 자유화와 관련한 국제적 이슈는 국경간 정보 및 데이터의 이동을 제한하는 규제이다. 데이터의 수집 및 저장은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하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 또한 국경간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국가기밀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 문제는 국가안보, 개인 정보보호를 이유로 이뤄지는 지나친 데이터의 국경간 이동 제한이 디지털무역은 물론 기업의 일상적 경영활동을 위축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국경간 정보 및 데이터의 이동을 제한하는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조치가 도입됐다. 데이터 현지화란 기업·기관 등이 수집한 정보는 해당 국가 내에서만 저장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규제로, 사실상 정보 및 데이터의 국가간 이동을 제한한다. 데이터 현지화는 △개인 정보보호 △사이버안보 △유해 콘텐츠 금지 등 공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규제가 국내 관련 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막아 디지털무역의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대표적인 기업들에 소스코드 요구를 금지했다.출처/연합뉴스
미국은 대표적인 기업들에 소스코드 요구를 금지했다.<출처/연합뉴스>

  디지털무역의 발전을 방해하는 또 다른 장벽으로 표준 및 규칙의 강제와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 공개 요구를 들 수 있다. 기술규격 및 표준은 해외에서 수입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안전성을 담보로 부과하는 규제이지만 무역에 대한 불필요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데이터의 국경간 이동을 전제로 하는 디지털무역 특성상 이러한 강제적 기술규격 및 표준은 디지털 무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데이터의 경우, 소프트웨어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의 강제적 공개 요구는 그 자체로 자유로운 데이터의 이동을 방해하는 장벽이 된다.

  디지털무역에 규제를 도입해야 이유는 분명하다. 디지털무역의 자유화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규제가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된 보호주의(disguised protectionism)로 악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무역의 경우 차별 없는 시장접근을 허용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디지털거래의 규제에 대한 불가피성도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무역의 양면성을 고려해 디지털무역의 자유화라는 큰 틀이 손상되지 않게 조화를 이루는 국제규범의 수립이 필요하다.

 

  디지털무역과 관련한
  세계의 규범들

  디지털무역 규범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WTO와 지역무역협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무역협정의 성과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통일된 국제규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WTO의 경우 디지털무역의 자유화를 위한 국제규범 제정에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는 △디지털무역을 규율할 수 있는 기존 WTO 협정문의 문제점 △국경간 정보 및 데이터의 이동과 같은 새로운 이슈에 대한 규범의 부재 △WTO 위기로 대표되는 현재의 다자간 세계무역체제의 한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최근 디지털무역의 자유화를 위한 관련 규정이 FTA 등 지역무역협정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그 내용은 △국경간 정보 및 데이터 이동 규제 △개인정보보호 △데이터의 현지화 조치 △소스코드 금지 등 WTO에서 다루지 못한 새로운 이슈들까지 포함한다. 디지털무역과 관련한 국제무역규범은 지역무역협정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무역협정의 디지털무역 규정들은 앞으로 질서 수립 과정에서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역무역협정을 통한 디지털무역 자유화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자국의 경쟁력을 확보한 디지털산업의 발전을 위해 관련 산업의 무역자유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WTO가 아닌 FTA로 미국 중심의 디지털무역질서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 남겨진
  디지털무역 과제

  우리나라가 발효하는 18개 FTA 중 한-미 FTA가 가장 높은 수준의 디지털무역 관련 규정을 포함한다. 다른 FTA의 경우 상대국에 따라 각기 다른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전체적으로 디지털무역 관련 규정이 미흡한 편이다.

  한-미 FTA의 경우에도 USMCA와 같은 미국의 디지털무역 규범과 비교하면 내용 면에서 상당히 미흡하다. 향후 미국형 디지털무역 규범을 중심으로 디지털무역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을 고려해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디지털무역질서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디지털무역 규범이 기준이 돼야 한다. 더 나아가 이를 기초로 다자간 또는 양자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디지털무역과 관련한 국내 법적·제도적 환경을 개선해 디지털무역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8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회의에 참석한 한국출처/연합뉴스
지난 8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회의에 참석한 한국<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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